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향연’은 계속된다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6.10.2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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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조수미·정명훈, 1·2위…김명곤 장관·봉준호 감독 첫 진입

 
‘전문가 그룹은 대중 문화보다는 고급 문화를 선호한다. 그것도 클래식 음악을.’ 이번 조사 결과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렇다. 전문가 1천명 가운데 1백42명(14.2%)이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 예술인으로 성악가 조수미를 꼽았다. 2위는 지휘자 정명훈(12.1%). 지난해 조사에서도 1, 2위를 차지했던 두 사람이 올해는 순위를 바꾸었다. 3~10위는 김명곤 문화부장관(8.2%), 이문열 작가(7.2%), 임권택 영화감독(6.1%), 황석영(4.4%) 작가, 고은 시인(3.6%), 봉준호 영화감독(3.1%), 박찬욱 영화감독(3.0%), 조정래 작가(2.6%) 순이다.

조수미씨에게 올해는 뜻 깊은 해이다. 조씨가 국제 무대에 데뷔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음악 인생 20년을 기념하는 전국 순회공연은 성황을 이루었다.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콘서트는 표가 조기 매진되어 추가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앙코르 공연을 할 정도였다. 클래식 공연으로는 근래 보기 드문 일이었다.

조씨는 이번 조사에서 종교인, 사회단체 활동가, 금융인, 정치인, 법조인, 교수, 행정 관료 사이에서 1위로 꼽혔다. 비교적 골고루 지지를 받았다. 이런 결과는 그녀가 5~6년 전부터 뮤지컬 음악, 영화음악 등을 담은 크로스 오버 음반을 내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 크로스 오버 음반 <온리 러브>는 ‘클래식 음반’으로는 처음으로 100만 장이 넘게 팔렸다. 음악 평론가 정준호씨는 “영화음악을 담은 음반 등이 인기를 끌면서 대중적 지지가 늘어나 조수미씨가 가수 조용필씨나 서태지처럼 국민적 아이콘으로 자리 매김했다”라고 말했다.

대중 문화는 상대적 약세

지난해 초부터 서울시향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는 정명훈씨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서울시향은 올해 학교, 문화회관에서 여는 ‘찾아가는 음악회’를 포함해 100여 차례 공연을 하고, 연말까지 베토벤 교향곡 1~9번을 연주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3월에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했고, 오는 11월에는 4백58년 전통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함께 한국을 포함해 아시안 투어를 연다. 정명훈씨도 조수미씨와 함께 여러 집단에서 골고루 지지를 받았는데, 특히 언론인들은 정씨를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 예술인으로 꼽았다.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문화 예술인 분야 조사에는 ‘단골손님’들이 많다. 2000년부터 문화 예술인 분야를 따로 조사하기 시작했는데, 그동안 결과를 살펴보면 10위권 안에 새로 들어온 문화 예술인 인사는 많지 않았다. 올해 새로 진입한 사람은 김명곤 문광부장관과 봉준호 영화감독, 두 명뿐이다.

현직 문화부장관이 순위권에 오른 것은 이번이 세 번째. 2000년 조사에서 김한길 당시 장관이 9위로, 2003년 조사에서 1위로 꼽힌 이창동 당시 장관이 1위로 꼽힌 바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문화부장관이 되기 이전에 소설가로, 영화감독으로, 연극인으로 성가를 올렸다는 점이다. 김명곤 장관은 2000년에도 ‘고급 예술의 대중화’ 기치를 걸고 국립극장 극장장을 맡으면서 7위에 올랐다.

봉준호 감독이 8위에 오른 것이 뜻밖이라면 뜻밖일 수 있다. 그가 만든 <괴물>이 한국 영화 흥행 신기록을 경신한 것을 떠올린다면, 8위는 박해 보인다. 우리 사회의 오피니언 그룹들은 신진보다는 해외 인지도나 지명도가 높은 예술가를, 대중 문화보다는 고급 문화를 더 선호한다고 봐야 할까. 혹은 대중 문화 트렌드에 민감하지 않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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