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또 다른 재앙 만나나
  • 김행 편집위원 ()
  • 승인 2007.01.1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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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의 개헌 막히면 진로 '막막'...통합신당파에서 특히 불만 높아

노대통령이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을 들고 나오자 열린우리당과 당내 대권 주자들이 대뜸 보인 반응은 ‘대환영’이었다. 개헌 카드로 정국을 반전시키고 패배가 뻔한 대선 환경을 일거에 뒤집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70% 안팎이 “노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은 싫다”라는 쪽으로 나타나자 발을 빼기 시작했다. 특히 통합신당을 추진 중인 의원들 사이에서 “노대통령이 탈당도 하지 않고 열린우리당을 골병들게 만든다”라는 불만이 쏟아졌다. 말은 아끼지만 노대통령에 대한 울화가 부글부글 끓는 형국이다.

 
노대통령의 개헌 카드는 개헌 정국을 주도해 레임덕을 막고 야당의 질주에 제동을 걸겠다는 목적에서 나온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면서 동시에 열린우리당 해체를 통해 신당을 추진하는 김근태·정동영 등 통합신당파들의 발을 묶어두겠다는 의도도 감지된다. 개헌 카드를 내비치자마자 통합신당파들이 환영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노대통령으로서는 기대 이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근태 의장이 “개헌은 개헌, 신당은 신당”이라고 못 박았다. 개헌과 정계 개편은 무관하다. 분명하게 ‘투 트랙’을 선언했다.
게다가 열린우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개헌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대세이다. 통합신당파인 주승용 의원이 “야당 전부와 열린우리당 일부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개헌이 되겠느냐. 국민도 개헌에는 찬성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하면 안 된다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을 정도다. 노대통령이 꺼내든 개헌 카드가 2월 전당대회를 치르기도 전에 통합신당파를 감동시키지 못하고 열린우리당 내부를 시끄럽게 만든 꼴이다.
그렇다고 신당 작업이 순조로워 보이지도 않는다. 노대통령의 노림수가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개헌 좌절을 이유로 임기 중 전격 하야할 가능성도 있고, 중대선거구제 국민투표 회부와 같은 승부수로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유동성을 차단할 수도 있다. 중대선거구제가 되면 내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간판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다.


중대선거구제로 ‘이탈 방지’ 나설 수도


하야할 경우에는 2개월 내에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신당이고 뭐고 추진할 시간이 거의 없다.
그러나 노대통령이 어떤 카드를 들고 나와도 실현되기는 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0% 안팎의 지지도로는 발동 걸리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노대통령의 ‘마이 웨이’는 오히려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열린우리당의 진로를 방해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경우 열린우리당은 오도 가도 못한 채 재앙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 노대통령의 전방위 전투에도 질리고, 김근태 의장이 주도하는 ‘도로 민주당’에도 반감을 갖는 중도 세력이 이탈해 독자적 결사체를 결성할 가능성도 있다. 즉 열린우리당의 정권 장악 가능성이 떨어질수록 제3의 지대에서 대선 추이를 지켜보며 당선이 유력한 정당과 후보의 ‘도우미’ 역할을 할 가능성을 말한다.
노대통령의 정국 주도 카드가 실패하면 오히려 ‘열린우리당 죽이기’로 치닫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이다. 


김행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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