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 거위’에 돈이 짱짱하게 몰린다
  • 이인식(과학문화연구소장) ()
  • 승인 2006.12.2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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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식의 시사과학]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청정 에너지가 대박을 꿈꾸는 투자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청정 에너지로 투입된 자금은 2004년 3백억 달러, 2005년 4백90억 달러, 2006년 6백30억 달러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1990년대 후반 정보기술 벤처 기업에 뛰어들어 낭패를 본 투자자들이 몇 년간 관망한 끝에 청정 에너지에 돈을 쏟아 붓는 까닭은 세 가지이다. 높은 석유 가격, 에너지 안전 보장 문제, 지구 온난화 대책 등이 얽혀 무공해 에너지 투자 열풍을 부채질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가까운 장래에 화석연료가 상당 부분 무공해 에너지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무공해 에너지로 거론되는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 자원은 햇빛이나 바람을 이용하는 자연에너지와 곡물이나 음식 쓰레기에서 뽑아내는 생물 에너지이다. 이들은 석유나 석탄 등 화석 연료와는 달리 소비되어도 무한에 가깝도록 다시 공급되는 에너지이므로 재생 에너지라고 불린다. 재생 에너지 산업은 앞으로 10년간 해마다 20~30%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특히 태양에너지는 조만간 화석 연료와 가격 경쟁이 가능해져서 21세기에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고 낙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 인물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아널드 슈워제네거이다. 그는 ‘청정 에너지는 미래’라고 외친다. 영화배우 출신인 그가 주지사 연임에 쉽게 성공한 것도 지구 온난화 문제를 선거 쟁점으로 삼아 온실가스 방출 규제 등 환경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태양 에너지를 가장 과감하게 개발하고 있는 주이다. ‘백만 태양 지붕(One Million Solar Roofs)’이라고 불리는 정책을 펼칠 예정이다. 10년간 태양전지판(Solar Panel)을 설치하는 가정이나 기업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세제 혜택을 주려는 정책이다. 2010년까지 캘리포니아는 소요 전력의 20%를 재생 에너지로 충당할 계획이다. 캘리포니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태양에너지 시장은 뉴저지 주이다. 2021년까지 에너지의 22.5%를 재생 에너지로 확보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49개 나라가 재생 에너지 정책 추진

미국의 50개 주 중에서 21개 주가 이미 재생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유럽에 비하면 결코 적극적인 것은 아니다. 예컨대 유럽연합(EU)은 2010년까지 전체 수송용 연료의 5.75%를 바이오 디젤과 같은 생물 에너지로 해결할 계획이다. 또 유럽연합은 2010년까지 모든 에너지의 18%를 재생 에너지로 충당하는 목표를 세웠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태양 에너지가 해마다 30% 이상 성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독일 같은 나라는 태양 전지판을 설치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햇볕이 그렇게 좋지도 않고 기존 전력 시설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과감한 지원으로 독일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태양 에너지 시장이 되었다.

세계적으로 49개 국가가 재생 에너지 정책을 추진 중이며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은 브라질, 중국, 인도 등이다. 이러한 나라들은 독일처럼 청정 에너지를 육성하기 위해 엄청난 액수의 정부 보조금을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보조금을 줄 수 없는 노릇이므로 재생 에너지가 화석 연료와 경쟁력을 갖지 못하면 장래가 반드시 밝은 것만은 아니라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에너지 전문가들은 일본에서 태양 에너지가 성공한 사례를 제시한다. 1994년 태양 전지가 처음으로 5백 개 설치될 때 든 비용은 1KW당 1만6천 달러였으며 절반은 정부에서 보조했다. 10년 뒤에는 6만 개가 설치되고 비용은 1KW당 6천 달러로 떨어졌다. 오늘날 일본에서는 태양 에너지 고객에게 정부 보조금이 한 푼도 지급되지 않고 있다.

어쨌든 재생 에너지의 가격 경쟁력은 숙제로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정 에너지 산업에 돈이 몰린다니 얼마나 바람직한 소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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