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확대, 투기 세력에게 오히려 기회”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6.11.2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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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관계자들이 본 부동산 대책/“강남 아파트 값 평당 2천만원 가능하다”

 
참여정부 들어 여덟 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4년간 수도권에 1백64만 가구를 건설하겠다고 한다. 시장은 별 반응이 없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언론은 일제히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아파트 건설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30여 년째 아파트 짓는 일을 한다는 중견 건설회사 김 아무개 회장(54), 20여 년 동안 건설사를 운영하고 있는 임 아무개 사장(47), 대기업 건설사에서 재건축 업무를 담당하는 이 아무개 부장(45)에게 부동산 정책과 대책에 대해 물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건설업자와 투기꾼들이 집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는데 정부는 뒷짐을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11·15 부동산 대책에 대하여

임사장 : 이번 대책은 공급을 확대하고 돈줄은 죈다는 계산인데 그동안 발표되었던 대책과 별로 다를 게 없다. 알맹이가 없는 대책은 투기꾼들의 불안감을 걷어내 오히려 아파트 가격을 올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부장 : 공급 확대는 투기 세력과 건설사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집과 관련해서는 세금을 더 때려야 한다. 앉은자리에서 수십 배가 올랐는데 그게 노력의 대가인가? 불로소득 10억원에 1억~2억원 세금을 때리면 ‘세금 폭탄’이라고 한다. 이것은 좀 심하다. 가끔 언론에서 부동산 기사를 쓰면서 건설사 처지를 너무 많이 대변해줘 오버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특히 신문사는 건설사의 광고 물량이 워낙 많아 건설사 처지에서 기사를 써주는 것 같다.
김회장 : 집을 확대 공급하는 것은 대책이 될 수 없다. 집이 모자라는 게 아니다. 한 사람이 아파트를 10~20채씩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런 사람 수두룩하다. 집을 하나 산 다음에 세놓고, 그 돈에 은행 대출을 합쳐서 부인·아들·딸·사위 명의로 집을 산다. 이런 돈줄을 막아야 한다. 대출할 때 호적등본 한 통 붙여서 제출하도록 하면 간단하다. 집 한 채를 살 때는 은행에서 싼 이자로 주고, 여러 채를 살 때는 이자를 높이면 된다. 정부가 집을 수십 채씩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집을 내놓게 하는 대책을 내놓지 못해 아쉽다. 

분양원가 공개에 대하여

이부장 : 이번에 정부는 분양가를 25% 내리겠다고만 했다. 정작 건설사들이 무서워하는 분양원가 공개는 이뤄지지 않았다. 재원도 정부 쪽에서 마련하겠다고 하니 건설사로서는 나쁠 게 없다.
임사장 : 분양원가? 사실 공개할 필요도 없다. 내가 아파트를 근 30년 지었는데 최고급으로 지은 곳도 평당 건축비가 3백50만원을 넘지 않았다. 아파트를 지을 좋은 땅이 있고, 기술이 있어도 중소기업은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재벌이나 대기업 건설회사가 짓지 않으면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 하늘에서 별 따기다. 어쩔 수 없이 중소업체는 시행사로 전락하고 시공사를 낀 채 은행에 간다. 시행사들은 시공사가 세금을 피하고 비자금을 만드는 공공연한 창구다. 시행사가 시공사의 꼬마 회사가 될 수밖에 없다. 아파트를 지을 때 시행사에서 보통 장부 두 개를 만들어 비자금을 조성해준다. 시행사·시공사 제도만 개선해도 원가는 20~30% 내려간다.
김회장 : 강남에서 2천만원짜리 땅에 아파트를 짓는다고 하자. 용적률이 2백50%라면 아파트의 평당 가격은 8백만원이 된다. 건축비 3백50만원을 들이면 평당 원가는 1천1백50만원이다. 여기에 건설사 마진 10%가 붙으면 1천2백만원대에 강남 아파트가 분양되어야 맞다. 그런데 현실은 평당 4천만~5천만원 한다. 세상에 이런 장사가 어디 있나.

공무원을 상대로 한 로비 관행에 대하여

임사장 : 뒷돈을 만들고 뒷돈을 대는 것은 건설업계의 관행이다(사업 및 분양 승인 과정에서). 도장 하나 받을 때마다 돈을 준다. 100년이 지나도 바뀌기 힘들 것이다. 돈을 안 주면 한 달 걸릴 일이 1년이 걸릴 수도 있다.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법이 강화되고 공무원 낄 곳이 많아진다. 집값의 10~20%가 뇌물로 숨어 있다.
이부장 : 노무현 정권 들어 지구 단위에서 한번 더 받도록 법이 바뀌었다. 이게 고약하다.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공무원들이 개입할 여지가 더 늘었다.
 김회장 : 공무원 한 명이 너무 심하게 손을 벌려 고소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다른 공무원들이 일을 못하게 괴롭혀서 결국 무릎을 꿇었다. 이후에는 공무원 한 명에게 확실히 밀어주고 총대를 메게 해서 일을 처리한다. 비싼 만큼 돈 값을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판·검사부터 말단 공무원까지 40~50명은 관리했다.

부동산 열풍, 지방은 딴 나라 이야기

임사장 :
건설 경기 좋다는 것은 다 수도권 이야기다. 지방은 수요가 넘친다. 분양이 안 된다. 투기 세력이 움직여 분양이 다 되어도 입주율은 40~50%밖에 안 된다. 지방에서 택지 개발해 번 돈은 모두 강남에 투자되고 있다. 2~3년 전에 반짝했던 충청권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 건설업자들이 많다. 나도 그렇다.
이부장 : 강북의 일부 지역과 수도권 이외 지역은 아파트 값이 오르지 않아 오히려 걱정이다. 강남에 땅이 부족하니 고도 제한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도 괜찮다. 교통 문제는 그 다음이다. 교통이 막혀서 강남 집값이 떨어지는 것도 크게 나쁘지 않다.
임사장 : 강남에 땅이 없다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이번에 정부가 녹지율을 낮추고, 용적률을 올려서 분양가를 잡겠다고 했다. 그러나 강남에 그린벨트를 건드리지 않고도 개발할 땅이 많이 남아 있다. 세곡동·우면동·서초동에 노는 땅 많다. 단독주택 밀집 지역을 개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부가 직접 강남의 땅을 사들여 건설사에게 아파트를 짓게 하면 평당 1천만원대에 공급이 가능하다. 강남 현재 집값을 감안해 분양가를 2천만원대로 조정하면 된다. 분양받은 아파트는 10년간 못 팔게 하고 어기면 세금을 때리면 된다.

어디 사는가?

이부장
: 서초동에 사는데 32평 아파트가 9억~10억원가량 한다. 4억원대에 집을 샀다. 1년에 집값이 20%씩 올랐다.
임사장 : 경기 남양주에 있는 전원주택에 산다. 아내와 자식 명의로 강남 대치동에 사둔 아파트가 두 채 있다. 5년 전 5억원에 산 아파트가 요즈음 시세로는 13억원 정도다.
김회장 : 5년 전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70평 아파트를 5억6천만원 주고 샀다. 그때는 평당 8백만원 정도 했다. 지난해 초 아파트를 29억원에 팔고 36억원을 주고 타워팰리스 100평형으로 이사했다. 현재 가격은 50억원가량 된다. 집값이 이렇게 오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왜 이렇게 뛰는지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다. 아파트가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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