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기? 시장에게 물어봐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2006.11.13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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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 분양가 상한제 엄격 시행…인근 부동산 가격 안정에도 영향

 
천안시가 전국적인 관심 지역으로 급부상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이 “지방자치단체장이 제 역할만 제대로 했어도 아파트 분양가의 15%는 낮출 수 있었다”라며 맹공을 하고 나선 뒤다. 11월7일 경실련은 단체장이 제 역할을 못한 대표적 사례로 화성 동탄신도시를 지목하며, 건설업체들이 이 지역에서 택지비와 건축비를 터무니없이 부풀려 폭리를 취했음에도 사업 승인권자인 화성시가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실련이 ‘단체장의 노력으로 고분양가를 억제하고 있는’ 전국 유일의 사례로 거론한 것이 천안시이다. 성무용 천안시장은 지난 2004년부터 아파트 분양가 가이드라인을 정해 지역 분양가를 자체적으로 통제해왔다. 곧 2004년 5백만원, 2005년 6백24만원, 2006년 6백55만원을 상한선 삼아, 이를 초과한 분양 승인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로 인해 천안시는 송사에 휘말려 있다. 이런 천안시 방침에 반발한 ㄷ건설업체가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1심은 시행사측 승리. 이에 불복해 항소한 천안시는 11월 말께 있을 항소심 최종 심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단체장이 건설업체의 분양원가 부풀리기를 검증하고 차단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라는 것이 천안시 주장이다. 

성무용 천안시장은 고속철도 개통, 수도권 전철 천안 연장 개통 등의 영향으로 천안 땅값과 집값이 치솟은
 
데 대한 방어책으로 2004년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한 뒤 올해 시장에 재선된 뒤로도 이를 일관되게 추진해왔다.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분양가 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라는 소신에서였다. 시장의 이같은 소신을 익히 아는지라 시청 공무원들도 적당히 분양 승인해 주고 넘어가는 것을 상상하지 못한다. 까다롭게 구는 당신들 때문에 사업이 부도나게 생겼다며 시청 청사에서 뛰어내리겠다고 협박하는 건설업자들을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소송을 제기한 ㄷ시행사의 경우 천안시는 ㄷ사가 올 초 분양 승인을 받기 위해 제출한 분양가 산출 내역을 놓고 조목조목 다툼을 벌였다. ㄷ사처럼 민간 택지에 건설하는 아파트는 대지비·건축비·부대 비용 세 개 항목 내역을 관할 지자체에 신고한 뒤 분양 승인을 받게 되는데, 이들 항목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 것이다.

 
먼저 택지비. ㄷ사가 애초에 신고한 택지비는 3백68억원으로, 평당 2백78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천안시는 시에 신고된 토지 거래 내역 등을 조사한 결과 2백94억원만을 택지비로 인정하겠다고 맞섰다. ㄷ사의 경우 동탄신도시 아파트들처럼 애초에 땅을 산 값보다 부풀려 땅값을 신고했다는 의혹이 큰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양도소득세였다. ㄷ사는 순수 토지 매입비 외에 땅을 판 지주들의 양도소득세(32억원)를 택지비에 포함시킨 상태였다. “땅을 판 사람이 내게 되어 있는 양도소득세를 편법으로 대신 내주기로 한 것도 모자라, 이 비용을 입주자들에게 전가한 셈이었는데 이는 인정할 수 없었다”라고 진광선 주택과장은 말했다. 시행사 오판으로 땅을 비싸게 산 책임을 입주자에게 떠넘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쟁점은 건축비였다. ㄷ사가 애초에 산정한 건축비는 평당 3백50만원이었다. 중산층을 겨냥한 38~48평형 중대형 아파트인 만큼 최고급 마감재를 사용하면서 건축비가 상승했다는 것이 시행사 주장이었다. 그러나 천안시는 이에 제동을 걸었다. “천안시와 다른 지역 건설업체, 인테리어 업체 등의 실태를 조사하고 전문가에게도 두루 자문했다. 아무리 고급 주택이라도 건축비는 평당 2백50만~3백만원이면 충분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었다”라고 진광선 과장은 말했다. 이에 따라 천안시는 평당 2백60만원을 적정 건축비로 권고했다. 

세 번째 쟁점은 부대 비용이었다. 시행사가 애초에 제시한 부대 비용은 평당 2백40만원이었다고 한다. 금융 비용·설계비 등 아파트 공사시 들게 되는 각종 가산 비용에다 제세 공과금과 적정 이윤을 합한 금액이었다. 그러나 이 또한 통상적인 부대 비용이 평당 1백20만~1백50만원임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높은 비용이었다고 천안시는 판단했다. 개중에는 ‘있을지 없을지 모를 민원을 미리 예상해’ 민원비 명목으로 몇 십억원을 잡아놓은 항목도 있었다는 것이다.

평당 분양가 3백만원 이상 깎으라 권고하기도

이같은 산출 작업을 거쳐 천안시가 ㄷ사에 적정 분양가로 1차 권고한 금액은 평당 6백7만원. ㄷ사가 애초에 제시한 분양가(9백7만원)와는 무려 3백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 그뒤 ㄷ사는 분양가를 평당 8백77만원으로 조정하겠다는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시가 정한 상한선(6백55만원)을 넘어서는 분양가를 인정할 수 없다는 천안시와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 천안 건설업계는 불안한 관망을 계속하고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천안시가 정상적인 주택 사업을 막고 있다”라며, 분양가를 둘러싼 논쟁이 장기화할 경우 지역 주택 경기가 위축될뿐더러 심각한 주택 공급 부족 사태가 빚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순수 민간 자본으로 건설되는 민영 주택 분양가까지 지자체가 통제하려 드는 것은 ‘법치 행정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시도’(1심 판결문)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현행 주택법은 공공 택지 내에서 건설·공급하는 아파트에 대해서만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게끔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분양원가를 적극 검증하고 통제하려는 지자체의 이런 시도가 집값 안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다. 천안 지역 아파트 분양가는 3년째 6백만~6백50만원을 유지하고 있다. 인근 평택시 분양가가 최근 7백70만원까지 치솟은 것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안정세이다. 최근 아산신도시에 분양을 시작한 주공이 평당 분양가를 6백80만원 수준에 맞춘 것도 천안시를 의식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실련 김성달 부장은, 항소심에서 법원이 공공 복리를 앞세운 천안시 손을 들어줄 경우 다른 지자체가 이를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상정 의원(민주노동당) 등 국회의원 15명도 천안시의 노력을 입법적으로 뒷받침할 만한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이다. △시·도 단위로 전문가로 구성된 분양가검증위원회(가칭) 설치를 의무화하고 △위원회 검증에 따라 단체장이 분양가에 대한 시정 권고를 할 수 있게 하며 △이를 따르지 않는 업체에는 분양 승인 보류 등 행정 제재까지도 가능케 함으로써 분양가를 안정시키자는 취지의 개정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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