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덮친 ‘붉은 그림자’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6.11.0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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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호 사건 연루 의혹·당원 월북 혐의 등 악재 겹쳐…내부 갈등은 잠잠해져

 
민주노동당(민노당)이 잇달아 악재를 만났다. 최기영 사무부총장, 이정훈 전 중앙위원이 장민호 사건에 연루된 데 이어, 11월2일 평당원인 박 아무개씨가 다시 월북 혐의로 체포되었다. 검찰은 “박씨가 2003년 단독 월북했다가 돌아왔다. 당시 박씨는 민노당원은 아니었다. 이번 장민호 사건과는 무관하다”라고 밝혔다.

장민호 사건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민노당은 곤혹스러운 처지다. 민노당 방북단이 떠나기 전에 장민호 사건이 터진 데 이어, 방북 도중 김일성 생가 방문 논란 등 북한 관련 악재가 계속 돌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장민호 사건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공안 당국 주변에서는 민노당에서 추가 관련자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인 이름까지 흘러나온다. 공안 당국은 특히 민노당 내 세 개 모임을 주목하고 있다. 이 가운데 두 개 모임은 실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민노당 자주파 모임인 서울모임은 실체가 있다. 장민호 사건에 연루되어 연행된 이정훈·최기영 씨 등이 이 모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 당국 주변에서 거론되는 추가 관련자도 이 모임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당은 반발하고 있다. 서울모임이 공개적인 모임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당직자는 “당내 선거 때 의견을 조율하는 성격의 모임이다. 이 모임을 공안 당국이 지목하는 자체가 의도적인 수사다”라고 말했다.

당내 서울모임은 서울 지역에서 활동하는 10여 명 안팎의 자주파 핵심들이 비정기적으로 모여 의견을 나누는 모임이다. 하지만 공안 당국은 이정훈씨가 서울모임에 접근해 조직 확대를 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모임 자체보다 그 구성원에 주목하고 있는 셈이다.

방북단 성과도 ‘북풍’ 탓에 빛 바래

이렇게 외풍이 거세지자, 내풍은 일단 잠잠해지는 분위기다. 장민호 사건 초기 민노당에서는 고질병인 정파 간 갈등이 폭발할 뻔했다. 사회민주주의 성향의 당내 계파로 평등파의 한 그룹인 ‘자율과 연대’가 신 공안 탄압을 중단하라는 당의 공식 견해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내면서다. 이들은 ‘북의 구시대적인 대남 사업에 일부 인사들이 부하 뇌동하고 있다’라며 자주파에 직격탄을 날렸다. 일부 평등파는 ‘주사파가 싼 똥을 당 깃발로 닦고 있다’라며 노골적으로 반발했다.

그러나 공안 당국이 민노당을 정조준하면서, 갈등은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때까지 양쪽 다 한 발짝 물러서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민노당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를 두고 각 정파별로 깊은 시름에 빠졌다. 자주파는 겉으로는 국가보안법 철폐와 사상의 자유 투쟁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속내는 복잡하다. 재판 과정에서 장민호 사건에 연루된 당원들이 북한 쪽과 연계되어 활동한 사실이 드러나면, 평등파의 비판이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평등파는 이번 기회에 북한에 대한 민노당의 노선을 정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강하다. 평등파는 개인의 사상의 자유는 존중하지만, 최소한 공당의 당원으로서 지켜야 할 원칙을 합의하자는 것이다.

11월4일 민노당 방북단은 4박5일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방북단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그러나 방북 성과로 당에 드리운 그림자를 걷어내기에는 어둠이 너무 짙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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