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없는 자본’에 매를 들다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2006.12.15 13: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투기자본감시센터/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앞장서 파헤쳐 국민적 관심 촉발

 
발족한 지 2년 남짓한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짧은 이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왕성한 활동력을 과시했다. 이른바 ‘론스타’ 사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촉발시킨 시발점이자 증폭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04년 8월 발족한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노동운동과 학계의 행복한 만남의 장으로 불릴 만하다. 센터장은 허영구 대표(전 민주노총 부위원장)가 맡고 있으며 현재 운영위원은 17명이다. 다른 단체와 긴밀하게 연대하는 네트워크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가장 참여자가 두텁게 겹치는 조직은 대안연대회의와 금융산업노조 산하 금융경제연구소이다. 초기 공동 대표를 맡았던 인천대 이찬근 교수, 국민대 조원희 교수(위 사진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대표적으로 이들 단체에도 간여하고 있다. 이대순 변호사와 고형식 미국변호사(위 맨 오른쪽)도 주력군 가운데 한 명이다. <쾌도난마 한국경제>의 공동 저자 정승일 박사(위 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이종태씨는 대안연대회의를 이끌면서 투기자본감시센터의 멤버이기도 하다. 

실무 총책임자 격인 집행위원장은 외환카드 해고 노동자인 장화식씨(위 왼쪽에서 세 번째)가 맡고 있다. 현재 사무금융연맹 부위원장인 장화식씨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외환카드 구조 조정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직격탄을 맞은 피해 '당사자'이다. 정종남 사무국장은 기획뿐 아니라 집회와 행사 준비 등 단체의 온갖 궂은일을 도맡고 있다.

항간에서는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외국의 투기 자본에 경보음을 내면서, 결과적으로 국내 재벌이나 자본의 행태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주거나 국내 재벌의 경영권 보호 장치 강화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론스타 관련해 김&장 법률사무소도 압박

이에 대한 투기자본감시센터의 주장은 단호하다. “사이비 민족주의니 뭐니 딱지를 붙이는 것은 센터의 활동이나 취지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경영보다는 단기 이익을 좇는 투기 자본의 행태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감시할 것이다”라고 장화식 집행위원장은 말했다. 한편으로는 자본의 국적성을 따져보는 일도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국가의 기간 산업에 투입되는 자본의 요건을 엄격하게 따져보자는 것을 국수주의로 몰아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올해 왕성한 활동력을 과시할 수 있었던 데에는 각 영역에서 활동하는 우군들의 덕이 컸다고 센터는 자평했다. 센터는 출범 초기부터 줄곧 론스타의 외환은행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행정 소송과 형사 고발 등을 진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금융권 노조뿐 아니라 국회와 언론, 법률 전문가 그룹 등이 센터의 문제 의식에 공명해주었다는 것이다. 정부 부처와 관련된 자료는 국회에서 모으고, 센터에 집결한 전문가들이 자료를 분석했다. 그렇게 연구한 결과는 언론을 통해 신속하게 공개되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김&장 법률사무소를 또 하나의 과녁으로 겨누고 있다. 관료와 법조 전문가, 자본가를 잇는 이른바 ‘삼각 연대’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센터는 금융산업노조와 연대해 김&장 법률사무소 앞에서의 집회를 조직하고 질의서를 띄우는 등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장화식 집행위원장은 반향이 컸던 만큼 센터의 책무를 더 절감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외환은행건은 사후 처리반 같은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론스타뿐 아니라 단기 이익을 좇는 투기 자본의 행태는 여러 곳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먹튀’를 막고, 예방하는 일에 주력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