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받은 바다가 태풍 약 올린다
  • 이태영(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 ()
  • 승인 2007.01.1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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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가속으로 '난폭한 기상' 빈발...4, 5급 태풍 발생 빈도 더 높아질 듯

 

미국의 뉴올리언스는 2005년 8월29일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강타당해 막대한 피해를 입은 데 이어, 2005년 9월24일에는 루이지애나와 텍사스 경계를 통과한 허리케인 리타에 의해 재침수되는 경험을 하였다. 카트리나와 리타는 모두 허리케인 구분에서 최고의 강도를 의미하는 5급(최대 풍속 초속 69m 이상)까지 발달했던 대단히 강력한 것들이었다. 2004년 일본은 유래 없이 많은 9개의 태풍 공격을 받아 많은 피해를 입었다. 한반도에서는 2002년에 태풍 루사로 인해 기록적 피해가 발생했고, 2003년에 태풍 매미가 통과할 때도 그러했다. 

 


최근 들어 대형 태풍과 폭염 등 강한 기상 현상들이 전세계에서 빈발하는 데 대해 적지 않은 기상 전문가들이 지구 온난화를 그 배후의 하나로 의심하고 있다. 그 이유는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최근 30여 년간 지구 평균 지표 기온이 꾸준히 상승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더운 해 순위 10위까지가 모두 지난 12년 동안에 발생했다. 최근에 영국 기상국과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 기후연구소는 2007년이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2001년‘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회’(IPCC)는 21세기 말의 지표 평균 기온이 1990년의 그것보다 1.4 ∼ 5.8℃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이같은 온난화가 날씨를 어떤 양상으로 변화시킬 것인가는 21세기 기상과학의 한 핵심 분야라 할 수 있다. IPCC는 지구 온난화가 극단적 기상 현상들의 발생 빈도를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가 어떻게 날씨의 양상을 변화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 연결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극단적 날씨들에 대한 전망은 상당 부분 통계적 수준으로 볼 수도 있다. 이 보고서에서 기상 현상 중 가장 위협적인 태풍과 지구 온난화의 관계에 대한 최근 연구 결과들을 알아보고 핵심이 되는 과학적 이슈를 정리해본다.

 

태풍은 열대의 해양에서 발생하는 강한 열대 저기압으로서, 막대한 양의 공기와 수분이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거대 소용돌이이다. 강한 열대 저기압은 지역에 따라 태풍, 허리케인, 사이클론 등 다양한 명칭을 갖지만 여기서는 전체를 태풍으로 부르기로 한다. 열대 해상에서 발생한 모든 저기압이 태풍이 되는 것은 아니고 그 중 일부가 태풍으로 발달한다. 태풍이 지니는 막대한 에너지는 수증기가 응결하면서 방출하는 열 에너지로부터 오는 것이다. 수증기 1g이 응결할 때 6백cal의 열 에너지가 방출되기 때문에, 많은 양의 수증기가 응결하는 열대 저기압 속에서는 막대한 열 에너지가 방출된다. 이 에너지는 저기압 내부의 공기를 데움으로써 강한 대류와 저기압 강화를 가져오고, 강한 바람을 발달시키게 된다. 이와 같이 태풍은 수증기를 연료로 하여 작동하는 열기관이라 할 수 있다. 태풍이 해수면 온도가 27℃ 이상인 따뜻한 열대 해상에서 발생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태풍 연구, 최근에야 본궤도 올라

 


지구 온난화는 지표 부근 공기의 온도는 물론 해수의 온도도 증가함을 의미한다. 해수 온도의 증가는 해수면의 증발 능력을 증대시킴으로써 더 많은 양의 수증기가 대기로 공급되게 한다. 한편, 더 따뜻해진 공기는 더 많은 양의 수증기를 함유함으로써 강한 현상들이 발달할 수 있는 조건을 더 잘 갖추게 된다. 결과적으로 지구 온난화는 태풍을 발달시키는 에너지를 더 많이 공급하게 하는 영향을 갖는다. 이 때문에 지구 온난화가 태풍의 강도를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와 태풍의 관계에서 핵심적 이슈는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태풍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이다. 최근의 연구들은 태풍 발생 지역에서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태풍의 강도가 증대되었다는 데 대체로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미국 조지아 기술연구소의 웹스터 교수와 연구진은 2005년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열대 저기압이 발생하는 대부분의 열대 해양에서 1970년 이후 여름 해수면 온도가 상승했고, 4, 5급(최대 풍속이 초속 58 m 이상)의 태풍 발생 횟수도 현저히 증가했음을 밝혔다. 동아시아에 영향을 주는 태풍의 발생 지역인 서태평양에서 4, 5급 태풍의 숫자는 1975~ 1989년의 85개에서 1990~2004년의 1백16개로 36% 증가했다.
그러나 웹스터 교수에 따르면, 전체 태풍의 총 발생 횟수는 1990년대 이래로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고, 또 4, 5급 태풍의 숫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가장 강한 태풍의 최대 풍속은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태풍의 변화 중 설명이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지구 온난화가 태풍의 발생과 이동 등에 대해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도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변화해가는 지구 환경 속에서 앞으로의 태풍이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러한 불확실성은 주로 태풍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 그 원인이 있다. 태풍의 발생부터 소멸까지 많은 부분이 아직 파악되지 않고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전지구적으로 약 85개의 태풍급 열대 저기압이 매년 발생하고 있는데, 왜 그러한 숫자의 열대 저기압이 생겨야 하는지 아직 이해가 되지 않았고, 이들이 종종 보이는 복잡한 이동 경로와 급격한 구조 변화도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태풍은 열대 해양에서 발달하기 때문에 그 관측 자료가 부족해 연구에 어려움을 겪어왔으나, 최근 들어 기상 위성·레이더·항공기 등 다양한 관측 수단을 이용해 태풍에 대한 본격적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 사이버 공간에서 실제와 같이 대기의 변화를 재현해내는 고성능의 대기 모형을 이용한 태풍의 발생 및 진화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전지구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일으킨 것이 태풍이지만 그것에 대한 연구는 이제야 본궤도에 오르는 느낌이다.
우리는 최근 태풍 루사(2002년)와 매미 (2003년)로 인한 대형 재난을 경험했다. 앞으로도 이들과 비슷하거나 더 강한 태풍이 언제고 다시 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남부에 강한 허리케인의 통과가 상대적으로 잦은 것은 높은 해수 온도를 갖는 지역과 인접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남쪽의 해양에서도 온난화가 나타난다면, 우리도 강한 태풍을 더 자주 만나게 될 수 있다. 태풍을 잘 알고 적절한 대비를 갖추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지금까지의 것들보다도 더 큰 재난을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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