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외제차, 이유가 있었네
  • 진희정 (오토타임즈 기자) ()
  • 승인 2006.12.0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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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차종 미국 판매가와 큰 차이...'고급화' 마케팅 비용 소비자에게 전가
 
최근 수입차 가격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언론이 수입차의 국내 판매 가격과 해외 판매 가격을 비교하며 수입차 업체들이 차 값을 너무 비싸게 받고 있다고 지적을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수입차 업체들은 해외 판매 가격보다 차종별로 두 배 이상 비싸게 가격을 책정하고 있었다. 수입차는 왜 유독 한국에서만 이렇게 비싸게 판매되는 것일까?

조선닷컴의 자료에 따르면, 비싼 차일수록 해외와 국내 판매 가격의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최근 수입차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렉서스 LS460의 경우 한국에서는 1억3천만원(LS 460L은 1억6천3백만원)이지만, 미국에서는 약 5천7백43만원(LS 460L은 6천6백84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아우디 A8 6.0 12실린더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국 판매가는 1억1천2백36만원이지만, 미국내에서는 2억4천6백10만원 정도로 두 배 이상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 2억6천6백만원이나 하는 벤츠 S600은 미국에서는 1억3천200만원 정도로 절반 가까이 싸게 팔리고 있으며, BMW 750Li 역시 국내 판매가는 1억8천520만원이지만 미국 가격은 7천3백53만원에 불과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수입차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2천만원대 수입차’임을 내세우며 최근 출시된 혼다 시빅은 일본에서 2백20만 엔(약 1천7백60만원), 미국(풀 옵션 EX 모델)에서 1만9천 달러(약 1천7백67만원)에 각각 판매되지만, 국내에서는 2천9백90만원으로 판매가를 책정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물론 업계 관계자들까지도 심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관세를 감안해도 한국에서 미국보다 70% 이상 비싸게 파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당 수입차 업체들의 주장은 다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차들은 풀 옵션이기 때문에 미국 판매차에 같은 옵션을 넣는다고 가정하면, 판매 가격의 6% 정도가 차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에서는 관세가 2.5%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8% 관세 외에 차값의 10%가 부과되는 특별소비세, 특소세의 30%가 부과되는 교육세, 차값의 10%가 붙는 부가가치세 등이 추가 부과되어 결국 약 10% 이상 비싼 세금을 물게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과 미국은 세금에서 큰 차이가 나므로 국내 가격이 적정하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예외적으로 해외 가격과 국내 가격의 차이가 크지 않은 업체들도 있다. 예를 들어 푸조 206CC의 경우 국내 가격은 2천9백80만원이지만 독일 가격은 2천1백60만원 정도로 8백20만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브랜드에서 가장 비싼 차인 607HDi(6천4백만원)도 독일 가격(약 5천2백만원)보다 1천2백만원 정도 비쌀 뿐이다. 폭스바겐 페이톤 W12 6.0 LWB의 국내 판매 가격이 1억7천3백70만원인 데 비해 독일 가격은 1억4천2백만원 정도다.

한 수입차 관계자는 “수입차가 국내에 판매된 이후 가격 논란은 꾸준히 있었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이 수입차는 비싼 차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 그동안 큰 문제가 되지 않았으며 판매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업체들 처지에서는 가격을 내리는 대신 전시장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게 꾸미고, AS센터 증설과 대규모 신차 발표회, 광고 등 마케팅에 많은 비용을 쓰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높이는 쪽을 택해온 것이 사실이라고도 말했다.

수입차 업체들의 과당 가격 책정 논란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지만 그때마다 유야무야되곤 했다. 해당 업체들이 세금이나 한국적 상황 등을 들어 적극 해명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를 반박할 만한 자료도 마땅히 없어서 그냥 넘어가곤 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차의 원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를 알려면 수입차 업체가 세관에 제출하는 면장을 봐야 한다. 면장은 그 차를 외국 본사가 얼마를 받고 국내 수입차 업체에 주는지, 세금은 얼마나 붙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면장은 일반인에게 열람이 안 되는, 수입차 업체의 1급 대외비다. 사내에서도 관련자 극소수만 알고 있을 뿐이다.

 
지난 2004년 인터넷 자동차 신문인 <오토타임즈>는 항간에 논란이 되고 있는 수입차 가격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면장을 입수했다. 모든 차의 면장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회사별로 모델 하나씩, 총 11대에 대한 자료를 공개했다.

당시 조사한 11개 차종의 평균 마진은 31.2%였다. 예를 들어 1억원짜리 차를 팔면 3천1백20만원이 남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금액이 고스란히 업체 주머니로 들어가는 건 아니다. 수입업체는 여기서 딜러 마진(보통 차값의 10~15%)을 주고 회사 인건비, 광고 판촉비, 인증비, 국내 운송비, 보관비 등을 다 치른다. 따라서 순수 마진은 그 회사의 외형과 투자 액수에 따라 다르므로 알기가 어렵다. 면장에 기재된 가격에는 물론 차를 공급하는 외국 본사의 마진이 이미 붙어 있다.

여기서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위의 수치가 그 회사의 모든 차에 적용되는 마진이 아니라는 점이다. 회사마다 차종별로 마진을 달리하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비슷한 마진을 정하는 회사도 있어서다. 어쨌든 당시 조사에서는 가장 마진이 적은 차가 20.5%, 가장 마진이 많은 차가 35.9%로 평균 마진이 30% 안팎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컨버터블처럼 많이 팔리지 않는 일부 틈새 차종의 경우 각 회사마다 고마진을 붙이는 것이 관례다. 실제로 한 회사가 파는 컨버터블의 마진은 40.4%에 이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본사로부터 특별히 싼값에 차를 제공받다 보니 마진이 높게 나타난 것이어서 오해의 소지가 있다”라고 해명하고, 자세한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일부 차종에 대해 본사가 마케팅 비용을 직접 지원해주는 대신 차를 싸게 공급하고, 거기서 생기는 이익을 판촉에 활용하는 사례다.

6억원대의 고가 모델로 화제가 되었던 마이바흐와 롤스로이스의 경우 업계에서는 “한 대 팔면 2억원 정도가 남을 것이다”라고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는 몇 년 내 투자액을 회수할 것인지를 먼저 계산한 후 거기에 판매 목표 및 이자를 비롯한 고정비, 판촉비 등을 감안해 대당 얼마에 내놓을지를 정한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투자가 많은 업체일수록 차값이 비싸지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투자가 거의 없는 병행 수입업체들의 ‘활약’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렇다면 이같은 마진율이 적정한가. 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수입업체들은 한국시장 규모에서는 이 정도 마진으로는 남는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더구나 딜러들은 몇 십억원의 비용이 드는 대규모 전시장 및 AS센터를 짓고 유지하는 데, 수입차 업체들은 각종 광고 및 마케팅 등을 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과연 소비자들은 수입차 업체들에게 이런 것을 원하고 있는 것일까?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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