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에 가면 ‘일본 절’이 있다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6.10.2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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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년 설립, 에도 시대의 건축 양식 선보여…증산교·원불교 ‘성지’도 볼 만해
 
우리나라에 일본 절이 있다? 믿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이는 사실이다. 그것도 역사가 100년 가까이 되었다. 근대 문화유산 가운데 등록문화재로 등록된 유일한 사찰인 전북 군산에 있는 동국사가 그곳이다. 이 절의 대웅전은 2003년 7월 등록문화재 제64호가 되었다. 일제 시대 조선에 일본 사찰은 4백90개 정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60년이 지나는 동안 동국사만 남았다. 한때 동네 청년들이 사찰 일부 구조물을 망치로 때려 부수기도 했으나 다행히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동국사는 원래 이름이 아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 사찰은 1913년 금강사라는 이름으로 일본 승려 우치다가 창건했다. 광복 이후 김남곡이라는 스님이 이 절을 사서 운영하다가 1970년대 들어와 조계종에 증여해 지금은 조계종 제24 교구인 고창 선운사 말사이다.

동국사 총무 종걸 스님은 “동국사는 사실 한·일병합 1년 전인 1909년, 일본 조동종 소속 승려가 포교 목적으로 건립한 사찰이다. 광복될 때까지 주지가 세 번 바뀌었는데, 건축 자재는 모두 일본에서 가져왔고, 일본 기술자들이 일본 전통 양식으로 지은 절이다”라고 설명했다. 대웅전 왼쪽에 있는 종에는 일본 교토에서 주조했다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일제 시대 군산은 일본으로 쌀을 실어나르는 창고 역할을 한 곳이기 때문에 일본인들이 많이 살았다. 당시 군산 인구를 조사한 한 자료에 따르면 ‘조선인 두 명에 일본인이 한 명’꼴이었다고 하니 얼마나 일본인들이 많았는지 짐작할 만하다. 동국사는 이런 배경에서 창건되었다.

우리에게 생소한 이 절은 오히려 일본에 널리 알려져 있다. 종걸 스님은 1주일에 50명이 넘는 일본인 관광객이 동국사를 찾아온다고 말했다. 일본 관광객들이 들고 다니는 책자에도 동국사가 소개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침략의 첨병 역할을 한 역사 현장이지만, 그들로서는 한국에 일본 사찰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 공부거리도 되고 신기한 모양이다.

이 절 요사채는 대웅전과 복도로 연결되어 있다. 절 자체가 하나의 생활 공간인 일본 불교의 특징이다. 건물 외벽에 창문이 많은 것도 습기가 많은 섬나라 일본의 건축 양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오밀조밀한 내부, 단청을 하지 않은 외벽 등 동국사는 일본 에도 시대의 전형적인 건축 양식을 사찰에 구현했다.

 
독특한 역사와 양식을 가지고 있다 보니 영화 촬영이나 화보 촬영에도 자주 이용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타짜>의 일부 장면도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유명 백화점 카탈로그나 여행 잡지에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일본 건축 양식을 공부하는 건축학과 학생들이나 문화인류학을 공부하는 학자들도 자주 이 절을 찾아 한국과 일본 간 문화 교류 역사 및 건축 양식의 차이를 배운다. 종걸 스님은 “살기에는 불편하지만, 후세들에게 우리의 과거사를 가르치기 위해 사찰을 보존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등록문화재에는 동국사 말고 제185호인 전북 김제 증산법종교 본부영대 및 삼청전과 제179호인 원불교 익산성지가 있다. ‘증산법종교 본부영대’는 1949년 증산도 교주 강일준(강증산) 부부의 무덤을 봉안하면서 형성된 종교 성지이다. 토착 신앙과 더불어 근대 민족 종교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유적지다. 증산미륵불을 봉안한 삼청전을 비롯해 1950년대 지어진 건물이 많이 있다.

원불교 익산성지에는 1924년 9월 익산총부를 건설하면서 최초로 지은 본원실을 비롯해 1927년 교조인 소태산 대종사의 처소로 지어진 금강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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