‘초록 소파’를 남긴 채 떠난 노인들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6.09.2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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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선택]그림책 <우리 할아버지>

 
한가위에는 어른들과 함께 모인다. 그러나 아쉽게도 할아버지·할머니가 없는 집안도 있고, 어른들이 계시더라도 살갑게 어울리지 못하는 집안이 있다. 그런 가정에 딱 어울리는 그림동화 두 편이 있다. <우리 할아버지>. 두 편인데 제목이 하나뿐인 이유는 제목이 똑같기 때문이다. 한 작품은 존 버닝햄이 쓰고 그렸고, 다른 작품은 릴리스 노먼이 쓰고 노엘라 영이 그림을 그렸다.

존 버닝햄의 <우리 할아버지>(비룡소)는 그림과 이야기 구조가 단순하다. 손녀와 할아버지가 만나 씨앗을 심고, 인형 놀이를 하고, 여행을 떠난다. 때로는 다툰 뒤 토라진 채 등을 돌린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가 병에 걸리고, 늘 기댔던 초록 소파를 텅 비워놓은 채 어디론가 떠난다. 마지막 장면은 그 소파 옆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소녀.

반면 릴리스 노먼과 노엘라 영의 <우리 할아버지> (미래M&B)는 버닝햄의 작품과 달리 이야기와 그림이 매우 사실적이다.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도 따뜻하고 부드러운 것과는 거리가 있다. 주인공 소년(블레이크)은 할아버지를 ‘정말 짜증나는 분, 담뱃재를 아무 데나 털고 다니는 분, 매일 신경질을 내는 분’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렇지만 할아버지가 말발굽을 박을 때 쓰는 쇠못으로 만들어주신 타조나 캥거루만은 자랑스럽다. 그래서 그 동물들과 할아버지의 모자와 옷 등을 볼 때면 ‘내 곁에 오랫동안 계셔도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블레이크의 할아버지 역시 텅 빈 초록 의자만 남긴 채 세상을 뜨셨다.

두 명의 <우리 할아버지>를 만나고 나면 코끝이 찡해온다. 아이들에게도 죽음은 무섭고 슬픈 일이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꼭 알아야 할 일. 혹시 그 문제를 고민한 적이 있는 부모라면 이번 추석에 두 분의 <우리 할아버지>를 만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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