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모한 핵' 다시 터뜨릴까
  • 홍현익(세종연구소 수석 연구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07.01.1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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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는 '비대칭 겁쟁이 게임' 구조...북, 미 양자 협상에 열쇠 달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 연구위원)

 
미국 ABC방송이 1월5일 미국 국방 관리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추가 핵실험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해 북한의 향후 동향에 국제적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월 말 이전에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 금융 제재에 대한 북·미 양자회담이 열릴 것으로 예견되는 가운데 북한이 앞으로 취할 태도와 정책을 전망하려면 북한 지도부가 정책을 선택하는 환경 여건인 북핵의 게임 구조와 북한의 핵에 대한 기본 인식, 그리고 2차 핵실험 감행시 예상되는 미국·한국·중국 등 주요 행위자들의 대응을 검토해보아야 한다.
북핵의 기본적인 게임 구조는 ‘비대칭 겁쟁이 게임’이다. 이 시대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이 강경 일변도 정책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가운데 북한은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벼랑끝에 서서 주한미군 및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일본과 동반 자살을 감행하겠다는 각오이다. 따라서 1만 개 이상의 핵탄두를 가진 미국이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북한을 지도에서 지워버릴 수도 있다고 압박하고 있지만 이를 실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이다. 미국이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내세워 압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북한은 인질을 잡고 있는 데다 목숨을 건 모험주의로 정면 대결을 불사하고 있다.
문제는 북·미 양측이 이 살벌한 게임에서 상당한 이득을 챙기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부시 행정부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한에서 발생한 일련의 한·미 동맹 약화 움직임(SOFA 개정 요구, 노근리 사태 및 주한미군의 환경오염 책임 추궁, 매향리 사격장 이전 요구 등)에 직면했고, 2002년 초여름의 2차 서해교전에도 불구하고 남북 화해가 지속된 데다 일본 고이즈미 총리까지 미국을 따돌리고 평양을 방문해 북·일 관계가 급진전하자 동북아 전략에 큰 차질이 생기는 것을 막아야 했다. 결국 부시 행정부는 북한 핵 개발을 재차 문제화해 동북아에 싹트고 있던 기능주의적 지역 경제 협력 동향을 견제하고 동북아 질서를 미국에게 유리한 안보 문제 중심 구조로 회귀시키는 데 성공했으며, 북한 통제를 명분으로 삼아 한국·중국·일본·타이완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해왔다. 따라서 북핵 문제가 해결되려면 미국 행정부가 한반도 평화·안정이 미국의 동북아 전략상 국익에 일치한다는 것을 재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강행한다면 4월쯤이 유력


 
김정일 정권 역시 북·미 간 긴장 고조와 핵실험을 통해 정권의 경제 운영 실패를 미국 탓으로 돌리고 강성 대국 및 선군 정치의 위업을 과시해 주민을 결속시킬 뿐 아니라 정권 유지의 주축인 군부의 요구를 들어주고 미국의 군사 공격에 대한 억지력을 확보하며 미·중 전략적 타협을 견제하는 한편 남한에 대한 군사적 우위를 차지하고 남북 관계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등 전략적인 이득을 얻으려 하고 있다. 즉 김정일 정권에게 핵은 정권 유지와 전략적 지위 제고에 가장 소중하고 거의 유일한 전략 자산인 것이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지난한 이유는 북한은 체제 유지가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는 한, 그리고 미국은 동북아 패권 유지에 지장이 없다는 것이 보장되지 않는 한 핵문제 해결에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북한은 이달 말 개최될 북·미 실무회담에서 미국이 5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에서 제시한 전향적인 제안에 금융 제재 문제까지를 포함시켜줄 것을 기대하고 있으므로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라도 추가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준비는 갖추고 있겠지만 당장 추가 긴장 조처를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북·미 실무회담과 6자회담 이전 추가 핵실험은 명분이 전혀 없고 국제 사회에서 완전한 고립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단지 북·미 실무회담에서 전혀 진전이 없어 6자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없다거나 6자회담이 열리더라도 이견 해소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이의 귀책 사유가 미국측에 어느 정도 있다고 북한이 판단할 경우에는 추가 핵실험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이 경우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제재 압박 강화에 대해 북·미 양자 협상을 제안하는 등 명분을 축적해가면서 김일성의 95회 생일(4월15)과 북한군 창군 75주년 기념일(4월25)이 있는 4월께 이를 감행할 수도 있다.
특히 지난 10월의 핵실험이 실패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실질적인 핵 능력을 구비하려 한다면 추가 핵실험이 필요한 실정이다. 또한 북한 정권은 미국이 협상에서 북한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는 이유가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의 실패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능력이 부족하다고 여겨진 데 있다고 보고 이를 다시 보여주어야겠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추가 실험을 제약하는 다양하고 강력한 요소들이 북한의 행동을 가로막고 있다. 먼저 일본과 미국이 중심이 되어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새로운 결의안을 채택할 것이다. 특히 일본은 전면적인 북한 봉쇄와 대북 군사 제재 가능성 확보를 주장하고 나설 것이다. 미국은 대북 금융 제재를 전세계 모든 나라에 압박하는 동시에 특히 중국과 한국의 대북 제재 동참 압박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북한은 한국의 신임 통일부장관이 인도주의 차원에서 쌀과 비료 지원을 안보 문제와 별개로 시행할 수 있다는 방침을 표명해 고무되었겠지만 남한내 정치 역학상 추가 핵실험은 이를 완전 백지화할 가능성이 크다. 안정적인 경제 성장에 매진해왔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려는 중국은 이미 작년 10월 북한 핵실험 직후 탕자쉬안 국무위원이 방북해 추가 핵실험시 원유 지원 중단 가능성을 담은 최후 통첩을 전달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추가 핵실험시 중국의 냉대는 물론이고 제반 경제 지원이 감축되고 중단될 가능성마저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두려워해야할 요소는 추가 핵실험마저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북한은 냉정한 국제 사회에서 무능한 불량자이자 초라한 실패자로 전락할 위험에 처할 것이다.
최선의 대책은 미국이 ‘동시 행동’과 ‘상호위협 감소’라는 두 가지 원칙에 의거해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2차 실험을 감행한다면 이는 북핵 문제의 새로운 국면 돌입을 의미한다. 핵 능력 보유는 수차례 실험의 성공으로 갖추어지므로 2차 핵실험 이전에는 북한의 핵 의도를 협상력 증대 등 정치적 용도로 해석할 여지가 남아 있다. 그러나 2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이는 북한의 의도가 군사적 핵 능력 보유에 있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북한의 2차 핵실험 예방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일단 북한이 2차 실험을 감행한다면 한·미 군사협력을 강화하면서 대북 핵 억지력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중국과의 공조하에 남북 경협도 조정해가야 할 것이다.  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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