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잃은 그들을 어찌 외면하랴”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6.12.2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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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민 팔레스타인 해방연대 활동가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일대는 가파른 언덕길과 꼬불꼬불한 골목이 이어져 있어 낯선 사람이 주소만으로 길을 찾기가 힘든 곳이다. 이곳 117번지 1층 20평 남짓한 공간에 국제연대운동단체 ‘팔레스타인 해방연대’와 ‘경계를 넘어’ 사무실이 같이 자리 잡고 있다. 안영민씨(34·필명 미니)는 두 단체의 창립 회원이자 상근 활동가다.

‘팔레스타인 해방연대’는 2003년 여름에, ‘경계를 넘어’는 2004년 가을에 생겼다.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시민운동가들이 차츰 국제 연대 활동에 눈을 뜨기 시작하던 때였다. 이른바 IA세대(International Activist)라고 불리는 젊은이들이 등장해 국제 문제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고 안영민씨는 그 선구자였다.  2001년 성공회대 NGO대학원에서 시민운동을 공부한 그는, 시민운동이 한반도라는 특정 지역 문제에만 한정될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팔레스타인 해방연대’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압제 통치에 반대하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세상에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2004년부터 거의 매주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회원들이 돌아가며 1인 시위를 하고, 거리 홍보 켐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는 ‘경계를 넘어’는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제3 세계 전반으로 관심 영역을 확대한 시민단체다. 홈페이지 (www.ifis.or.kr)를 중심으로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민중의 저항운동 소식을 전하며, 해외 운동가와 국내 활동가를 연결시키는 일도 한다. 안씨는 노동방송국(radio.nodong.org)을 통해 ‘경계를 넘어’ 라디오 방송도 진행하고 있다.

안영민씨는 2006년 1월 직접 팔레스타인을 방문했다. 그는 지금 팔레스타인들의 삶이 마치 독일 나치 치하 유태인 게토의 삶과 같다고 말한다. 안씨는 이스라엘에서 가자 지구로 넘어가면서 검문소를 통과할 때 겪은 사례를 이야기해주었다. 원통형 모양의 폐쇄된 공간에서 안내 마이크 방송에 따라 손을 들고 전신 엑스레이 촬영을 해야만 통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검문소는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오가기 위해 매일 지나는 곳이다. 엑스레이 촬영에는 여성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식의 검문소가 팔레스타인 지역 곳곳에 있다. “우리가 당연히 누리는 자유가 어떤 곳에서는 당연하지 않다. 그런 생각을 하면 아무리 멀리 떨어진 나라의 일이라도 외면할 수 없다.” 안씨가 운동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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