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의 마법사 만년 꼴찌 1등 만들다
  • 이용균 (경향신문 기자) ()
  • 승인 2006.10.2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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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 월드시리즈 진출시킨 짐 레이랜드 감독

 
한 시즌에 1백패를 한 팀이 있었다. 그것도 5년 동안이나. 2003년에는 무려 1백19패를 기록해 메이저리그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패전을 기록하기도 했다. 만약 이 팀의 팬이라면 화병으로 건강에 이상이 왔을지도 모른다. 바로 메이저리그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다.
그랬던 디트로이트가 올 시즌 대반전을 이루어냈다. 디트로이트는 개막전 5연승을 거두며 파란을 일으키더니 아메리칸 리그 중부 지구에서 미네소타 트윈스와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였고, 결국 2006년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디트로이트의 올 시즌 성적은 95승67패. 아메리칸 리그 중부 지구 2위를 했지만 와일드 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디비전시리즈에서 ‘호화 군단’ 뉴욕 양키스를 3승1패로 물리치더니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오클랜드를 4승 무패로 넘어뜨렸다. 그야말로 타이거스 돌풍이다. 디트로이트 팬들은 수십 년간 쌓여왔던 체증이 싹 풀린 듯 열광에 열광을 거듭하고 있다. 이미 월드시리즈 1차전 티켓은 모두 동이 났다.
디트로이트가 이렇게 환골탈태할 수 있었던 비결은 명장 짐 레이랜드 감독 덕분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한화 김인식 감독의 ‘믿음의 야구’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처럼 디트로이트는 미국판 ‘믿음의 야구’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레이랜드 감독의 능력은 슈퍼스타 하나 없는 팀을 하나로 묶어 힘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 경험 없는 젊은 선수들을 데리고 시즌을 치르는 데도 일가견이 있다. 엄격함과 자상함이 공존하는 특유의 지도 스타일 덕분이다.
연봉 총액이 무려 1억9천5백만 달러나 되는 뉴욕 양키스는 연봉 총액이 절반도 안 되는 디트로이트(8천2백만 달러)에 디비전시리즈에서 무너졌다. 첫판을 이기고도 내리 세 판을 졌다. 디트로이트에서 연봉 1천만 달러가 넘는 선수는 4번타자 오도네스 등 겨우 두 명뿐이다.
레이랜드 감독은 1990년부터 1992년까지 피츠버그 감독을 맡아 팀을 3연 연속 아메리칸리그 동부 지구 1위에 올려놓는 저력을 발휘했다. 3년 연속 지구 1위를 차지하는 동안 20세이브 이상 거둔 투수가 한 명도 없었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증거다.

엄격함과 자상함으로 선수들 한데 묶어

1997년에는 플로리다 마린스 감독을 맡아 대번에 우승을 거머쥐었다. 팀 재건을 노리고 여러 투수들을 영입했지만 이팀 저팀에서 영입해오는 바람에 팀의 화합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당시 플로리다 마린스의 투수들은 내셔널리그에서 세 번째로 평균 연령이 낮았다. 그러나 레이랜드는 이들을 하나로 묶었고 결국 우승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레이랜드는 1999년 콜로라도 감독을 마지막으로 갑자기 은퇴를 선언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 안에 있는 것들이 모두 다 타버렸다. 이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겠다.” 이후 세인트루이스에서 스카우터 생활을 하며 젊은 선수들을 찾아다니는 것이 소일거리의 전부였다.
그러나 열정을 충전한 레이랜드는 6년 만인 올 시즌 디트로이트 감독으로 돌아왔고 만년 꼴찌 디트로이트를 1984년 이후 22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올려놓는 쾌거를 이룩했다.
레이랜드의 강점은 11년 동안의 마이너리그 감독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선수 관리 능력이다. 레이랜드는 “마이너리그 감독을 하게 되면 투수 코치도 됐다가 타격 코치도 됐다가 수비 코치도 돼야 한다. 선수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무엇이 불만인지 알 수 있게 된다”라고 말했다. 레이랜드가 젊은 선수들의 고민을 해결하고 노장 선수들로부터 남은 힘을 쏟아내게 하는 비결이다.
올 시즌 디트로이트 유니폼을 입은 투수 케니 로저스(40)는 한때 ‘악동’ 소리를 듣기도 했던 투수였지만 레이랜드 감독 밑에서 자상한 형으로 변신했다. 팀 내 고참 투수로서 후배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전수해주는 플레잉 코치 역할을 하기도 했다. 덕분에 벌랜더·주마야 등과 같이 공만 빠른 투수들은 빠르게 성장해갈 수 있었다.

