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페이지 뷰 3천5백만 회야"
  • 김유식(디시인사이드 대표) ()
  • 승인 2007.01.2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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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C로만 이루어진 디시인사이드, 인터넷 트렌드와 이슈 이끌어

김유식 (디시인사이드 대표)

 

안녕 헝아들? 나는 디시인사이드(디시·www.dcinside. com)에서 활동하고 있는 ‘오덕후’라고 해. 헝아들, 내가 반말한다고 화내면 곤란해. 우리 디시에서는 원래 말투가 이렇거든. 뭐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냐. 1999년에 디시가 처음 생겼을 때는 이용자들 모두가 정상적으로 대화하고 그랬어. 존댓말 써가면서 말이지. 그런데 2001년쯤부터인가 다른 사이트들처럼 똑같이 존댓말 쓰자니 우리가 너무 차별성 없어 보이더라구. 우리는 인터넷 사이트들 중에서도 ‘력’이나 ‘포스’가 남다른데 말이지. 그래서 우리는 한때 ‘하오체’를 사용했어. 아마 헝들도 들어봤을 거야. “그건 아니라오” “이렇게 하라고 하지 않았소?” 하는 말투 말야.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금방금방 트렌드가 바뀌잖아. 요즘 우리 디시 내에서는 헝들에게 하는 것 같은 반말체가 대세야. 그러니까 ‘요 녀석 어디서 반말을?’ 하면 그만큼 인터넷 트렌드에 뒤져 있는 거라구.

 
아~ 맞다. ‘오덕후’는 뭐냐구? 으흠. 이건 우리들만의 용어인데 일본말 ‘오타쿠’를 우리 식으로 개칭해서 부르는 거야. 있잖아. 일본에서 어느 한 분야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마니아를 ‘오타쿠’라고 부르잖아. 우리는 디시에서 활동을 많이 하니까 디시 ‘오덕후’라고 불러도 될 거야. 한때는 디시 폐인이기도 했었어. 그런데 그 후에 ‘자’로 바뀌었다가 요즘은 좀 본의 아니게 모양새가 안 좋아진 것도 있어. 디시 찌질이니 오덕후니 하는 말들이 있지. 그래도 뭐 우리는 괜찮아. 디시인사이드가 가진 재미와 파워가 있으니깐 말이야.
헝들 중에 혹시 디시인사이드를 모르는 헝들이 있을지 모르니까 내가 좀 설명해줄게. 디시는 디지털 카메라 사이트로 시작한 커뮤니티 사이트야. 뭐 사이트 소개를 읽어보면 디지털 커머스를 하고 있기도 하고, 디지털 콘텐츠 어쩌구 하기도 해. 하지만 그딴 내용은 우리는 잘 모르겠고, 하여튼 한국에서는 인터넷의 트렌드와 이슈를 만들어내는 곳으로 유명해.
사이트 규모가 크냐구? 그건 아냐. 하루에 한 80만명 정도 들어온다고 하더라구. 페이지 뷰는 약 3천5백만
 
회 정도 된대. 중급 규모의 포털 사이트 수준이야. 네이버나 다음, 네이트에 비하면 작은 수치지. 그런데도 웬만한 인터넷 이슈는 디시에서 많이 생산되고 퍼졌어. 헝들 요즘 UCC라는 거 많이 들어봤지? 디시가 바로 거의 UCC로만 이루어진 사이트야. 뭐 운영자가 만들어내는 콘텐츠가 하나도 없는 건 아니지만 디시 안의 대다수 콘텐츠는 대부분 유저들이 만들어낸 거라구.
잘 모르는 헝아들 보면 UCC가 동영상만 있는 줄 알고 있는데 그건 아냐. 인터넷상의 유저들이 만들어내는 모든 콘텐츠가 다 UCC라구. 디시는 진작부터 UCC를 기반으로 사이트를 꾸려왔어. 그런데 요 최근에 UCC가 대세라느니, 앞으로의 성장 동력이라느니 하는 말 나오는 거 조금은 이상하더라구. 우리가 그동안 해왔던 것을 뭐 대단한 것처럼 포장하니까 나 같은 ‘오덕후’가 뭐 그리 대단했나 싶기도 해.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로 거듭날 예정”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우리는 프로슈머야. 헝들 프로슈머가 뭔지 알지? 우리 같은 디시 폐인들은 재미있는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콘텐츠들을 만들어서 우리가 히히덕거리지, 그리고 또 우리가 퍼 나르기도 해. 옛날 <딴지일보> 시절에는 딴지일보 읽으면서 좋아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아. 우리가 직접 만들거든. 유명한 콘텐츠 제작 전문가들이 만드는 것도 좋겠지만 우리 같은 ‘오덕후’들 수십만 명을 따라갈 순 없을걸? 헝들이 알고 있는 인터넷상의 각종 용어들은 거의 우리가 만들어낸 거라구.
그런 디시가 올해에는 큰 변화를 겪게 됐어. 그동안 우리들의 놀 공간이 부족했는데 지난해 말에 대규모 투자를 받았거든. 또 3백20억원을 들여서 IC코퍼레이션이라는 코스닥 업체를 인수하기도 했어. 그래서 올해에는 공격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하더라. 디시 쪽 말로는 앞으로 아이러브 스쿨하고 프리챌, 싸이월드를 잇는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로 거듭날 거래. 하드웨어에도 큰 투자를 하겠다고 하니 기대가 커. 디시에서는 기존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커뮤니티 솔루션을 선보이겠다고 하더라구. 올해 어떻게 바뀔지 궁금해지네.
디시를 모르는 헝아들은 갤러리를 찾아 들어와봐. 처음에는 좀 어렵기도 하고 여러 용어들이 생소하기도 하겠지만 그 중독성은 장난 아냐. 그럼 헝아들 우리 ‘정사갤’에서 만나. 나는 주로 거기에서 서식하거든. 푸흣! 정사갤은 ‘정치, 사회 갤러리’의 약자야. 헝아 이상한 상상한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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