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속으로 걸어 들어가다
  • 홍선희 편집위원 ()
  • 승인 2007.01.1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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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우 문화관광부 차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김병익) 직원들은 스스로 예술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시도를 보여 문화계의 눈길을 끌었다.
현장의 고충을 체험해 문화예술 행정의 지평을 넓히고자 위원회 직원들이 직접 기획하고 배우가 되어 지난 1월4일부터 사흘간 아르코(Art Council Korea의 약자) 소극장에서 연극 <나비눈>을 공연했다. 위원회에서 발행하는 웹진의 전직 편집장인 신용목씨의 대본에 사무처장인 심재찬씨가 연출을 맡아 직원 17명이 배우로 출연했다. <나비눈>은 노숙자들의 상처받은 삶을 통해 이 시대 예술이 지향해야 하는 방향을 고민해보는 작품이다.
노숙자로 출연한 차주일 전문위원은 1월6일 마지막 공연 후 “예전에는 문화예술을 사랑했었다. 이제는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지하철 내에서 출산을 하다가 죽음을 맞는 여성 노숙자 역을 맡은 이재용씨는 안정된 발성과 다부진 연기로 현직 연극 프로듀서들로부터 전업하라는 러브콜을 받았다. 김병익 위원장과 박양우 문화관광부 차관(49)도 카메오로 깜짝 출연했다.
김위원장은 지하철 노점에서 손녀를 위해 장화 한 컬레를 구입하고 사라지는 1분도 채 안 되는 역할을 맡았다. 박양우 차관은 중국 음식점 유니폼을 입고 ‘예술배달’이라고 쓰인 철가방을 들고 노숙인에게 짬뽕을 배달하는 역할을 맡아 능청스럽고 익살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김위원장은 “답답하던 위원회가 이번 작업을 함께하며 에너지를 가득 채웠다. 단순히 연극을 한 편 올렸다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냈다”라고 뿌듯해했다. 박양우 차관은 “초등학교 이후 처음이다. 문화관광부의 주요 파트너인 예술위원회 직원들과 나란히 배우로 무대에 서다니 아주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임영웅 산울림 대표는 “연극인들이 10년 떠드는 것보다 직원들이 직접 경험해야 창작 현장을 제대로 파악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홍선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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