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관련 장관부터 바꿔야 한다”
  • 이숙이 기자 (sookyiya@sisapress.com)
  • 승인 2006.10.2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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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가능성 1위 이명박 전 시장 인터뷰/“금강산 관광은 당분간 중단해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0월22일 유럽 방문 길에 나섰다. 해외 정책 탐사를 위해서다. 이에 앞선 10월19일 이 전 시장은 <시사저널>과 만나 북핵 사태의 해법과 경제 활성화에 대한 비전을 소상히 밝혔다. 최근의 지지율을 반영하듯 그의 표정이나 답변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북핵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은 대북 봉쇄, 압박 등 강경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일부 의원은 국지전도 감수해야 한다고 한다. 너무 강경 일변도 아닌가?
대한민국 어느 누구도 한반도가 전쟁터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런데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국제 공조로 북한을 강력하게 압박해야 한다. 전쟁을 하기 위해서 압박을 하는 게 아니라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북한을 압박하고 국제 공조를 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내각이 총사퇴해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자칫 북핵 문제를 정쟁으로 흐르게 하는 측면이 있다.
핵 문제는 우리 국민들이 조금 덜 민감해서 그렇지 굉장히 심각한 사안이다. 국가 위기가 닥쳤을 때는 국가가 단합하는 것이 정상이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목소리가 갈라지는 것은 국가적 비극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지금 잘못 대처하고 있다. 물론 과거에 해오던 정책을 일시에 바꾸는 것이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비상 시기에는 기존 정책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 내각 총사퇴라기보다, 기존 정책을 해온 사람이 그 정책을 바꾸는 것이 어렵다면 차라리 사람을 교체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통일부 같은 주무 부처 장관을 바꾸라는 얘기인가?
그렇다.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이번에 국제 공조가 잘못 되어서 북한만 고립되는 것이 아니고 대한민국도 고립되면 어쩌나 하는 문제다. 우리는 개방 정책을 써서 전세계에 상품을 수출하고 살아가는 나라이다. 그런데 우리가 만일 국제 사회에서 북한과 같이 외톨이가 된다면, 북한은 생존해도 우리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나는 정부가 더 먼 미래를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미국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문제를 들고 나왔다. 특히 금강산 관광은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실제로 금강산 관광에 들어가는 돈이 핵개발에 쓰인다는 것이 인정된다면 심각한 문제다. 이로 인해 우리가 국제 공조에서 떨어져나가는 것은 더 큰 국가적 손실이다. 따라서 나는 당분간은 (금강산 관광을) 중단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우리 스스로.

보류할 경우 현대아산은 매우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되는 것 아닌가?
나도 기업인 출신이라 민간 기업이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는 철저한 자유기업 사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국가 안보의 존폐가 달려 있고 또 아산이라는 회사 하나의 문제가 더 많은 기업, 세계로 나아가는 기업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건 국가가 선택을 해야 한다고 본다. 현대아산 문제는 별개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옳다.

개성공단 문제는?
개성공단은 아직 한·미 간에, 또 유엔 차원에서 문제 제기가 되지 않았으니까 그때 가서 얘기하자. 다만 개성에서 만든 제품을 전세계가 북한 제품으로 인정해 받아들이지 않으면 물건을 생산해도 갈 데가 없으므로, 기업 스스로 수익을 따져 판단하지 않겠나.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 외자가 급격하게 빠져나가지 않을까 걱정된다.
오히려 국제 공조를 하는 것이 여기 들어와 있는 외국 기업들에 ‘아, 이제 대한민국이 국제 공조로 가는구나’ 하는 안심을 줄 수 있다. 국제 간에 문제가 생겨서 대한민국이 국제 사회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오히려 한국에 투자한 기업들이 더 불안해진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유엔의 결의 수준을 넘어 내정 간섭까지 하는 것 아니냐고 경계한다.
이것은 6자회담에 참여한 나라들의 공동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이 무리하게 요구한다고 해서 될 문제는 아니다. 이 문제는 미국이나 유엔이나 서로 공통의 이해가 되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본다. 미국이 무리하게 의도적으로 우리 한국을 어렵게 만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해서도 반대 견해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전작권 환수는 미국의 요구에 따른 측면도 있다.
전작권 이전 문제는 우리가 주장하든 미국이 요구하든 철저하게 대한민국 국익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 지금 자주국방을 하게 되면 우리가 너무나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할 뿐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아직 그 수준까지 이르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면 미국 정책대로 따라가게 될 뿐만 아니라 미국의 신무기를 도입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미국이 요구하든 안 하든, 우리는 우리의 국익 차원에서 검토해서 하는데, 우리 정부가 잘못된 시기에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다고 본다.

