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도 화나면 못 참아?
  • 명재도(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1.3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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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증권 최명주 사장 전격 사임...삼성전자 이기태 부회장은 회의 불참

명재도 (자유 기고가)

 
스타급으로 일컬어지는 대기업 최고경영자들도 화가 나면 못 참는가 보다. 기업·단체들의 연초 정기 인사가 한창인 가운데 일부 스타급 최고경영자들의 사퇴설이 불거져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교보증권의 최명주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1월25일 보도 자료를 통해 사임을 발표했다. 최고경영자가 자신의 사임에 대해 회사 차원의 보도 자료를 돌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최사장은 보도 자료에서 사임 이유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교보증권에 대한민국 최초의 증권사이며 중소기업 전문 IB(In vestment Banking)라는 기업의 색깔을 입혔다. 전 임직원이 소형 증권사라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내주었고, 나 또한 변화 혁신 추진비·격려비·주중 골프 회원권 등 관례적인 범위 내에서 대표이사로서 최선의 보답을 했다”라고 밝혀 회사 내부적으로 마찰이 있었음을 느끼게 하는 분위기를 풍겼다.
최사장은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우리금융지주 황영기 회장의 후임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중이어서 그의 갑작스러운 사의는 자발적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최사장의 설명에 등장하는 ‘임직원에 대한 보답’을 두고, 대주주·이사회와 마찰을 빚게 되자 이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교보증권의 대주주인 교보생명 이사회가 지난 1월24일 최사장에게 ‘직권을 남용해’ 변화 혁신 추진비·격려비·주중 골프 회원권 등에 과다 지출했다고 지적한 데 대해 최사장이 심하게 반발했다는 것이다.


‘대주주와 갈등설’ 등 돌아


 
교보증권의 한 간부는 “최사장이 나름으로 교보증권의 틀을 공격적으로 바꾸는 데 기여했다. 기업 문화가 원래 보수적이고 영업 마인드가 약했던 것을 변화시킨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고객들의 주식 거래에 의존하던 위탁 매매 비중을 줄이고 IB에 주력해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간부는 “대주주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의 갈등이 불거지자 최사장이 참지 못하고 사표를 던진 것”이라고 귀띔해주었다. 이 간부는 “신회장은 그동안 최사장을 신임해 교보증권을 맡겼는데 다른 금융사 회장 자리를 기웃거리는 데 대해 못마땅해했다”라며 “지난해 말 성과에 대한 보답이라며 자신을 포함한 임직원들에게 거액을 집행한 것이 사주인 신회장으로 하여금 최사장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회장은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주의 장남으로 서울대 의대 교수 겸 산부인과 의사로 재직하다 1996년 교보생명 부회장으로 그룹에 입사해 2000년 3월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번 최사장의 사퇴로 신회장 취임 이후 교보증권 사장은 모두 다섯  명이 바뀌게 된 셈이다. 
한편 삼성전자에서는 이기태 기술총괄 부회장이 지난 1월22일부터 출근하지 않아 ‘인사 불만’ ‘출근 거부’ 등의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소동이 있었다. 이부회장은 삼성 휴대전화 ‘애니콜’을 세계적 브랜드로 키워낸 주인공이다.
그런 이부회장이 1월25일 수원사업장에서 개최된 2007년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도 불참하자 갖가지 소문이 나돈 것이다. 기술총괄 부회장(CTO)이 되기는 했지만 사업을 맡지 않게 된 것이 ‘불만 사퇴설’을 증폭시키는 배경이었다.  이부회장은 삼성전자 홍보실을 통해 “부회장실 인테리어 공사와 치과 치료 때문에 휴가를 낸 것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1월29일부터 수원사업장에 마련된 새 집무실로 출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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