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직업적 삶 평생 동안 책임진다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2006.10.2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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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 ‘졸업 후 AS’까지 보장하는 취업 토털 시스템 가동

 
1990년대만 해도 인제대는 백병원이 모태가 된 학교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인제대는 더 이상 백병원과 의과대학의 명성에만 기대지 않는다. 특히 본교가 있는 경남 김해에서 이 대학은 ‘취업 잘 시키는 대학’으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인제대는 교육부 B그룹(졸업생 2천명 이상~3천명 미만) 취업률 조사에서 2004년 전국 3위(78.9%)에 오른 데 이어 2005년(84.6%), 2006년(81.2%) 연거푸 전국 2위를 차지했다. 올해 같은 그룹에서 취업률 1위인 경희대(82.4%)에 불과 1.2% 포인트 뒤진 2위였다.

취업률 2위에 오른 것보다 인제대가 더 의미를 두는 것은 정규직 취업률 부문에서도 전국 2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구체적 수치로 따져보아도 인제대 총 취업률은 지난해보다 3.4% 포인트 하락했지만 정규직 취업률은 1.1% 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폭이나마 취업의 질이 나아졌다는 방증이다.

학생들, 30년 뒤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세워

인제대가 지역에서 취업 명문으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무엇보다 학생의 전 생애를 망라하는, 인제대 특유의 취업 토털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재학 시기뿐 아니라 졸업 이후의 취업·직업 활동까지 책임진다는 것이 이 시스템의 핵심이다. ‘한번 인제인은 영원한 인제인’으로 보고 평생 애프터서비스를 실시하는 셈이다. 

이 시스템은 크게 세 단계로 구분된다. △재학생 진로 교육 단계 △졸업 예정자 취업 지도 단계 △졸업생 텐더 케어(Tender Care) 단계가 그것이다. 이에 따라 인제대생들은 졸업한 뒤에도 모교에 돌아와 재교육을 받음으로써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 걸맞게끔 직무 능력을 향상시키고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누린다. 

인제대가 취업 명문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두 번째 비결은 동기 부여형 취업 교육이다. 현실을 직시하되 꿈을 심어주는 것이야말로 바람직한 진 로 지도라고 인적자원개발처장 박석근 교수(국제경상학부)는 강조했다. 인제대는 신입생 전원이 수강하게 되어 있는 진로 지도 수업 첫 시간에 ‘나만의 큰바위 얼굴을 그려보라’고 지시한다. 15년 뒤 자기가 닮고 싶은 얼굴, 자기가 되고 싶은 직업인상을 그려보게 하는 것이다. 그 뒤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앞으로 할 일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시간표를 짜보게 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이 학교 인문문화학부 3학년인 김 아무개양은 1학년 때 적성 검사 및 경제학 분석 기법인 SWOT 분석법을 이용해 자신의 장·단점 등을 따져본 결과 15년 뒤 자신은 보석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세웠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목표가 세워지고 나면 다음은 멘토를 구하는 단계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사회 선배로 김양은 김해 시내에 있는 한 보석학원 원장을 선택했다. 이어 김양은 동료 멘토와 교수 멘토도 구체적으로 선정했다. 평생에 걸쳐 도움을 받게 될 멘토들이다.

그러고 나면 10년 뒤, 20년 뒤, 30년 뒤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 보석 전문가가 되기 위해 유학을 간다면 어디로 갈 것인지, 자격증은 무엇을 따고, 어학 점수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시기별로 세부적인 전략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이 단계를 마치고 15년 뒤 가상 이력서를 쓰게 하면 학생들이 가슴 벅찬 흥분감에 손을 벌벌 떨곤 한다고 박석근 교수는 말했다. 김양은 가상 이력서의 마지막을 ‘○○대 보석디자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라고 장식했다. 

