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의 오류' 저지른 정부
  • 이철현 기자 (leon@sisapress.com)
  • 승인 2006.12.1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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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왜냐면]
 
가끔 영화관에서 앉은키가 유난히 큰 사람 뒤에 앉게 되면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이때 안면몰수하고 일어났다고 치자. 관람객 개개인이야 서서 보는 것이 최선의 선택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뒷좌석에 앉은 관람객들도 잇달아 일어날 것이다. 관람객마다 모두 일어서면 어떻게 될까? 보이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이나 다리가 아파서 불편할 것이다. 이처럼 개인에게는 최선의 선택처럼 보이는 경제 행위가 전체적으로는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일으켜 개인 효용도 해치는 것을 경제학에서는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라고 한다. ‘사재기’나 ‘절약의 역설’이 대표 사례다.

경제 당국은 정책을 입안할 때 구성의 오류가 일어나지 않을까 경계한다. 개별 정책이 그 취지와 달리 엉뚱한 결과를 초래해 당초 경제 운영 기조를 해치거나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은 이같은 구성의 오류로 점철되어 있다.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정책 목표 아래 개발을 추진한 행정도시·혁신도시·기업도시는 결과적으로 전국 땅값만 들썩이게 했다.

투기 환수 조처가 미흡했던 탓이다. 토지 수용으로 풀린 보상금은 부동 자금으로 떠돌며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은 현금 보유 비중을 늘리고 투자를 줄인다. 이는 ‘투자 감축→고용 감소→소득 감소→소비 위축→실적 악화→투자 감축’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경제 당국에는 지금 나무 못지않게 숲을 보는 눈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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