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에 핀 봉사의 꽃
  • 김세원(고려대 정보통신대학원 초빙교수) ()
  • 승인 2007.01.2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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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방학을 맞은 캠퍼스가 한적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재학생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캠퍼스는 ‘미래의 대학생’들로 붐빈다. 중·고교별로 단체 견학을 오기도 하고 사회단체의 주선으로 서울 나들이를 나선 산골 벽지의 초등학생들이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교정을 수놓는다.
대형 학원들이 제공한 전세 버스에 몸을 싣고 대학교 탐방에 나선 지방 학생들은 물론 멀리 태국 중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에서 벤치마킹하러 온 대학 관계자들도 눈에 띈다.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환한 미소로 이들을 맞이하는 이들은 ‘대학교의 꽃’으로 불리는 학생 홍보대사들이다. 학생 홍보대사들은 중·고교생들에게 교정·기숙사·도서관·박물관 등을 안내하며 대학 생활, 공부 방법과 시간관리 요령에 대해 조언해 주고 학교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한다.
학생 홍보대사들은 가깝게는 대학 진학에서부터 멀게는 장래 진로에 이르기까지 후배들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오랜만에 모교를 찾은, 백발이 성성한 졸업생이나 외국 손님들을 상대로 캠퍼스 투어를 진행하고 각종 행사에서 안내와 의전을 담당하는 것도 이들 몫이다.


홍보대사 경쟁률 20 대 1 넘어


홍보대사가 되려면 20 대 1이 넘는 치열한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일단 선발되고 나서도 정식 홍보대사가 될 때까지의 과정은 험난하기 이를 데 없다. 학교의 역사와 전통, 시설에 대한 지식을 배우는 교육연수, 학생 홍보대사로서 가져야 할 마음 자세와 단체 생활의 기본을 익히는 MT, 선배들의 캠퍼스 투어 참관, 투어 리허설을 거친 뒤에야 임명장을 받을 수 있다.
홍보대사는 학교 홍보 영화와 화보·광고 등에 모델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들을 선발하는 기준은 외모가 아니다. 학교 행사에 자주 동원되고 짐 나르기, 사무 보조 같은 빛 안 나는 일도 수시로 해야 하기에 봉사 정신과 애교심·성실성이 가장 중요하다. 면접에서 방학 때 해외여행 계획이 있는지 이성친구가 있는지 같은 개인적인 질문과 팀워크 테스트를 받는 이유도 후보의 성실성과 봉사 정신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이들을 선발하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선배 홍보대사들이다. 선배들은 학기 중은 물론 방학 중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 모집 공고부터 원서 접수·서류 심사·면접 전형·합격자 통보·새내기 교육까지 맡아 후배 홍보대사들을 길러낸다. 모든 과정은 자발적이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다.
지난해 말 치러진 전국 주요 대학의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운동권 후보들이 대거 탈락했다. 새로운 총학생회는 민족 통일 같은 거대 담론을 내세우기보다는 ‘도서관 내 모기 퇴치’ ‘시험 기간에 군고구마 제공하기’ 같은 ‘민생’을 이야기한다.


대학 사회, 건강성·다양성 스스로 회복해


미래의 거대 가치보다는 현재의 일상적인 행복을 중시하는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에는 민주화 투쟁의 선봉에서 학생 대오를 이끌던 80년대 전사의 이미지는 빛을 발하기 어렵다. 아직도 편 가르기와 이념에 매몰돼 목소리 큰 소수의 외침이 횡행하는 기성 사회와는 달리 대학 사회는 건강성과 다양성을 스스로 회복하고 있다.
학교 밖 사회가 시끄럽고 혼탁할수록 ‘그저 내가 몸담고 있는 학교를 위해 일해보고 싶어서’ 자원했다는 학생 홍보대사들의 활동은 돋보인다.
고려대 학생 홍보대사의 이름은 ‘(북을 울리듯) 고려대를 울려라’는 뜻의 ‘여울’이다.  2007년 정초 우리 모두를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줄 누군가가 간절하게 그리워지는 것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말의 성찬’이 난무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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