전략 계획을 세우고 나면 다음은 실행 계획을 세우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재학 중 어떻게 ‘스펙’(학점·토익 점수 등 취업 준비 현황을 일컫는 말)을 갖추어 나갈 것인지 경력 로드맵을 작성하게 된다. 학교 홈페이지에서 상시 접속할 수 있게 되 있는 개인별 로드맵에 따라 학생들은 매년 업그레이드된 새 이력서를 작성하며, 학교는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성과를 평가한다.  

전국 최초로 취업 담당 기구 ‘처’로 승격

인제대의 세 번째 성공 비결은 거교적인 지원 체계이다. 인제대는 2년 전 취업정보센터를 인적자원개발처로 확대·개편했다. 전국 최초로 취업 담당 기구를 대학 본부 ‘처’로 승격시키면서 취업 교육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인적자원개발센터는 진로 개발과 취업 지원 외에도 심리 상담, 유학 정보 센터 등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2000년 출범시킨 ‘잡 이니셔티브 + 10’ 사업이 5년 만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전폭적 지원에 힘입은 바 컸다. ‘잡 이니셔티브 + 10’은 매년 취업률을 10% 이상 향상시킨다는 목표 아래 추진된 사업이었다.

올해 초 인제대는 2단계 취업 전략 프로젝트인 ‘UA(University Advance) 21’ 사업에 착수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UA 21은 ‘잡 이니셔티브 + 10’ 사업으로 취업률을 껑충 끌어올린 데서 한 걸음 나아가 취업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신사업이다. 이를 통해 재학생-졸업 예정자-졸업생으로 이어지는 평생 직업 교육 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지역 사회가 필요로 하는 핵심 역량을 지닌 인재를 양성해나가겠다는 것이 인제대의 야심찬 구상이다. 
 
“취업률 높아야 명문 대학”
인제대 박석근 인적자원개발처장

 
박석근 교수는 인제대 취업 교육을 1999년부터 담당해온 베테랑이다. ‘인제 잡 페스티벌’(10월30일~11월10일) 행사 준비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를 만나보았다. 해마다 열리는 이 행사는 지역 중소기업과 재학생·졸업생을 유기적으로 이어주는 만남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동기 부여에 취업 교육의 역점을 두는 것이 인상적이다.

꿈을 꾸다 보면 현실이 된다. 이미지네이션(상상)이 그래서 중요하다. 나는 신입생 수업 시간에 15년 뒤 너희들이 닮고 싶은 큰바위 얼굴을 그려보라고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가르친다. ‘피그말리온 효과’(피실험자에게 긍정적인 기대를 보낼수록 더 잘하게 되는 효과)는 취업 교육에도 적용된다.

인적자원개발처에 졸업생 전용 상담 코너가 있다. 졸업생 대상 취업 지원 프로그램('텐더 케어')도 있다고 들었다. 그처럼 신경을 쓰는 까닭이 무엇인가?

우선은 그렇게 함으로써 졸업생 재교육이 자연스럽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재교육을 통해 부단히 직무 역량을 개발하는 인재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둘째는 졸업생 동문끼리 자체 네트워크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졸업생과 재학생을 멘토-멘티로 연결시켜주는 등 졸업생과 재학생 간에도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취업 관련 부서를 ‘처’로 승격시키면서까지 대학이 취업 교육에 올인하는 것에 대해 내부 반발은 없었나?

설득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던 것은 사실이다. 처음에는 교수가 그런 데까지 신경 써야 하느냐, 취업은 관련 부서에서 맡아 하면 되는 것 아니냐, 그런 반응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재단에서부터 보직 교수·교직원·학생들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우호적으로 변화를 따라주었다. 2000년 ‘잡 이니셔티브 + 10’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취업률이 고공비행을 계속하니까 거기에 고무된 측면도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취업률로 대학을 평가할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믿는다. 산업 구조는 첨단화해가는데 인력 수급 구조는 구식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현재는 심각한 미스매칭(불일치)이 발생한 상태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대학이 바뀌어야 한다. 사회가 대학에 맞추어 변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런 트렌드를 재빠르게 읽어내면서 변화를 수용하는 대학들이 앞으로는 ‘신흥 명문’으로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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