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위세’어디로 가고…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6.10.2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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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문화재 오른 옛 중앙정보부 건물, 초라한 모습으로 남아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이라는 조국 통일 3대 원칙을 남북 간에 합의했다.”
1972년 7월4일,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중정) 부장이 7·4 남북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남북 간 통일 논의가 있을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중대 원칙이 확립되는 순간이었다. 당시 이후락씨가 이 성명을 발표한 장소는 서울 성북구 이문동에 있던 중정 2층 강당이었다.

2004년 9월, 문화재청은 중정이 강당과 회의실로 썼던 이 건물의 역사성을 인정해 등록문화재 제92호로 등록했다. 1962년에 만든 것이니 등록문화재 가운데 시기적으로 현재와 가깝다. 1961년 창설된 중앙정보부는 1995년 국가정보원이라는 이름으로 현재의 내곡동 신 청사로 이전하기까지 33년간 이 자리를 지켰다.

강당은 100석이 조금 넘는 규모이다. 조선 제20대 왕인 경종과 그의 계비 선의왕후 어씨의 능인 의릉 바로 옆에 있다. 지난 10월24일 가보았는데, 각진 건물이 잘 단정된 의릉을 중심으로 한 주변 풍광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잠긴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보니 소파와 탁자, 1층 강당의 모습이 보였다. 뒤편 보일러실은 문이 잠기지 않아 돌로 문을 막아놓고 있었다.

1996년부터 일반인들에게 알려졌으니 10년간 먼지를 뒤집어쓴 것에 비추어보면 상태는 괜찮은 편이었다. 그러나 입구에 있는 안내판이 없다면 이 건물이 과거 막강한 위세를 떨쳤던 중정과 관련 있다는 것을 알 도리가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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