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홍해'의 치명적 유혹
  • 김기남(<여행신문> 기자) ()
  • 승인 2007.01.1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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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해변 휴양 도시 샤름 엘 세이크, 스핑크스 관광만큼 멋진 기쁨 안겨

김기남 (<여행신문> 기자)

 
아무 곳이나 삽을 대면 고대 유적이 쏟아질 것 같은 나라. <진품명품>과 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다면 매주 진귀한 보물이 쏟아질 것 같은 나라. 이집트 여행에서 피라미드를 빼놓을 수는 없지만 스핑크스만으로 여행을 마무리해야 한다면 차라리 가지 않는 편이 낫다. 아름답고 화려했던 이집트의 역사가 나일 강을 따라 흐르듯 카이로만 가지고는 이집트를 다녀왔다고 할 수 없다. 기왕 먼 걸음을 한 이상 나일 강을 보고 룩소르와 아스완을 보고 바다를 봐야 한다. 특히, 홍해와 마주하고 있는 샤름 엘 세이크에 서면 이집트에 대한 편견은 산산이 부서진다.
산호초로 뒤덮인 샤름 엘 세이크는 이집트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휴양지이자 다이빙의 메카이다. 해변 곳곳에는 다이빙 관련 가게들이 있고 러시아와 유럽에서 건너온 관광객들은 거침없이 옷을 벗고 태양을 만끽한다.


이스라엘이 반환 거부했던 천혜의 관광지


샤름 엘 세이크는 크게 샤름이라 불리는 남부 시가지와 북쪽의 나아마 베이 두 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나아마 베이는 해변을 따라 길게 힐튼이나 노보텔, 메리엇 등 국제적인 체인 리조트 촌이 형성돼 있고 고급 리조트들은 저마다 투숙객을 위한 전용 해변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샤름에는 유스 호스텔 등 좀더 저렴한 숙소를 찾기에 유리하다.
해변 휴양 도시인 만큼 샤름 엘 세이크에서의 즐거움은 바다에 있다. 홍해를 가까이서 보고 싶다면 바닥이 유리로 된 글라스 보트를 타는 것이 좋다. 글라스 보트 요금은 시간당 20파운드(약 4천원)로 15분가량 배를 타고 나가면 형형색색의 열대어를 관찰할 수 있다.
풍부한 광물이 묻혀 있는 이곳 붉은 산맥과 연관지어 옛날 뱃사람들은 마레 로스트룸 ‘홍해’라고 불렀지만 정작 홍해의 물빛은 스포츠 이온 음료를 가득 담아 놓은 듯 시원한 파랑이다. 멀리 시나이 반도가 보이고 시원한 바람이 이마를 스치면 순간을 영원히 가지고 싶다는 부질없는 소유욕이 든다. 군사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한때 이곳을 점령했던 이스라엘이 끝까지 반환을 거부했다는 설명도 이해가 간다.


중동 냄새 물씬 나는 노천 카페


 
밤이 찾아오면 샤름 엘 세이크는 또 한번 충격적인 변신을 한다. 해진 후 샤름 엘 세이크는 마치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현란한 네온사인이 기분을 들뜨게 만든다. 샤름 엘 세이크에서는 카지노 리조트가 곳곳에서 성업 중이다. 슈퍼에서 맥주 한 병 사기 힘든 이집트 땅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노천 카페와 나이트 클럽, 쇼핑센터, 카지노 등이 어울리는 샤름 엘 세이크의 밤은 숙소에 짐을 풀고 그대로 잠을 청하지 못할 만큼 유혹적이다. 나아마 베이의 리조트 단지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졸리 빌 모빈픽 리조트 카지노를 끼고 돌면 거대한 노천 카페촌과 쇼핑센터가 펼쳐진다. 한밤에도 불야성을 이루는 이곳은 새벽 2시를 넘어서도 영업하는 곳이 있을 만큼 북적거린다.
이곳 쇼핑센터의 기념품들은 품질 좋은 이집트 면으로 만든 티셔츠를 비롯해 파피루스 그림, 금·은 세공품 등 다양하며 품질도 우수한 편이다. 하지만 유명 관광지답게 가격은 저렴하지 않고 에누리도 잘 통하지 않는다. 별도로 치안을 관리하는 만큼 거리는 안전하며 상점에서의 호객 행위도 없다.
중동의 냄새가 물씬 나는 노천 카페도 흥미롭다. 이곳 카페는 대부분 바닥에 카펫을 깔고 낮은 테이블과 쿠션 등을 설치해 자리를 잡고 앉으면 저절로 비스듬하면서도 약간은 나른한 자세를 잡게 된다. 여기에 아랍 고유의 물 담배까지 주문하면 아라비안 나이트가 따로 없다.
이밖에 샤름 엘 세이크는 세계 각국 정상들이 회담 후 즐겨 찾는 골프장을 비롯해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시나이 산 하이킹이나 사막 투어 등의 다양한 선택 관광거리를 지니고 있어 밤과 낮을 모두 만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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