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펫 위 '드레스의 향연'
  • 홍선희 편집위원 ()
  • 승인 2007.01.2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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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카펫이란 행사장에 도착하는 국빈이나 고관을 위해 도르르 펼쳐지는 빨간색 양탄자이다. 영어에서 ‘레드 카펫 웰컴’은 극진하고 융숭한 대접 혹은 환영을 받는다는 의미이다.
의전 용어였던 레드 카펫이라는 단어에 대한 서먹함이 사라진 것은 우리의 극영화가 칸영화제 경쟁·비경쟁 부문에 초대받고 현지 견본 시장에 우리 영화사의 부스가 생기고 영화 담당 기자들이 현지에서 기사를 보내오던 무렵이다.
영화제 개막식이 열리는 저녁 샤론 스톤, 이자벨 아자니 같은 유명 여배우들이 까만색 딜럭스 세단에서 내려 목선이 깊이 패이거나 허벅지가 드러나는 드레스 차림으로 레드 카펫을 밟는 순간 카메라 플래시가 여기저기 터지는 모습을 우리 공중파 TV로 접하면서 익숙해져간 것 같다.
매년 1월에 열리는 골든 글로브상은 세계 각국의 신문 및 잡지 기자로 구성된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 Hollywood Foreign Press Association) 회원 90여 명의 투표로 결정된다. 한 달 뒤에 열리는 아카데미상의 전초전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 1월16일 열린 제62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레드 카펫에 등장한 유명 배우들의 드레스는 자질구레한 멋을 부리지 않은 심플 라인으로 노출 여부에 관계없이 품격이 느껴진다. 가슴이 풍만하지 않아도, 미모이지 않아도, 젊지 않아도 레드 카펫 위에서는 모두가 당당하다. 화사한 겨자색 드레스를 입은 장쯔이는 수많은 시폰 주름 덕에 더욱 발랄해 보였다. 장쯔이의 새하얀 어깨를 드러낸 드레스는 고전적이고 심플한 디자인이지만 마치 우리의 전통 한지를 연상시키는 소재로 만들어져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나이를 무색케 하는 그녀의 소녀 같은 웃음이란.
테리 해처의 컨셉트는 올해의 트렌드인 화이트였다. 진주빛으로 빛나는 얇은 소재의 드레스는 그녀의 몸에 매끈하게 감겨들어 발목의 레이스까지 이어진다. 귀걸이와 반지, 토트백, 심지어 발톱의 매니큐어까지 진주빛과 은색으로 통일한 그녀의 자태는 조개 속에서 진주처럼 막 피어난 밀로의 비너스를 떠오르게 했다.    
에반젤린 릴리의 우아한 에메랄드 빛 드레스는 그녀의 섹시하게 그을린 피부와 멋지게 어울렸다. 릴리의 푸른 눈과 녹색의 귀걸이는 드레스와 어우러져 그녀의 입장은 지중해의 푸른 물결을 연상하게 했다. 버클과 같은 다른 장식이 전혀 없는 디자인은 대신 목에서 가슴 깊이 파여 릴리의 섹시함이 더욱 돋보였다.
                              홍선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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