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정명석 비호’ 확인됐다”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6.10.2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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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병렬 의원, 국정감사에서 폭로…<시사저널>, 지난 4, 8월에 의혹 제기

 
“범인을 잡아야 할 검사가 범인의 도피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지난 10월17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사에서 진행된 국회 법사위원회 서울고검 및 산하 지검 국정감사에서 열린우리당 선병렬 의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선의원은 이날 첫 번째 질의에서 JMS(공식 명칭 기독교복음선교회) 교주 정명석과 관련한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1999년부터 여성 신도를 성폭행하고 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정명석씨는 2001년 출국한 이후 인터폴에 적색 수배된 가운데 도피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도피 와중에도 해외에서 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하는 여성들이 속출했다. 얼마 전에는 일본 아사히 신문이 1면 머리기사에서 정씨와 JMS 교단의 비리 행각을 크게 보도한 바 있다. 아사히 신문 기사의 부제목은 ‘(성폭행)피해 여성 100 명’이었다. 선병렬 의원은 지난 7년간 검찰이 수배자 정명석을 체포하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오히려 현직 검사가 정명석씨에게 수사 자료를 넘겨주고 수사 대처 요령을 알려주었다고 폭로했다.

선의원이 지목한 검사는 서울 북부지검에 재직 중인 이 아무개 검사다. 이미 <시사저널>은 제862호(2006년 4월24일 발행)와 제877호(2006년 8월7일 발행) 기사에서 이 아무개 검사의 정명석 비호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JMS 비리를 고발하는 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 ‘엑소더스’측으로부터 올해 4월 고발당했지만 여전히 검사로 수사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아무개 검사가 정명석씨를 비호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홍콩 엑스파일’이다. 홍콩 엑스파일이란 정명석 교주가 홍콩·중국에 체류하면서 한국 JMS 교단 간부 및 열성 신도들과 주고받은 e메일 문서 파일을 말한다. 선병렬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홍콩 엑스파일’ 문건 일부를 직접 공개했다. 이 아무개 검사가 직접 작성했다는 문건 <법률 문제 현황과 대책>은 ‘R(정명석 교주)’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성들의 진술을 조목조목 분석했으며, 그에 대한 JMS측의 대응 요령을 기술하고 있다. 아직 공판도 하지 않은 사건의 피해자 진술 내용을 이 아무개 검사가 직위를 이용해 입수한 것이다.

선의원은 이날 검찰이 과연 정명석씨를 수사·체포할 의지가 있는지를 매섭게 따져 물었다. 2002년 9월 기소 중지(사실상 수배)된 상태에서 홍콩에 머무르고 있던 정명석 교주는 홍콩 총영사관 파견 수사관(경찰)에게 적발된 적 있다. 이때 수사관이 대전지검에 여권을 중지시켜달라고 요구했으나, 대전지검 담당 검사가 묵살했던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새롭게 드러났다.

국정원은 ‘홍콩 엑스파일’ 관련자 이미 해임

이 아무개 검사의 정명석 비호 고발 사건을 접수한 검찰은 지난 5개월 동안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다. 그 사이 담당 검사만 세 번 바뀌었다. 처음 사건을 맡았던 검사는 이 아무개 검사의 북부지검 옆방 검사였다. 한때 이 사건을 맡았던 검사는 사건이 다른 검사에게 배정된 직후 “홀가분하다.

짐을 벗어서 좋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자기 사건이 다른 검사에게 넘어갔는데 서운하거나 섭섭하지 않은가?”라고 묻자 “전혀. 검사가 검사를 수사한다는 게 좀 그렇잖아요…”라고 답했다. 임채진 서울중앙지검장은 국정감사 답변에서 “이 아무개 검사에 대해 서면 조사를 했으며 관련자를 더 조사한 뒤 소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당사자인 이 아무개 검사는 <시사저널>의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검찰의 안일한 태도는 비슷한 사건을 접한 국가정보원(국정원)의 신속하고 공정한 처리와 대비된다. ‘홍콩 엑스파일’에는 국정원 윤 아무개 직원이 반JMS 단체 회원들의 출입국 기록을 불법 조회한 내용이 나온다. 이 소식을 접한 국정원은 자체 감찰에 착수해 ‘홍콩 엑스파일’의 내용이 사실임을 밝혀내고 지난 8월31일 윤씨를 해임했다. 아직 검찰이 ‘홍콩 엑스파일’의 정확한 출처를 밝히기 전인데도 징계를 먼저 내린 것이다.

검찰은 그동안 ‘홍콩 엑스파일’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며 이 아무개 검사를 소환하는 것을 미루어왔다. 하지만 10월 초 ‘홍콩 엑스파일’을 직접 관리했던 문 아무개씨가 검찰에 출두하면서 이 변명도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검찰은 지난 2002년 수사 중 폭행 사건과 관련해 현직 검사를 사법처리한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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