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받은 신일고 학생들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6.11.1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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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전학년 논술 교육…다독·첨삭 지도 덕에 ‘실력’ 짱짱해
 
서울 강북에 위치한 신일고는 내로라하는 입시 명문고가 아니다. 그러나 이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논술 실력은 입시 명문고 학생들의 실력을 뛰어넘는다. 서울대 2006년도 전국 고교별 논술 평균 자료를 보면, 신일고등학교 졸업생들은 서울에서 잠신고등학교 졸업생 다음으로 높은 점수를 얻었다. 논술․독서 지도만은 여느 입시 명문고 못지않게 공을 들인 덕이다. 신일고 이호욱 교감은 “우리 학교는 독서야말로 인재를 키우는 기본 교육이라는 전제 아래 10여 년 동안 꾸준하게 전 학년을 대상으로 독서 교육을 시켜왔다”라고 자랑했다.

신일고는 1, 2학년에게는 분기별로 필독 도서를 읽히고, 독서 활동 보고서를 작성하게 한다. 아무리 책을 싫어하는 학생도 적어도 1년에 책 네 권은 읽고 독후감을 써야 한 학년을 마무리할 수 있다. 독서 활동 보고서
 
는 학년말 시험에서 수행평가에 반영된다. 1, 2학년 독서 지도를 맡고 있는 신동일 교사(국어)는 “독서가 논술의 수단이 되거나 논술이 사람의 생각을 틀에 고정시키는 교육이 되면 위험하다. 그래서 우리 학교 독서 교육의 목표는 활자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좋은 책을 소개해 책과 가까워지게 하는 데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학교에서는 3학년의 경우 논술 시험을 치러야 할 상위권 학생들을 따로 모아 집중적으로 글쓰기 교육을 시킨다. 학생들에게 책이나 신문 사설을 읽고 논술하게 한 뒤, 국어․사회 교사가 돌아가면서 첨삭 지도를 해준다. 역사․ 과학․ 정치 등 다른 과목 교사들은 논술의 배경 지식이 될 만한 지문을 제공하고, 보충 강의를 해준다. 학생들이 쓴 논술 답안지 가운데 잘된 것과 부족한 것을 복사해 비교하며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고3 논술 지도를 맡고 있는 장의동 교사(국어)는 “논술 교육을 할 때 기술적인 요령만 가르쳐주면 뻔한 답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학생들끼리 토론하는 것을 보면서 독특한 생각을 키워주고, 생각하는 훈련이 안 된 학생에게는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준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런 정도의 프로그램으로 모든 학생이 논술 우등생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논술 교육이 정식 교과목에 없다는 이유를 들어 최소한의 독서․논술 지도조차 하지 않는 고등학교가 대부분인 현실에서 신일고 학생들은 복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논술 시험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어 막연하게 불안해하거나 사교육 기관을 기웃거리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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