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품 붕괴, 뚝섬에서 시작되나
  • 이재명 편집위원 ()
  • 승인 2007.01.3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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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구역 연체이자만 8백50억원...예상가보다 낙찰가 높았던 것이 화근
 

하루 1억6천4백20만원, 총액 8백50억원. 서울시가 공매한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685-701 5천7백여 평의 땅값에 대한 연체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낙찰가 4천4백40억원에 연체이자를 합치면 5천3백억원짜리가 되어 평당 7천7백만원에서 9천2백만원이 넘는 ‘금싸라기’로 바뀐 것이다.
서울 강북 개발의 대표적 모델 가운데 하나인 뚝섬개발지구가 다시 부동산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뚝섬4구역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주)피앤디홀딩스의 잔금 유예 시한이 1월29일로 종료되었기 때문이다. 옛 뚝섬경마장 자리의 이 상업용지는 지난 2005년 6월 서울시가 공매한 것이다. 1구역 5천3백 평은 인피니테크가, 3구역 5천5백 평은 대림산업이, 4구역 5천7백여 평은 피앤디홀딩스가 각각 낙찰받았다. 2구역은 성동구민 체육센터 용도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림산업은 2005년 8월에, 인피니테크는 2006년 6월에 각각 잔금을 완납했다. 하지만 피앤디홀딩스는 계약금 4백44억원만 내고 잔금 3천9백96억원은 2005년 8월29일부터 1년5개월째 연체하고 있는 상태다. 인피니테크는 한화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 45층 2개 동 규모의 초고층 주상복합을, 대림산업은 40층 이상의 초고층 주상복합과 상업시설 등 복합단지 개발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피앤디홀딩스는 이 땅에 아파트와 관광호텔, 회의장, 전시장 등을 지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계약금은 H상호저축은행 등으로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으로 조달했지만 당초 투자를 약속했던 투자자들이 잔금 납부에 난색을 표명하면서부터 비극은 시작되었다. 낙찰가가 예상가에 비해 너무 비싸게 책정되었다는 비난이 일자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벌이고 정부가 분양가를 규제하겠다고 나섬으로써 수익성에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4백44억원을 날리게 된 피앤디홀딩스는 서울중앙지법에 잔금 납부 시한을 연기해달라는 조정 신청을 제출해 두 차례에 걸쳐 강제조정  결정을 받아냈다. 그 최종 시한이 바로 1월29일이었다.


재공매할 경우 낙찰 경쟁 다시 치열해질 듯


 
피앤디홀딩스가 세 번째 조정 신청을 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피앤디홀딩스 관계자는 “포기하지 않고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는데 또 다른 관계자는 “자포자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1월24일 현재까지는 조정 신청이 접수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정 신청을 하더라도 서울중앙지법이 다시 조정 결정을 내려줄지, 내려준다 해도 서울시가 조정 결정을 수용해줄지는 미지수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1월29일이 지나고 나서 검토할 수 있는 사항”이라는 원론적 답변만을 내놓고 있다. 절차상 서울시가 택할 수 있는 조처는 이미 정해져 있다.
법원이 조정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경우 그 결정을 수용해 다시 잔금 납부를 연기해주든가 아니면 이의를 제기해 불복하는 것이다. 피앤디홀딩스측이 조정 신청 자체를 하지 않거나 법원이 신청에 대한 조정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경우 서울시는 두 가지 절차를 밟게 된다.
하나는 원점으로 돌아가 재공매 절차에 들어가는 것이고, 또 하나는 4구역 공매를 보류하고 이 땅을 서울시 소유로 가지고 가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재공매를 점치는 사람들이 많다. 옆의 세 구역이 모두 개발되는 마당에 4구역만 서울시 소유로 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 분명한 사실은 피앤디홀딩스측이 조정 결정을 받아낸 후 사업을 계속 추진한다면 연체이자 8백50억원 이상을 피할 수 없는 부담으로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연체이자는 탕감해줄 수 없는 분명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피앤디홀딩스측은 4백44억원이라는 거액의 계약금을 날리기보다는 어떤 방법으로든 사업을 시행해 계약금 정도의 금액만은 건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부정적 견해 또한 만만치 않다. 부동산업계에서는 피앤디홀딩스측이 낙찰 욕심에 사로잡혀 시세보다 비싼 값에 무리하게 낙찰을 받은 데다가 연체이자가 크게 불어나 사업성이 없어졌다는 점을 지적한다.
건설업계에서는 다시 공매에 들어갈 경우 낙찰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지에서 가장 가까운 동아아파트가 평당 2천6백50만원에 거래되고  최근 분양한 힐스테이트 92평형의 분양가가 평당 3천2백4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곳의 인기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지 바로 건너편에 있는 숲공원부동산의 김명재 대표는 “서울숲이 바로 옆에 있어 영구 조망권이 좋은 점을 고려하면 평당 4천만원에 분양하더라도 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본다”라고 낙관적 견해를 밝혔다.
뚝섬 일대가 강남 못지않게 변화할 것이라는 점도 낙관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2010년에 신분당선이 개통되면 성수역이 부지 바로 옆에 개설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성수동1가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에 총 1조원을 투입해 오는 2010년 말까지 가칭 ‘서울포레스트 워터프런트 타워’라는 지상 1백10층, 지하 7층짜리 초대형 빌딩을 짓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하지만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이 더 많은 듯하다. ‘1·11 부동산 종합대책’ 이후 부동산 경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입지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수익성의 기준이 되는 평당 4천만원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재공매를 하더라도 기존 낙찰가인 4천4백40억원(평당가 7천7백32만원)은 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 부지 건너편 대로변이 평당 5천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는 상태이다.
피앤디홀딩스의 비극은 아무리 위치와 여건이 좋아도 비싼 땅값으로는 사업성이 없다는 당연한 교훈을 알려주고 있다. 부동산 거품은 부동산 열풍 속에서도 꺼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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