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사전에 2등은 없다
  • 왕성상 편집위원 ()
  • 승인 2007.01.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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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할인점 업계 부동의 1위...신세계 주력 사업으로 떠올라

 
'이마트를 배우자.’ ‘이마트 아성을 깨자.’ ‘이마트를 따라잡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할인점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신세계 이마트에 유통업계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잘나가는’ 이마트의 경영 기법을 배워 할인점 업계 1위 자리를 되찾자는 경쟁사들의 질투 섞인 비아냥도 없지 않다. 부러움과 질투가 교차되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는 1993년 11월12일 서울시 도봉구 창동에 국내 최초 할인업태인 이마트를 선보인 후 해마다 20% 이상의 높은 매출 성장세를 보이며 대형 마트업계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도체·전자·건설 산업 등에 밀려 주력 산업군에 들지 못했던 유통업을 ‘미래 성장 산업’으로까지 불리도록 하는 데 이마트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특히 지난해 5월 세계적 유통사인 미국 국적의 월마트코리아의 16개 점포를 인수하면서 할인점 업계 2위인 롯데마트와의 격차를 더욱 벌려 정상을 향한 시장 경쟁을 끝냈다.
전체 점포 수는 1백10개로 국내 1백3곳, 해외(중국) 7곳에서 영업 중이다. 매출 규모는 연간 10조원에 육박한다. 지속적인 영업점 늘리기 전략에 따라 올해도 13~15곳에 점포 문을 연다.
이마트는 이렇게 해서 2010년까지 국내에만 1백50여 개 점포를 세워 연간 15조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해외에서도 이마트의 영업점 파고들기는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 지역이 중국이다. 1997년 상하이에 중국 1호점을 연 이래 상하이와 톈진에서만 점포 7개를 운영하고 있다. 이어 2010년까지는 이미 진출한 상하이·톈진 등지를 포함해 중국 주요 지역에 34개, 2012년까지는 50개 점포를 낼 예정이다.
모체인 신세계는 지난해 말 이마트 성장을 발판으로 롯데쇼핑(롯데백화점+롯데마트)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국내 유통업계 1위로 올라섰다. 유통업계 최고의 신용등급(AA+)을 가지고 있는 신세계 주가는 1월25일 현재 56만5천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명희 회장의 ‘배짱 경영’ 눈길


이마트의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리고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여기에 초점을 맞춰 연구하고 벤치마킹하려는 곳이 많다. 유통업계는 물론 증권업계·학계 등 분야가 다른 쪽에서까지 이마트 경영 기법 배우기에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먼저 이마트의 저력은 모체인 신세계 경영진의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과 장기 포석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배짱 경영’과 ‘베팅’이 크게 작용했다.
이마트는 영업 분야에서 효율 경영과 수익 경영을, 비영업 분야에서는 윤리 경영이라는 혁신 과제를 선보이며 초일류 유통 기업으로 커가고 있다. 이명희 회장은 국내 으뜸 유통회사에서 현대백화점에 밀려 3위로 내려앉은 신세계의 고질적 ‘비효율’과 ‘비혁신’ 분위기를 효율성 극대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카드사업부를 한미은행에 팔고 그래픽·디스플레이 관련 부서를 분사 형식으로 떼낸 것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게다가 백화점 부지로 사들인 땅을 이마트용으로 돌려 매장을 여는 등 자산회전율을 끌어올리는 데도 앞장섰다. 2003년 유통업계 최초로 외국인 사외이사를 선임해 글로벌 사업화에 맞는 투명 경영 의지를 선보인 점도 돋보인다.
이마트는 협력 업체들과의 상생 구조도 마련해 합리적인 거래 문화를 정착시켰다. 중소기업 초청 상품박람회 개최, 협력사 납품 대금 기일 줄이기, 무반품 계약제 시행, 협력사 윤리 경영지원 등이 그런 흐름에서 나온 것이다.
그 결과 2003년 유통업계에서는 처음 금탑산업훈장을 받았고 반부패국민연대로부터 기업 윤리경영 최우수 회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마트를 유통업계 정상으로 이끈 구체적 성공 요인들도 눈길을 끈다.
첫째, 빠른 의사 결정에 따른 전국 점포망 구성과 땅 확보다. 이마트는 다른 업체들보다 한발 빠른 전략으로 지방 곳곳에까지 영업점을 내 시장을 장악했다. 국내 업체는 물론 월마트·홈에버(전 까르푸) 등 외국계 할인점들이 국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전국적 다점포망을 갖추어 경쟁에서 이긴 것이다.
둘째, EDLP에 충실한 최저가 영업 전략이다. 상품을 매일 다른 업체들보다 더 싸게 파는 것으로 ‘이마트=가장 값싼 대형 할인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성공을 거두었다. 이는 업계 1위로서 소비자들에게 한 푼이라도 싸게 제품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면서 국가적으로도 물가 안정에 기여한다는 취지에서 비롯되었다. 
셋째, 할인점 시설 및 상품 부문에서의 차별화다. 기존 할인점들이 추구하는 창고형 시설과 달리 매장 환경을 밝고 재미있게 꾸미는 것이다. 또 매장 디자인을 새롭게 바꾸고 손님들 눈높이에 맞도록 진열대 높이도 낮추었다. 이른바 ‘백화점급 할인점’으로 과감한 변신을 꾀한 것이다.


