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유 게이트, 정답은 특검제
  • 정희상 전문기자 (hschung@sisapress.com)
  • 승인 2007.01.0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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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정·관계 로비 수사 부실 여론 높아…주수도, 감옥에서 검찰 수사 ‘흔들기’

 
 ‘고위 공직자 가족들이 제이유로부터 특혜 수당은 지급받았지만 고위 공직자 본인의 청탁성 압력은 없었다‘. 지난 9개월간 제이유그룹의 정·관계 로비에 대해 수사를 벌여왔다는 서울동부지검이 내놓은 중간 수사 결론의 요지이다. 이에 따라 가족이 제이유 회원으로 활동하거나 제이유측과 거액의 돈거래를 한 이재순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 김영철 부장검사, 이○○ 대통령 경호실 부이사관, 박영진 치안감 등은 줄줄이 면죄부를 받았다.

그러나 검찰의 이같은 중간 수사 결과 발표는 의혹만 증폭시킨 채 오히려 특별검사제 도입 여론에 불을 댕기는 도화선이 되었다. 당장 한나라당은 12월28일 열린 당무회의에서 제이유 게이트 특검제 도입 추진 방침을 밝혔다. 정형근 의원은 “지금 동부지검 내에서도 차라리 제이유 정·관계 로비는 특검에서 조사해주기를 바라고 있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서울동부지검은 중간 수사 결과 발표 후 앞으로 정치인 로비 의혹, 특별 수당 문제, 제이유와 공정위의 유착 의혹, 서해유전개발 사기 의혹 등을 집중 수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수사 능력이나 의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상실한 상태다.

지난 9개월간 제이유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 흐름과 내용을 속속들이 들여다본 <시사저널>로서는 이미 여러 차례 보도를 통해 오늘의 결론을 예측한 바 있다. 지난해 4월 말 검찰의 제이유그룹 계열사에 대한 압수 수색 정보는 실시간으로 주수도씨에게 흘러들어가고 있었고, 주씨는 범죄 증거가 될 만한 자료를 모두 폐기한 뒤 여유 있게 검찰 수사관들을 맞아들였다. 주수도씨가 도피한 뒤에는 주요 범죄 혐의자들을 참고인 조사 형식으로 불러들인 후 되돌려보냄으로써 이들에게 증거 인멸의 기회를 준 셈이나 다름없었다. 6월 말 동부지검에서는 급기야 정·관계 로비를 수사할 계획이 없다고 발표하기까지 했다.

여기에는 주수도씨와 거물급 검찰 간부 출신들로 화려하게 구성된 주씨 변호인단의 ‘수사 방어 작전’도 한몫을 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미 지난해 봄부터 ‘주수도의 30억 프로젝트’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송광수 전 검찰총장과 김영진 전 대구지검장, 박태석 전 동부지검 차장, 박혁 전 서울중앙지검 수석검사 등이 변호인단으로 묶여 각각 정상명 검찰총장, 선우영 동부지검장, 이춘성 동부지검 차장, 황의수 검사(정·관계 로비 수사 담당)를 1 대 1 마크하며 수사의 예봉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30억원짜리 프로젝트를 가동했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동부지검의 한 수사 관계자는 “주수도씨가 그런 의도를 가지고 대응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효력을 발휘하지는 못했다”라고 말했다.

‘30억원 프로젝트’로 수사 칼날 무력화?

 
지난 11월 말 정상명 검찰총장이 제이유 사태에 철저한 수사 방침을 밝힌 후 겉으로는 제이유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관한 동부지검의 수사도 잠시 활기를 띠는 듯 보였다. 주수도씨가 조성한 2백60억원대 비자금 내역도 확보했고, 주씨가 여비서 김 아무개씨 명의로 통장을 만들어 수억원을 조성한 뒤 여의도 일대에서 인출하게 하는 수법을 썼다는 점도 파악했다. 그러나 주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이고 소환에 불응한다는 이유로 더 이상 정·관계 로비 수사를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실정에서 감옥 속의 주수도씨는 검찰의 수사 능력과 의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최근 면회 온 지인들을 통해 정·관계 로비 관련 미확인 정보를 하나씩 흘리면서 검찰 수사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비자금을 단 한푼도 조성하지 않았고, 로비 자금을 준 적이 없다고 호언해온 주씨는 지난 12월 한 달 동안 자신의 불법 행위를 입증하는 검찰 수사를 도와준 사람들과 그 친인척 정치인, 서울동부지검 관계자 등을 지목하며 자신이 억대의 금품을 주었노라고 흘리고 있다. 최근 주씨를 면회해 이런 내용을 전해 들은 한 측근은 “한나라당이 특검제를 추진하면 주수도씨는 안에서 한나라당 일부 인사를 상대로 돈을 준 내역만 골라 발표하겠다는 생각이더라”라고 말했다. 온 나라가 주수도씨의 농간에 농락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제이유 정·관계 로비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파헤치려면 특별검사제 도입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서울동부지검 수사팀 주변에서도 차라리 이 사건을 특검제로 가져가는 것이 낫겠다는 푸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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