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손학규 넘어 차차기 후보 노린다?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7.01.0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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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의원, 왜 대선 후보 경선에 나오나

 
지난 12월17일, 한나라당 당사에서 원희룡 의원이 당 대선 후보 경선 참가를 선언했다. 원의원의 출마 선언이 있기 직전,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최측근인 김성식 전 경기도 정무부지사를 급하게 원의원에게 보냈다. 원의원의 경선 참가를 말리기 위한 것이었다.

원의원과 김 전 부지사의 술자리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김 전 부지사는 원의원을 필사적으로 말렸으나 원의원은 손 전 지사의 양해를 부탁했다. 밤새 이어진 술자리는 계속 평행선을 달렸고 둘 중 아무도 상대방을 설득하지 못했다. 김 전 부지사는 원의원의 경선 참가를 막지 못했고 원 의원은 손 전 지사의 양해를 얻지 못했다.

설득의 실패는 손 전 지사와 원의원 모두에게 상처를 남겼다. 원의원이 마지막까지 줄 서지 않은 소장파 의원들을 흡수하면서 손 전 지사는 당내 지지 기반을 거의 상실하게 되었다. 이제 여의도식 정치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원의원도 ‘당 개혁 세력 분열’을 일으켰다는 정치적 부담을 안고 대선 레이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당 개혁 세력 분열' 정치적 부담 안고 출발

한나라당 안에서, 원의원의 출마 선언은 예상되었던 일이지만 또한 의아하게 받아들여졌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양강 체제가 확고한 가운데 개혁 이미지가 겹치는 손 전 지사까지 출마한 마당에 굳이 나올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 있는 수요모임에서조차 지지해주지 않는데 경선 참여는 무리라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였다.

그러나 경선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오히려 이번 한나라당 경선에 원의원이 참가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경선이 그에게 결코 손해나는 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보았을 때, 한나라당 경선 역시 제주도에서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제주도는 원의원의 고향이다. 경선 전체 구도에 큰 의미는 없겠지만 원의원으로서는 첫 단추를 화려하게 채울 수 있다.

처음과 함께 중요한 것은 경선의 끝이다. 현재의 방식으로 한나라당 경선이 치러진다면 원의원은 대선 후보가 되지 못하더라도 마지막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열린우리당 경선에서처럼 경선 도중 승패가 결정되면 2위와 3위는 중간에 경선을 접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경선 마지막 무대에는 당선자와 당선자의 손을 들어줄 후보가 오르게 된다. 2위와 3위가 중간에 경선을 포기할 경우 최종 순위 2위까지도 도모할 수 있다. 페이스 메이커로서 당선자의 손을 들어주면 정동영 전 의장처럼 차세대 지도자의 이미지를 강하게 남길 수 있다.

"천재지변이 나지 않는 한 후보 단일화는 없을 것"

이처럼 원의원의 대선 경선 도전은 완주에 가장 큰 의미가 있기 때문에 후보 단일화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손 전 지사 등과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그는 “천재지변이 나지 않는 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이처럼 차세대 주자로서의 상징성을 얻는 것 외에 원의원은 경선을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대선 후보 경선 참여 경험을 갖게 되고 큰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남길 수 있다. 경선을 성공리에 마무리할 경우 한나라당 대선 후보 캠프에서도 선대본부장 등의 직을 기대할 수 있다. 대선 이후에는 소장파 리더로서 당권에 도전하거나 아니면 당권파의 중요한 견제 세력으로 입지를 다질 수 있다.

