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하면 비리, 내가 하면 비지니스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6.12.0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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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신문·방송과 납품 거래·후원 사업 벌여…방송사 고위층 부인은 디렉터로 활동

 
‘이러고도 대한민국 최고 부수를 발행하는 신문이라고 과연 자랑할 수 있는지? 정상적인 판매원으로 등록해서 상품 매출하고 수당받은 것을 마치 부당한 돈거래한 것처럼 ‘조선일보’가 1면에 대서특필했는데, 그렇다면 제이유네트워크(주)가 <조선일보>와 <이코노미 플러스> 잡지를 계약해서 1년 이상 20억원 이상 조선일보측에서 받아간 것도 부당한 돈거래인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며….’

지난 11월27일 서울 성동구치소에 2209 번호표를 가슴에 달고 수감 중인 주수도 회장이 새벽에 잠을 설치며 썼다는 편지 한 구절이다. 편지는 측근을 통해 제이유 사업자·임직원들에게 전파되었다. 이 글에서 주회장은 이례적으로 특정 언론사와 매체 이름을 언급했다.

주회장이 말한 20억원 이야기는 조선일보사와 제이유네트워크가 공동으로 제작한 월간지 사업을 말한다(<시사저널> 제864호 5월8일자 참조). 2004년 11월 창간한 <이코노미 플러스>(발행인:정생균 제이유네트워크 사장)는 (주)조선일보생활미디어에서 일종의 아웃소싱 형식으로 만든 경제 잡지다. 조선일보 생활미디어측은 “우리가 기획 제작을 하고 제이유로부터 제작비를 받았다. 정상적인 거래였다. 그러나 3개월치 제작비를 받지 못해 피해를 입었다. 2006년 6월호부터는 제이유그룹과 손을 끊고 자체적으로 제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제이유그룹은 <이코노미 플러스>를 적극적으로 사업자들에게 판매했다. 2004년 11월 창간호가 5만 부가량 발매되었는데, 최소 4만2천 부 이상을 제이유네트워크 회원들이 구매했다. <이코노미 플러스> 구매점수(PV)가 40%로 높아 인기 있었다. 제이유 피해자 모임의 김도용씨(47)는 “아내가 그 잡지를 가져와서는 제이유그룹이 이렇게 조선일보와 같이 일을 하는 큰 기업이라고 자랑했다”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청와대 비서관 가족 연루’ 앞장서 보도

 <시사저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코노미 플러스> 제작비는 2004년 11월부터 2006년 6월까지 20개월간 44억8천1백만원이다. 미납금을 빼면 약 40억원을 조선일보가 받은 셈이다. 이 액수는 <이코노미 플러스> 지면을 통한 광고 수익은 뺀 것이다.

 
(주)조선일보생활미디어가 제이유측에 잡지 납품을 한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나아가 ‘제이유그룹과 거래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비난을 받아야 하냐’는 항변도 가능하다. 그러나 제이유 사업자들은 조선일보의 이중 잣대를 지적한다.

조선일보는 11월25일자 1면 상단 머리기사 제목으로 “(청와대 사정 비서관 가족) 제이유(다단계 업체)와 10억대 거래 혐의”라고 뽑았다. 11월27일자 기사에서는 제이유와의 거래를 ‘부끄러운 일’이라고 묘사했다. 이같은 거래를 신종 뇌물 수법이라거나 로비의 하나라고 분석한 기사도 있었다.
지난 11월30일 오후 서울 신사동 제이유그룹 본사에서 만난 한 제이유 직원은 “<이코노미 플러스> 건만 놓고 보면 ‘조선일보, 제이유와 40억원대 거래’라고 제목 붙여도 되는 것 아니냐. 제이유그룹이 잘못 있다 하더라도 언론의 위선은 더 역겹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비서관 가족의 제이유 사업 비리 의혹 제기는 조선일보가 주도했다. 청와대 비서관 이씨의 어머니와 가족 다섯 명이 2004년부터 제이유 사업자로 가입해 물품 12억원어치를 사고 수당 10억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청와대 비서관은 결국 사퇴했다. 박영진 치안감도 제이유와 5천만원 상당의 거래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