‘값’보다 ‘가치’에 비중 두는 영업도 펼쳐


이마트 관계자는 “이는 백화점 가격대에 부담을 느끼며 합리적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중산 소비층’을 겨냥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공산품은 연중 최저가로 팔되 패션이나 신선 식품 등은 ‘값’보다 ‘가치’에 비중을 둬 영업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마트는 이를 위해 패션 부문에서 고급화를 시도했다. 지난해 말 인사 때 이마트 패션디자인실을 이끌고 있는 권오향 실장을 신세계 최초의 여성 임원(상무보)으로 승진시킨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에 앞서 2005년 9월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패션디자인실을 신설했다.     
또 할인점 사업 초기부터 최고 품질의 신선 식품 분야를 크게 강화해 가공 식품을 중점 상품으로 내세우는 외국계 할인점과 차별화를 꾀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산지와의 직거래, 전국 각지의 대형 특산물 전시회를 통해 ‘안심 먹을거리’를 제공한 것도 관심을 모았다. 최저가 신고 보상제, 신선 식품 리콜제 등 각종 자체 제도들 역시 고객 만족을 이끌어내는 데 한몫 했다.
넷째, 적극적인 PL 개발이다. 이마트는 1997년부터 가격 경쟁력 향상과 경영 효율 극대화 방안으로 자체 브랜드 제품 개발에 나서 성공을 거두었다. PL 개발은 업계 가격 경쟁을 피하면서 차별화된 브랜드 확보로 고객들을 이마트로 오게 하는 매개체 구실을 했다. 지난해 8월에는 프리미엄급 PL(자사 브랜드)인 ‘#902(샵나인오투)’를 내놓았다.
다섯째, 첨단 시스템을 통한 효율 경영이다. 이마트는 일찍부터 다점포망 전략을 세워 업계 최초로 물류센터를 지어 첨단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효율 경영을 펼쳐왔다. 용인·광주·대구·시화 등 네 곳에 첨단 물류센터가 가동되고 있다. 이마트는 그동안의 지속적인 시스템 개발 성공으로 물류 부문에서만 한 해 30억원 이상의 비용을 줄이는 등 가시적 성과를 얻고 있다.
이마트의 앞선 영업 전략의 엔진은 올해도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신세계의 상징적 둥지인 서울 중구 충무로1가 신세계백화점 본관이 2월 말~3월 초 단장을 끝내고 문을 열면 새로운 프로젝트가 나올 것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이명희 회장이 특별히 관심을 쏟고 있는 곳으로 공사 준공을 계기로 또 다른 ‘베팅’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어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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