원의원은 대선 후보 경선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 해왔다. 그의 준비 과정을 살피기 위해서는 1년6개월 전인 2005년 가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원의원은 오세훈 전 의원을 서울시장에, 남경필 의원을 경기도지사에 당선시키는 ‘오-남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중간에 남의원은 경기도지사 경선에 출마하지 않고 김문수 후보를 지지하면서 빠졌지만 오 전의원은 경선에 출마해 결국 시장 직을 거머쥐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에서 차차기 라이벌인 오세훈 시장과 원의원이 이미 일합을 겨루었다는 사실이다. 당내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후, 원의원은 서울시장 선거가 소장개혁파의 잔치가 되어야 한다며 개혁 성향인 윤여준 전 장관을 선대위원장으로 추천했다. 그러나 오후보는 세 확산을 위해 친박 계열인 맹형규 의원을 단독 선대위원장으로 추대하려고 했다.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차차기 경쟁 이미 시작돼

 
의견이 갈리자 원의원은 선거 캠프에서 주요 업무를 맡고 있던 실무 인력을 철수시키기로 결정했다. 당시 선거 실무 인력은 대부분 원희룡 의원의 사람들이었다. 오후보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게 하는 것이었다. 원의원은 그 당시 상황에 대해 “개혁 스토리를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합의했다”라고 회고했다. 그러나 오시장은 미래의 라이벌에게 승리의 전리품을 나누어 주지 않았다. 당선 이후 원의원 참모들을 인사에 등용하지 않음으로써 견제했다.

지난해 7월,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남경필 의원을 도우며 여름을 뜨겁게 보냈다. 당내 중도성향 의원 모임인 푸른모임과 연합해 ‘미래모임’을 만들어 남의원의 당권 도전을 도왔지만 당 주류 세력의 방해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미래모임 추진 과정에서는 남의원과 의견 대립이 있었다. 남의원은 세력을 확장하자는 의견이었던 반면 원의원은 진정성을 가지고 가자는 생각이었다. 그는 “다른 세력을 끌어들이면 고립과 핍박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오산이었다. 특히 국회의원은 최악의 유권자다. 명분도 잃고 세력도 잃을 것 같아 ‘이러다가 개혁의 씨감자까지 잃어버리겠다며 철수하자고 남의원을 설득했다”라고 회고했다.

원의원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바로 ‘정치적 일관성’을 국민에게 보이는 것이다. ‘지역감정 타파’라는 정치적 목적을 일관성 있게 추구했던 노무현 대통령처럼 그도 ‘정치 개혁’을 추진해 차세대 지도자로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것이다. 원의원은 “국민은 언제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중요한 점은 국민이 원하는 ‘누군가’가 되는 것이다. 쓰임새가 생기면 솜이 물을 빨아들이듯이 세력은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1차 목표는 4자 구도 형성

경선까지 과정에서 원의원은 2월의 설 연휴를 1차 목표로 잡고 있다. 그때까지 4자 구도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4자 구도 형성을 위해 원의원은 ‘주적’을 이회창 전 총재로 설정해놓고 있다. 이 전 총재를 중심으로 한 범보수 세력이 다시 당의 주도권을 쥐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전 총재가 킹 메이커 역할을 하리라고 보는 것은 너무나 안이한 것이다. 당 외곽에서 보수 세력을 업고 독자 출마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를 막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재와 각을 세우면서 원의원이 넘어야 하는 산은 바로 손학규 전 지사다. 4자 구도 형성을 위해서는 결국 손 전 지사가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는 “손학규 전 지사와는 지향하는 바가 같고 담고 있는 것도 비슷하다. 서로 경쟁을 통해 개혁의 목소리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손 전 지사와의 경쟁에서 원의원은 개혁 목소리를 좀더 확실하게 내어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손 전 지사는 대마를 잡아야만 하는 처지여서 확실한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는 “뉴라이트 진영의 보수 회귀 등에 대해서, 혹은 국가적 현안이 생길 때마다 적극적으로 개혁 목소리를 내겠다”라고 말했다.

대선 후보로서 원의원은 자신의 강점으로 네 가지를 꼽는다. 그는 “호남·서민·젊음·탈냉전, 이것은 한나라당에 부족한 2%이자, 내가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반대 세력을 넘어 대안 세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라고 말했다. 스스로 ‘부족한 정도를 넘어 가난할 정도의 시작’이라고 말하는 그의 경선 ‘무한 도전’이 어떤 결과를 나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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