‘레이랜드의 마법’은 계속될 것인가

엄격함 또한 무시무시하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포수 이반 로드리게스는 시즌 초반 코칭스태프와 불화를 일으켰다가 레이랜드 감독으로부터 호되게 당했다. 레이랜드 감독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코칭스태프의 손을 들어줬다. 레이랜드 감독은 피츠버그 감독 시절, 당시 피츠버그 선수였던 배리 본즈가 TV 카메라 앞에서 코치에게 불손한 태도를 보이자 욕을 섞어가며 “운동장에서 꺼져버려!”라고 호되게 욕한 바 있다. 일부 언론은 레이랜드 감독을 일컬어 ‘메이저리그 갑부 선수들을 블루칼라 노동자로 만드는 감독’이라고 비꼬기도 한다.
평가야 어떻든 레이랜드 감독이 팀을 하나로 묶어 목표를 이루도록 하는 데 최고 감독 중 하나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 레이랜드의 마법이 월드시리즈까지 통할 수 있을까. 마무리 토드 존스, 1루수 션 케이시가 부상이다. 시속166㎞로 공을 던지는 주마야도 손목이 좋지 않다. 그래도 어쩐지 마법은 계속될 것 같다.

 
일본 프로야구 챔피언을 가리는 재팬시리즈도 10월21일부터 시작되었다. 지난해에는 이승엽이 속한 지바 롯데 마린스가 재팬시리즈에 올라 관심을 끌었지만, 올해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센트럴리그 4위에 그쳤다.
재팬시리즈는 센트럴리그 1위 팀과 퍼시픽리그 1위 팀이 7전4선승제로 맞붙는다. 센트럴리그의 경우 리그 승률로 1위를 가리지만 퍼시픽리그는 2-3위 승자가 다시 1위와 맞붙는 플레이오프를 치러 진출 팀을 가린다. 센트럴리그 1위는 이승엽을 제치고 홈런왕을 차지한 타이론 우즈가 있는 주니치 드래곤스. 퍼시픽리그 진출 팀은 ‘엽기 야구선수’ 신조 쓰요시가 속한 니혼햄 파이터스다.

주니치는 선동열·이상훈·이종범 등이 뛰어 우리에게도 익숙한 팀. 올시즌 주니치 전력의 핵심은 타격 1위 후쿠도메 고스케다. 후쿠도메는 일본에 진출한 이종범을 외야수로 밀어냈던 선수로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올 시즌 타율 3할5푼1리를 기록했다. 타이론 우즈는 47홈런 1백44타점으로 2관왕에 올랐다.
니혼햄의 핵심 선수는 역시 신조 쓰요시.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와 니혼햄에 입단한 신조는 올 시즌을 마치고 은퇴를 선언한 터라 팬들의 관심이 더욱 높다. 한국 프로야구를 취재하러 온 요미우리 신문의 아라이 기자는 “일본 야구 팬들 대다수가 니혼햄의 우승을 바라고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니치와 니혼햄 모두 우승 경험은 단 한 번밖에 없다. 주니치는 1954년. 니혼햄은 1962년뿐이다. 주니치는 2004년에도 제팬시리즈에 오른 적이 있지만 니혼햄은 25년 만에 첫 진출이다.
 주니치의 에이스는 다승·탈삼진 1위, 방어율 3위에 오른 가와카미 겐신. 니혼햄의 신인 야기 도모야는 12승8패, 방어율 2.48로 일본의 ‘류현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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