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교에 버스 정류장 만든다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6.10.2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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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추진…오페라하우스 건설·둔치 녹지화도 추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승부수가 청계천이었다면, 오세훈의 서울시장의 승부수는 한강에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서울시장 취임 이후 오시장이 처음으로 발표한 대규모 프로젝트가 바로 ‘한강 르네상스’ 계획이기 때문이다. 오시장이 의욕적으로 조직한 ‘창의서울 추진본부’ 역시 한강에 방점을 찍고 있다.

오시장이 한강에 그린 서울시의 청사진이 가파르게 구체화하고 있다. ‘한강 르네상스’ 계획을 위해 오시장은 민·관·연 협동 체제를 구축했다. 서울시 한강 르네상스 추진단(추진단)이 키를 잡은 가운데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지원연구단이 구체적인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이를 지원하고, 한강 르네상스 시민위원회가 계획 하나하나를 심사하는 형태다.

한강 르네상스의 모태가 되는 것은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설립 계획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임기 말에 추진했던 이 계획에 대해 오시장은 선거 기간까지만 하더라도 부정적이었다.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드는 비용으로 중소 규모 문화센터를 만들어 서울시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늘리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해서이다.

시장 당선 이후, 오시장은 노들섬을 세 번 찾았다. 그리고 생각이 바뀌었다. 노들섬을 한강의 여의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다. 오시장은 노들섬 오페라하우스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능가하는 서울의 랜드마크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단순한 오페라하우스를 넘어서는 아트콤플렉스로 오히려 판을 키웠다.

노들섬 아트콤플렉스는 아직 정확한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충 원래 계획보다 4배에서 8배 정도 확대된 6만~12만 평 규모로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페라하우스뿐만 아니라 전시관 박물관 실험극장 연구공간 및 컨벤션센터까지 들어설 예정이다. 민자 유치를 통해 호텔도 들어설 예정이다.

노들섬 아트콤플렉스를 중심으로 오시장은 점·선·면으로 확장되는 한강 르네상스 계획을 수립했다.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나왔던 산발적인 공약들을 끌어모으고 서울시청 공무원 등에게 아이디어를 수배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과 시민위원회의 감수를 거쳐 한강 르네상스 계획은 시장 취임 100일에 맞추어 발표되었다.

한강 르네상스 계획에 담긴 기본 철학은 한강에 대해 ‘치수’를 넘어선 ‘용수’ ‘이수’ ‘통수’의 정책을 편다는 것이다. 한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한강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한강을 강남북 격차 해소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한강 르네상스 계획에 담긴 기본 철학이다.

오페라하우스 계획을 아트콤플렉스 계획으로 키운 이유는 서울에 랜드마크가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 때문이었다. 만들어진 지도 오래되고 규모도 크지 않은 남산타워나 63빌딩으로는 서울의 발전된 모습을 외국인들에게 보여줄 수 없다는 생각에 새로운 서울의 랜드마크에 집착하게 되었다. 추진단은 외국 특파원이 서울발 뉴스를 전할 때 앞에 서서 방송할 새로운 장소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강 다리에 가로수도 심을 예정

변경된 계획에서 가장 눈에 뜨는 변화는 민자 유치를 통해 아트콤플렉스에 호텔 시설을 갖춘다는 것이다. 호텔을 들이면 서울 서부 지역의 중심 호텔이 되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오페라 관람과 패키지 상품으로 운용할 수 있고, 새로 들어서는 상암동 국제미디어센터나 여의도 금융센터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을 투숙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노들섬 아트콤플렉스와 함께 생기는 변화 중 가장 큰 것은 한강 다리 중간에 버스가 서게 된다는 것이다. 추진단은 노들섬 아트콤플렉스와 연결하는 한강대교뿐만 아니라 여러 한강 다리 중간에 버스 정류장을 설치해 한강 접근성을 개선할 예정이다. 다리 위에 설치되는 버스 정류장과 한강 둔치는 엘리베이터로 연결된다. 이종현 서울특별시 부대변인은 “한남대교와 마포대교가 1차 대상인데, 단순히 정거장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맨 바깥쪽 차도를 녹지로 조성해 가로수가 있는 다리를 만들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 정책을 통해 한강 둔치에 대한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강 둔치의 접근성을 좋게 하기 위해 추진단이 마련 중인 또 다른 계획은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 위로 보행 녹도를 설치한다는 것이다. ‘토끼굴’이라 불리는 지하 연결 통로 말고 지상에 보행 녹도를 설치해 접근성도 좋게 하고 녹지 공원도 확장할 예정이다. 특히 상암동 난지 시민공원에는 하늘공원 노을공원과 한강 둔치를 연결하는 대형 녹도를 계획하고 있다. 기존 지하 연결 통로도 새롭게 더 만들고 기존 통로는 개선할 예정이다.

