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산’과 함께 찾아가는 천불천탑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6.10.2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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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선택]장편소설

 
또 하나의 이름인 내 아이디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둘 중 하나다. ‘unjusa?’ ‘술을 먹고 주사를 안 부리겠다는 다짐이냐’거나, 내 과거를 조금 아는 이들은 ‘주사파를 반대하는 선언이냐’고 묻는다. 염화미소,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읽으라고 한다. 운주사. 천불천탑의 전설로 유명한 전남 화순의 그 운주사를 뜻한다.

내가 운주사를 알게 된 것은 황석영의 대하소설 <장길산>과 김중태의 소설 <해적> 덕이다. 10여 년 전 소설을 읽고 찾은 운주사는 아는 만큼 보였고, 소설의 감동도 두 배로 남았다. 대하소설을 읽고, 그 배경이 되는 곳을 여행하면 이렇게 두 배로 남는 장사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일품인 전남 보성과 벌교 등을 중심으로 한 <태백산맥>, ‘징게 맹갱 외에밋들(김제 만경 너른들을 뜻하는 전라도 사투리)’의 묘사로 시작하는 <아리랑>, 전북 남원시 사내면 노봉마을이 무대인 <혼불> 등은 전라권 여행의 안내서이다. <녹두장군>이나 <갑오농민전쟁>을 읽고 전북 정읍, 전남 장흥 일대를 찾으면 동학 농민군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를 무대로 한 <토지>, 경북 밀양이 배경인 이문열의 <변경>, 경북 청송이 등장하는 <객주> 등은 경상권을 대표하는 대하소설이자 안내서이다.

대하소설은 보통 수년에 걸친 작가의 취재력이 뒷받침된다. 당시 시대적 풍속이나 지리적 특성이 수많은 등장인물과 씨줄, 날줄로 촘촘히 엮인다. 그래서 소설 무대가 되는 지역의 살아 있는 길라잡이 구실을 하기에 충분하다.

대하소설을 읽을 때 지도를 펴놓고 함께 보는 것도 나만의 테마 여행을 준비할 수 있는 노하우다. 서울시 지도를 펴놓고 <적과 동지>를 읽은 다음 거니는 광화문과 종로 일대는 느낌이 다를 것이다. 분명 읽으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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