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도둑 극성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6.09.2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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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

 
수확의 계절 가을에 마음이 그저 풍요롭기만 하던 때는 지났다. 옛날의 농촌은 이제 없다. 마음 졸이는, 서로 경계하는 마음이 한가위 보름달보다 더 커졌다. 덩달아 시름이 깊어지는 농민들도 늘고 있다.
밤도 없고 낮도 없고 작물도 구별이 없다. 닥치는 대로 훑어간다. 요즘 농민들의 최대 적인 농산물 도둑 이야기다. 과거에는 말 그대로 잡범 수준의 ‘도둑’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유통망까지 갖춘 기업형 절도단이 농촌을 휩쓸고 있다.

전북 진안에서는 비닐하우스 안에 보관 중이던 고추 2백90근(2백10만원 상당)을 도난당했고, 충남 공주 장기 지역에서는 5년간 공들여 키운 인삼밭이 통째로 털리는 등 최근 주로 절도범들의 표적이 되는 것은 고추·인삼·생강 등 값이 나가는 농작물들이다. 물론 쌀이나 돼지, 소 따위 가축도 피해를 입고 있다. 농민들은 피 같은 농작물과 가축을 지키기 위해 ‘방범대’까지 만들어 순번을 정해 교대로 보초를 서고 있으나 ‘뛰는 도둑’들을 잡지 못하고 있다.

농민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다 보니 당국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다. 전라남도에서는 농촌 도로변에 지금까지 1백70여 대의 무인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다. 그러나 대당 설치 비용이 1천만원 정도여서 지자체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라북도 경찰청은 최근 일선 경찰서에 농촌 지역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고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매복 근무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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