한강 둔치는 한강 르네상스 계획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게 될 곳이다. 지금 설치된 콘크리트 블록 위로 흙을 덮어 각종 식물들이 자라게 만든다는 것이 기본 구상이다. 개중에는 시민들이 직접 가꿀 수 있는 ‘가족 화원’ 프로그램도 두어서 시민이 만든 화원을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한강 둔치의 변화 방향은 지금처럼 체육 활동 위주로 사용되는 곳을 문화 활동도 할 수 있도록 쓰임새를 확장하자는 것이다. 강 둔덕에 유선형의 계단 모양으로 좌석을 만들고 강물 위에 무대를 세워 야외 극장으로도 활용할 예정이다. 서울시에서는 강을 무대로 공연되는 작품도 계획 중이다. ‘이순신의 꿈’이라는 작품인데, 실제 배들이 움직이는 공연을 강물에 발 담그고 관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화룡점정’은 경인운하 건설

문화는 도시 마케팅 차원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다. 서울시는 도시 마케팅 차원에서 기획 중인 <괴물2>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킹콩>을 통해 뉴욕이 알려졌듯이 <괴물2>로써 서울에 대한 감수성이 생기도록 한다는 것이다. 서울의 아름다운 모습을 홍보할 수 있도록 뷰포인트 50곳을 선정해두었다. 석철진 서울특별시 정책전문관은 “외국 관광객의 평균 서울 체류 기간이 1~2일이다. 서울에 볼거리 놀거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을 하룻밤 더 재우는 데 한강 르네상스 계획이 일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강 르네상스 계획에 따르면 한강 다리 중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게 될 곳은 반포대교이다. 다리에 낙하 분수가 설치되어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반포대교 밑의 잠수교는 보행 전용교로 용도가 바뀐다. 추진단은 잠수교를 보행 전용교로 바꾸어 강남북 통합의 상징물로 만들 계획이다.

한강 르네상스 계획의 또 다른 승부수는 강물 위로 다양한 배들이 지나가게 만든다는 것이다. 먼저 고속으로 달리는 수상택시를 도입한다. 6~8인승의 수상택시는 여의도에서 뚝섬까지를 10분 안에, 잠실까지는 13분 안에 승객을 옮길 수 있다. 관광용 수륙양용 버스도 새로운 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63빌딩과 국립중앙박물관 전쟁기념관을 연결하는 코스와 암사동 선사유적지와 몽촌토성-코엑스를 연결하는 코스, 두 개 노선이 운행될 계획이다.

유람선과 카페 등 선상 시설물들도 전면 개선된다. 일단 노후 유람선 세 척을 교체하고 공연 전용 유람선을 도입할 예정이다. 유람선에서 선보이는 공연은 클래식 일변도에서 벗어나, 힙합이나 비보이 공연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덕수 서울시 도시계획 국장은 “한강 르네상스 계획이 실현되면 강 위로 많은 배들이 붐비게 되어서 한강에 신호등을 설치해야 할 날이 올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수상 교통수단을 활성화시키는 또 다른 목적은 방치된 한강 주변 역사 유적지를 관광 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다. 석철진 정책전문관은 “서울은 수천년 역사를 간직한 도시다. 6천년 전 선사 시대 유적지 2천년 전 쌓은 몽촌토성, 아차산 고구려 유적지, 절두산 근대 유적지 등이 한강 르네상스 계획을 통해서 도심 관광지로 재탄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람선을 타고 관람할 수 있도록 강변 스카이라인도 재정비할 계획이다. 아파트밖에 볼 것이 없는 현재의 스카이라인을 서울의 발전상을 보여줄 고층 건물이 보일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계획에 따라 잠실 제2 롯데월드 부지, 여의도 통일교 부지, 뚝섬 삼표 레미콘 부지 등에 추진 중인 고층 건물 건축 계획이 탄력을 얻었다. 야간 관광을 위해서 한강 다리 조명 시설과 강변 아파트 조명 시설도 재정비된다.

한강 르네상스 계획의 화룡점정은 경인운하 건설이다. 경인운하가 건설되면 한강의 서해 항로가 복원된다. 현재 한강은 남북 접경 지역으로 흘러서 서해 항로와 연결되어 있지 않다. 추진단은 서해 항로 복원이 한강 르네상스의 본격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건설 여부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운짱’ 정치인 오세훈 시장에게 한강 르네상스는 또 하나의 대운을 선물할 수 있을까? 그 결과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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