국제 공조가 화두인데, 이 전 시장은 외교 채널이 약하다는 평을 듣는다.
이제는 전방위 외교다. 순수 외교의 비율은 줄어들고 경제 외교가 커지고 있다. 요즘 각국 국가 대표들이 모이면 CEO 모임과 똑같다. 그런 점에서 나는 오히려 대한민국에서 첫째, 둘째가는 경험을 가졌다. 대한민국에서 나만큼 국가 지도자나 세계적인 기업의 CEO를 많이 만난 사람도 드물 것이다.

미국의 네오콘 쪽은 인맥이 취약하지 않나?
네오콘이다 뭐다 하는 사람들도 전부 경제와 관련이 있다. 국방 산업을 하던 사람이 네오콘과 관련되어 있고 환경하던 사람도 그렇고. 따라서 가장 빠른 접촉은 관련된 기업인을 통해서 하는 것이다. 솔직히 영향력도 제일 크다. 나는 미국의 누구라고 하면 그 사람을 어느 기업이 후원하고 있으며, 또 누가 영향력이 있는지 그런 걸 대충 안다.

 
이 전 시장의 지지도가 높은 것은 ‘경제 대통령’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는 분석에 동의하는가?

모든 나라가 지향하는 목표는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행복이라는 게 별것 아니다. 일자리가 있어야 하고, 소득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통해 문화 생활을 하고 자식을 교육시키고…. 이런 것이 행복의 기본 조건 아닌가. 그런데 대한민국은 경제가 악순환을 겪으면서 위에서는 돈이 돌지만 아래로는 돌지 않는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경제의 매커니즘을 이론적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용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일생 동안 실물경제를 이론과 행동으로 경험하고 결과를 만들어왔기 때문에 아마도 일반 국민들이 이렇게 갑갑해할 때 기대를 많이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오히려 부담이 될 정도다.

우리의 사회 산업구조 자체가 고용이 줄어드는 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이명박’이라도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IT 시대에는 성장과 고용이 정비례하지 않는 게 맞다. 인구가 5백만명 이하이면 첨단 산업만 가지고도 전 국민이 먹고살 수 있지만 5천만명 정도 되면 첨단 산업만 으로는 안 된다. 첨단 산업과 제조업, 서비스업 3자가 균형적으로 발전해야 고용뿐 아니라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재래 제조업을 너무 일찍 사양 산업으로 규정 짓고 지원을 끊어버렸다. 섬유 산업만 해도 일본·독일·이탈리아는 아직도 세계 1, 2위를 달리고 있다. 미국이 첨단 산업으로만 경제를 이끄나? 일본은 지금도 제조업이 더 강하다. 결국 제조업을 어떻게 시대 발전에 따라 고급화하느냐 하는 노력을 안 하고 방치한 것이 우리의 문제다. 한마디로 정책 미숙이다.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 값만은 잡겠다고 했는데 실패한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부동산 정책이 주로 (돈이) 있는 사람들과 관련이 있는 것 같지만, 그 영향을 더 민감하게 받는 쪽은 서민들이다. 그러니까 ‘있는 사람’을 표적으로 해서 만든 부동산 정책이 결국 거기에 영향을 받는 서민들에게 너무 많은 피해를 주고 있는 셈이다. 또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지만 오히려 이 정부는 전 국토의 땅값만 올려놓았다. 지금도 기업도시니 혁신도시니 해서 1억6천만 평이 전국에서 개발되고 있다. 1년에 나가는 보상비만 20조~30조원이나 된다. 그 돈이 다시 부동산으로 간다. 경제는 서로 연관되어 있는데, 정부가 혁신도시 기업도시 하나만 생각함으로써 결국 전국 땅값을 올려놓고 있는 셈이다.

기업도시·혁신도시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인가?
기업이 들어갈 때 해주면 되지 이걸 꼭 한꺼번에 해야 하나? 현장에 가보면 공단이 필요한 곳에는 땅이 없고 필요 없는 곳에는 나대지로 있다. 정책은 우선 순위가 있어야 하는데, 10~2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해도 될 것을 왜 일시에 해서 부동산 값 올리고 국가 부채 늘리는 부작용을 만드는지 알 수가 없다. 정책의 실패라고 봐야 한다. 이것은 너무 무경험한 데서, 그리고 이 정부가 지나치게 정책을 이념적·정치적으로 접근한 데서 비롯되었다. ‘균형 발전’을 정말 원했다면 차라리 대지 개발에 들어갈 20조~30조원을 그 지역에 다른 방법으로 지원하는 것이 더 큰 성과가 있지 않았을까. 우선 순위와 중요도를 구분하지 않고 일시에 그냥 ‘분배’ 정책을 쓴 것이 문제다.

