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추한 한국인’은 없다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6.12.1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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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성매매 일상화…폭력·변태적 행위 일삼아 ‘나쁜 한국’ 낙인
 
성매매에 관한 한 한국은 국제 사회에서 이미 성매매의 송출지, 경유지, 귀착지로 알려져 있다. 나아가 이제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성구매자 국가로 인식될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12월7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아동·청소년 대상 해외 성매매 실태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 문희 의원의 말이다. 이날 토론회는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사단법인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에 의뢰해 태국과 필리핀의 미성년을 중심으로 한 성매매 여성 1백16명(태국 20명·필리핀 96명)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조사 기간은 태국의 경우 8월27일부터 8월30일까지, 필리핀은 7월27일부터 9월30일까지였다. 조사 지역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태국 파타야와 필리핀 마닐라·세부였다. 올 1월부터 6월까지 우리나라의 국가별 출국자 현황을 보면 태국은 44만명, 필리핀은 26만 명으로 각각 3위, 5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 나라를 찾는 한국인들 가운데 관광을 목적으로 한 경우가 각각 86.7%, 80.3%를 차지한다.

이날 토론회에는 내용이 내용인 만큼 여성개발원 원장,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영사, 여성가족부 차관, 박세환·김애실·유승희 의원 등 여성가족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대거 모습을 보였다. 국회방송에서 생중계했고, 여러 방송사들도 취재에 나서 열기가 뜨거웠다.

조사 결과를 발표한 김경애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내일여성센터) 이사장은 “한국인 남성들은 2000년부터 필리핀에서 성적 서비스를 구매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대다수 조사 대상자들이 2005년쯤부터 한국인을 상대하기 시작했다고 응답했다”라고 말했다. 2004년 9월 우리나라에서 성매매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단속하기 시작한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논란이 일었던 이른바 ‘풍선 효과’가 사실이었음을 방증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나라의 성매매 여성들은 한국인 남성들에 대해 대부분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 “거칠고, 공격적이며 폭력적이다” “성병 예방에 무관심해 콘돔 쓰기를 꺼리고, 성적으로 과도하거나 비정상적인 요구를 많이 한다” “돈에 인색하다”라는 것 등이다.

특히 필리핀의 경우 섹스 관광에 나서는 한국인 남성들로 인해 한국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만연되어 있어 국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한 상황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올 1월~3월 필리핀 방문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관광객은 13만5천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8% 증가했다. 관광객, 어학 연수생, 신혼 여행객에 은퇴 이민자까지 겹쳐 한국인은 미국·일본의 방문객을 제치고 가장 많이 필리핀을 찾는 외국인이 되었다.

“한국인은 더럽고 인색하고 비정상이다”

조사에 응한 마닐라의 성매매 여성 71명 중 59명(83%)이 한국인을 고객으로 맞은 적이 있다고 답했는데, 59명 중 40명(68%)이 “한국인 고객이 상처를 입히거나 피해를 줬다”라고 증언했다. 심지어 세부 지역 조사자 25명 가운데 16명은 성기에 플라스틱 병을 집어넣는 등 한국 남성들이 사디스트적인 성행위를 요구하거나 여러 차례 성행위를 강요했다고 응답했다.

이들의 증언은 한국 남성들의 폭력적이고 왜곡된 성문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필리핀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증언하는 ‘추한 한국인’의 구체적 모습은 이렇다. 우선 돈에 인색하다. 필리핀 성매매 여성들은 한국인 남성들을 ‘보리캇’이라고 부른다. 돈이 많으나 돈에 인색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들은 “돈을 조금만 내고 어린 여자들을 상대로 한 섹스에 집착하며, 서비스에 만족하지 않으면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또 우리를 싸구려 취급하고 대부분 팁을 주지 않는다”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둘째는 성매매를 하러 온 한국인 고객 대부분이 매정하고 시끄러우며 술에 취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기억하는 한국인 남성의 이미지는 “쉽게 화를 내고 욕을 하며 나쁜 단어를 쓰고 폭력을 행사했다”라는 것이다. 콘돔 쓰기를 거부하고 비정상적인 섹스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강요당했다는 것도 필리핀 성매매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증언한 내용이다. 성행위를 하기 전에 나체로 춤을 추거나 노래하기, 그룹 섹스, 오럴 섹스, 자위 등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한국 남성들은 다른 외국인들과 달리 성매매자의 개인적 삶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으며 갑작스럽게 섹스를 시작하거나 생리를 하는 기간에도 섹스를 강요당해 나를 마치 개나 돼지처럼 대하는 것으로 느꼈다” “한국인이 하등동물이나 동물적 사고방식으로 섹스 행위에 임한다” “X등급의 포르노 영화 테이프를 가져와 그런 행위를 강요했고,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절대 멈추지 않았다” “한국인들은 나이 어린 여자를 좋아한다”라는 증언이 쏟아졌다. 필리핀 성매매 여성들은 조사팀에게 “우리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이와 함께 필리핀이 태국과 달리 문제가 더 심각한 점은 일반 관광객은 물론 어학 연수를 왔거나 유학을 온 10대 후반 또는 20대 초반 한국인 남성들도 주요 성매수자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필리핀의 경우 우리나라 돈으로 1만원에서 6만원 정도면 성매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돈이 많지 않은 유학생들도 별 어려움 없이 성매매에 나선다.