다단계 업체와 손잡는 거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만약 사회 지도층이 제이유와 거래하는 일이 옳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언론계 인사에게도 마찬가지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예를 들어 SBS 안정국 대표이사사장의 부인 임 아무개씨(56) 사례가 그렇다.
임씨는 2003년 6월26일부터 2006년 3월8일까지 2년9개월 동안 제이유 사업자로 가입해 활동했다. 임씨는 자신을 동명이인 사업자와 구별하기 위해 ‘임OOJ’라고 불렀다. J는 제이유그룹의 머리글자다. 임씨는 ‘디렉터’ 직급이었는데, 이는 자기 라인 아래에 ‘마스터’ 사업자를 세 명 이상 둔 고위 사업자를 뜻한다.

 
제이유 사업자 가운데 임씨를 ‘열성 회원’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았다. 임씨를 2004년 가을께 리츠칼튼 호텔 지하 2층 그랜드볼룸 월례 만찬장에서 보았다는 전직 제이유 관계자가 있었다. 그날은 에이전트 세 명 이상을 추천한 우수 사업자를 초청해 축하하는 자리였다. 당시 임씨의 남편은 SBS전무였다. 주수도 회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임씨의 적극성을 소개하며 공개적으로 칭찬했다고 한다.

임씨는 <시사저널>과의 전화 통화에서 “주수도 회장이 예전 학원 선생을 하실 때, ○○아파트 부녀회를 상대로 영어 교습을 한 적이 있다. 그 인연으로 알게 되어 2003년께 친구 따라 모임에 한두 번 간 것이 전부다. 매출액은 2천만 원 정도였고 수당은 2백만원 정도에 불과해 나도 피해자였다”라고 주장했다. <시사저널>이 파악한 임씨의 매출액은 최소 6천3백51만3천원이다. 모두 129번 거래했고, 제일 마지막 거래한 날짜는 2005년 7월17일이었다. 임씨가 받은 수당은 2백만원보다는 훨씬 많은 수천만원대였다.

방송 쇼에 주회장 직접 출연도

제이유그룹은 SBS와 잦은 후원 사업을 함께 했다. 2003년, 2004년 대종상 시상식을 제이유그룹이 후원했고 SBS는 중계료를 받았다. SBS 모금 방송 <희망을 보냅시다> 프로그램을 후원하는가 하면, 청춘 버라이어티 쇼 <가슴을 열어라>에 주수도 회장이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나 SBS 외에도 제이유그룹을 파트너로 삼은 언론사는 많다. 중앙일보사는 2003년 6월 제이유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중앙일보 계열 잡지 <월간중앙>은 2004년 8월부터 1년간 매달 2천만원을 제이유그룹으로부터 받고 ‘중소기업을 살리자’ 특집 기획 기사를 실었다. 제이유그룹은 경제지 파이낸셜 신문 지분 2.5%를 소유하기도 했다.

 
MBC도 예외는 아니었다. MBC는 제이유그룹과 함께 골프 대회·인라인스케이트 대회·마라톤 대회 등을 함께 진행했다. 2004년 6월 열린 제이유 골프 대회에서 MBC와 계열사 MBC-ESPN은 스포츠 조선과 공동 후원을 맡았다. 한 제이유 관계자는 “ 주수도 회장은 MBC 보도국 고위 인사 두명과 만나 여러 차례 만나 식사했다. 2004년 MBC 보도국에서 제이유그룹에 골프대회 스폰서가 되어달라고 요청해왔다. 그래서 우리는 9억5천만원을 후원했다. 이때 MBC는 중계권료로 2천~3천만원 정도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MBC 해당 고위 간부 한명은 김“주수도 회장을 만난 적은 있지만 골프 이야기를 한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다른 간부는 “2006년 초에 이벤트 후원을 요청하는 전화를 한 것이 처음이다. 직접 만난 적은 없다. 그 후원 요청도 실현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지금 제이유 그룹은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지만, 한때는 언론과 깊은 '공생' 관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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