한반도 대운하는 얼마나 진행되었나?
타당성 검토는 이미 끝났고, 지금부터는 실행 단계이다. 어느 위치에서 어떻게 정착지를 만들지, 환경 문제는 어떻게 할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다.

여전히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이 있다.
청계천 복원을 할 때도 공사가 다 끝나 평가가 나오기 직전까지 계속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니 이 문제는 더할 것이다. 놀라운 것은 외국 기업 중에 이미 기술적 타당성을 검토한 후 제안을 하는 곳도 있다. 미국 기업은 40년 ‘조차’를 해주면 자기네 비용으로 하겠다고 하고, 유럽에서도 이미 기술적 타당성을 검토한 곳이 있다. 게다가 보통 운하를 연결한다고 하면 100km, 200km 하는데 우리는 불과 25km만 연결하니까 기술적인 문제는 거의 없다. 그래서 박경리 여사 같은 분은 “운하라는 용어를 쓰지 말고 ‘물길 잇기’라고 해라. 운하라고 하면 생 공사라고 보는데 물길 잇기는 막힌 곳을 소통해주니까 얼마나 좋으냐”라고 하시더라.

 
어떤 경제적 효과가 있는가?
물류니 관광이니 하는 직접 효과는 이미 수치로 나와 있고, 그보다는 간접 효과가 훨씬 더 크리라고 본다. 청계천을 둘러본 한 프랑스 사회학자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청계천이 서울시민의 정서를 바꿔놓을 것이다.” 그때만 해도 그게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최근에 한 여기자가 쓴 칼럼을 보니 좀 이해가 되더라. “왜 청계천에서는 서로 부딪히고 발을 밟혀도 화를 내지 않고 웃으면서 지나갈까.” 청계천이 지역 상권을 살리고 공기도 맑게 하는 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 시민들에게 여유를 주었다는 것인데, 한반도 대운하도 마찬가지다. 이어진 물길을 따라 동에서 서로, 남에서 북으로 서로 배를 타고 다니다 보면 갈기갈기 찢어진 지역 갈등, 계층 갈등, 이념 갈등 이런 것을 다 뛰어넘지 않겠는가. 그런 측면에서 대한민국 전체에 희망을 주는, 제2의 국운 융성의 계기를 만든다는 의미가 크다.

한나라당 지지율이 고공비행을 하고 있지만 집권까지는 2%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호남을 다녀보면, 한나라당에 대해 여전히 영남당, 극우 보수 등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한나라당이 여기서 벗어나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부족하다는 얘기다.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이를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민주당, 뉴라이트 등과 합쳐 보수 신당을 만들자는 얘기도 나온다.
역사적으로 보면 대선을 앞두고 이합집산을 했던 예가 많지만, 그것은 다 국가 발전이나 정책을 가지고 한 것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선거 전략·득표 목적으로 했다. 지금 나오는 이합집산의 시나리오도 여당이 선거에 이길 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순수한 의도가 아니다. 나는 기존 정당이 정책 정당으로 전부 바뀌고 그 정책이 싫은 사람은 떠나는 식의 변화는 있을 수 있지만 굳이 정계 개편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한나라당도 그런 의미에서 진화해나가는 것이 가장 좋다. ‘진화’라는 새 용어를 또 만들게 되네(웃음).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해 일반 국민의 찬성률은 높은데, 한나라당에서는 열린우리당에 좋은 일만 시켜줄 수 있다며 반대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원칙적으로는 나는 경선 방법에 대해서는 완전히 당에 일임한 상태다. 그러면 당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느냐. 어느 후보가 유리하고 어느 후보가 불리하고를 떠나 철저하게 한나라당이 어떻게 하면 정권을 되찾아오는 데 유리한가를 놓고 따져야 한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미 정해진 방식을 한 글자도 바꿔서는 안 된다는 생각인데.
나는 언급할 입장이 못 된다. 다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다.

한나라당 지지층 사이에 “이 전 시장은 숨어 있는 약점이 너무 많아 본선에서 질 수도 있다”라는 염려가 적지 않다.
내가 CEO를 오래했기 때문에 통념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사생활이나 재산 문제, 자녀들 병역 문제 등에서 ‘비교적’이 아니고, ‘상대적’도 아니고, 내 스스로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잣대로 삼아 살아왔다. 정주영이라는 오너 밑에서 CEO만 20년 가까이 한 사람이, 어떤 기준도 없이 그렇게 할 수 있었겠나. 요즘 최전방에서 만기 제대한 내 아들을 두고 군대 안 갔다는 얘기가 인터넷에 떠돈다는데, 그건 우리 당원들에게 불안감을 주어서 나를 한나라당 후보가 되지 못하게 하려는 사람들의 유언비어이다. 한나라당 당원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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