김경애 내일여성센터 이사장은 “어학 연수생이나 유학생의 경우 간헐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것은 물론,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거나 현지처처럼 동거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밝혔다. 조사팀은 이런 사례를 세 건 접했다. 이로 미루어볼 때 필리핀으로 간 젊은 한국 남성들이 ‘현지처’를 두고 생활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을 수 있다는 것을 예상케 한다.

유학생들, 성매매 여성을 ‘현지처’로 두기도

세부 지역 성매매 여성 두 명은 “한국인 남자 친구를 뒷바라지하고 있다”라고 증언해 조사팀을 놀라게 했다. 이 여성들은 이 때문에 빚까지 지고 있었는데, 남자친구가 공부를 마치고 졸업하면 자신과 결혼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만약 이 한국 남성이 그녀의 기대를 저버린다면 그녀는 한국 남성들을 어떻게 볼까.
필리핀에서 온 사회복지사 카멜리타 이고트 펠론 씨는 이날 토론회에서 여성을 납치해 성매매로 내모는 필리핀 인신밀매단의 실상을 공개하면서 “항문 성교를 강요당하는 등 성적 착취를 겪는 것은 필리핀 여성들이 한국 남성들로부터 당하는 사례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라고 강조했다.

필리핀보다는 상황이 좀 낫기는 하지만 태국 파타야 지역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한국인 남성들의 성매매 또한 ‘추한 한국인’의 전형이다. 드라마 <대장금>이 태국 텔레비전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보이면서 형성된 한국에 대한 호의적 이미지가 이런 것들로 인해 반감되고 있다. 파타야에서 활동하는 한 한국인 여행 가이드는 조사팀에게 “주로 전문직 종사자나 연예인 등이 성매매를 강하게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김경애 내일여성센터 이사장은 “‘환락가’로 불리는 파타야 중심가 길거리는 저녁이면 성매매 여성들로 넘쳐난다. 젊은 여성이 길거리에서, 유리방 속에서 반쯤 벗은 차림으로 춤을 추며 손님을 유혹한다. 해변에서는 프리랜서 성매매 여성들이 외국인과 흥정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파타야에서 한국 남성들이 성매매 여성과 함께 지내는 것을 목격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조사 대상 여성들 대부분이 ‘예쁘다’ ‘고맙습니다’ ‘몇 살이냐’ ‘이름이 뭐냐’라는 따위 한국말을 알고 있다는 것이 한국 남성들의 성매매가 이곳에서 얼마나 일상적으로 벌어지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이곳 역시 한국 남성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 조사팀이 만난 20명의 태국 성매매 여성 가운데 16명이 한국 남성들을 비난했다. 필리핀 여성들도 그랬지만 태국 성매매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비난하는 것은 “한국 남성들은 콘돔을 사용하기를 거부한다”라는 것이었다. 일부 여성들은 조사팀에게 “도대체 왜 콘돔을 사용하기를 거부하는 것이냐”라고 되물을 정도였다.

“전세계에 한국인 포주 없는 데 없다”

배낭여행족이나 개별 관광을 하며 성매매를 하는 한국인 가운데 마약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자신이 마약을 하고 성매매 여성에게도 마약을 강제로 권하면서 이를 거부하면 화를 낸다는 것이다. 이렇게 증언한 태국 여성들은 한국 남성들이 하는 마약이 마리화나와 아이시라고 조사팀에 이름까지 거론했다.

“오럴 섹스, 애널 섹스 등 성적 요구 사항이 많다” “시끄럽고 행동이 공격적이고 자신들을 함부로 대하며 무시한다” “임신을 하자 떠나는 등 겉보기와 달리 더럽고 무책임하다” “나이 든 남성들의 경우 미성년자를 선호한다”라는 것이 태국 성매매 여성들이 한국 남성들을 보는 시각이었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것 가운데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들 태국이나 필리핀의 성매매 여성들이 근무하는 업소 주인이 한국인이거나 겉으로는 현지인을 내세웠지만, 뒤에서 한국인이 실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추한 한국인’을 넘어 ‘추방해야 할 한국인’이 도처에 널려 있는 셈이다.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해외 성매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단속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들의 성매매’가 국내외에서 현안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해외에서의 성매매도 국내 성매매와 똑같이 처벌받게 되어 있다. 열린우리당 유승희 의원은 “외국에서 성매매를 해도 우리나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영숙 의원은 “한국인의 해외 성매매는 입에 담기조차 어려울만큼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국가 위상을 위협할 정도인 만큼 관련 부처가 빨리 합동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부 기관들도 해외에서 한국인의 성매매와 관련한 추문이 잇따르자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검찰과 경찰은 ‘해외 성매매 방지 전담팀’을 구성하기로 했고, 외교통상부는 국가이미지발전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와 함께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해외에서 성매매를 알선하는 여행사를 행정적으로 제재하거나 해외에서 성을 매매한 사람에 대해 일정 기간 여권 발급을 제한하는 방안, 형사사법 공조 조약을 체결하는 것 등이 논의되고 있다.

성매매 피해 여성 관련 모임이나 시민단체들도 적극적으로 나설 조짐이다. 성매매 피해 여성 모임인 ‘마인하우스’ 소장 송연순 수녀는 “한국의 문제점이 바깥에서 더 성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포주들이 전세계에 나가 있지 않은 곳이 없다. 당국이 법적 처벌을 더 강화해야 한다. 아직 행동이 구체화하지는 못했지만 태국·필리핀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도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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