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연기는 오르는데...
  • 김세원(통일부 평가위원) ()
  • 승인 2007.01.2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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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국 비밀 접촉설, 특사 교환설 등 무성... 북한의 수용 가능성은 낮아

 
김세원 (통일부 평가위원)

새해 벽두부터 남북 정상회담설이 무성하다. 정국이 어수선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슈이기도 하다. 대통령 선거 전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것인가? 대선 못지않은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한명숙 국무총리가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특사 교환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답변한 이후 정상회담 문제가 촉발되었다.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지난 1월8일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필요하다면 특사 교환을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13일 한국일보는 ‘북핵 상황의 장기 정체시, 돌파구 마련을 위해 고위급 특사 파견 등 남북 최고당국자 수준의 접촉을 추진한다’라는 내용의 통일부 ‘올해 업무추진 계획’ 보고서를 공개했다.
올해 남북 정상회담 개최 움직임은 남북한 제3국 비밀 접촉설, 특사 교환 임박설로 번지고 있다. 남북한과 중국의 대북 소식통 사이에서는 남북 당국자들이 지난해 말 홍콩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위한 특사 교환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는 정보가 돌아다니고 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역시 남북 간 합의가 끝난 뒤 발표 직전까지 철통 같은 보안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비공식 채널에서 협상이 무르익고 있는 것이 아니냐”라는 관측이다.
정부와 여권은 왜 남북 정상회담에 매달리는 것일까? 우선 노무현 대통령 처지에서 보면 정상회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사실만으로 대통령 지지 세력을 결집시킬 수 있는 데다, 여야가 찬반으로 나누어질 경우 반대 세력을 한반도에 긴장을 유지하려는 반평화 세력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남북 화해와 평화 무드를 대선 정국에 반영함으로써 선거의 판세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만하다.


“소문 도는 것은 교섭 진척 없다는 방증”


남북 정상회담은 정치권의 대립되는 쟁점들 가운데 유일하게 여권이 유리한 고지에서 쟁점화할 수 있는 이슈이기도 하다. 가령 노대통령이 내놓은 대통령 연임 허용 개헌 카드는 이미 한나라당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힘을 잃었지만, 남북 정상회담의 경우는 김정일 위원장만 동의하면 언제라도 가능한 데다 어느 것보다도 인화성이 강한 카드이기 때문에 여권으로서는 쉽사리 포기하기 힘들다. 더욱이 우리의 선거 풍토는 일회성 이벤트와 돌발적 사건에 의해 많이 좌우되어왔다.
문제는 과연 북한이 회담을 수용하느냐이다. 현재로서는 북한이 남한측의 남북 정상회담 제의를 받을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2002년 10월 2차 북핵 위기 이후 북한의 모든 대외 정책은 미국과의 협상에 집중되어왔다. 북한은 특히 지난해 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실험까지 하면서 미국과의 벼랑 끝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핵 카드를 최대한 활용해 미국으로부터 외교 관계 수립, 경제적 지원 등을 얻고자 하는 북한 입장에서 남쪽의 정상회담 제안이나 남북 관계가 눈에 들어올 리 없다.
북한의 핵실험과 유엔 안보리의 제재 이후 고조된 한반도의 긴장을 풀기 위해서는 남북 정상회담만한 카드가 없다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다. 그러나 설사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더라도 북한이 핵 문제를 정상회담의 의제로 수락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만일 북한이 정상회담에 응한다면 한국의 대선 정국을 흔들어보겠다는 전술적 고려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특사 파견설 등 정상회담과 관련된 소문들이 정부·여당발로 나오는 것은 막후 교섭이 잘 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성사 가능성이 불분명한 남북 정상회담을 둘러싼 동상이몽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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