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핵융합 기술로 '인공 태양' 밝힌다
  • 남상문(자유 기고가) ()
  • 승인 2007.01.3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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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TAR 모델로 실험로 건설...7개국 합작, 2030년께 가동

 

남상문 (자유 기고가)

 
올겨울은 전세계적으로 유난히 따뜻한 것 같다. 동면에 들어갔던 곰들이 일찍 깨어나고, 얼음이 녹아 스케이트 대회가 취소되고, 눈이 녹아 스키장의 맨땅이 드러난 광경이 외신을 타고 전해진다.
많은 과학자들은 이같은 현상이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후의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은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과도하게 사용함에 따라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와 같은 오염 물질이 증가해 태양열을 지구 밖으로 충분히 발산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온실 효과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계 각국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풍력·태양력 발전 등 대체 에너지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발전 용량이 작은 풍력 등으로는 갈수록 폭증하는 에너지 수요를 따라잡을 수 없기에 최근에는 미국·일본·중국·러시아·유럽연합(EU) 등 세계 각국이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과학 기술력을 한데 모아 ‘인공 태양’을 만들겠다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search) 프로젝트를 출범했다. ITER는 라틴어로 ‘길’이라는 의미로 인류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ITER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당당히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설계·제작해 조립 최종 단계에 접어든 한국형 초전도핵융합실험로(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가 바로 ITER의 모델이다. 초전도 기술을 적용한 토카막(Tokamak : 핵융합 유도 장치) 형태의 핵융합 실험로는 KSTAR가 세계 최초이다.


‘인공 태양’ 핵융합 발전이란:

 
태양과 같이 스스로 빛을 내는 별들의 내부에서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핵융합 반응이 태양 에너지의 원천인 것이다. 태양의 내부는 엄청난 압력과 높은 열로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초고온 플라스마 상태로 존재한다. 초고온 플라스마 상태에서 수소와 같은 가벼운 물질은 초고온·초고압 상태에서 원자핵 간에 서로 융합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한다. 태양으로부터 1억5천만km를 가로질러 오는 햇볕은 바로 태양의 거대한 핵융합 반응에 의해 생긴 것이다. 핵융합 발전은 바로 이와 같은 태양 에너지 생성 과정을 인공적으로 재현해보자는 것이어서 ‘인공 태양’이라고도 불린다.
핵융합 발전은 온실 효과를 유발하는 공해 물질을 배출하지 않고 방사능 폐기물도 만들어내지 않는다. 게다가 발전에 필요한 원료인 중수소나 삼중 수소는 바닷물 속에 풍부해 거의 무한한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중수소는 바닷물 1ℓ에서 0.03g을 얻을 수 있고, 중수소 1g은 석유 8t의 에너지와 맞먹는다. 게다가 바닷물에서 중수소를 추출하는 비용 역시 매우 저렴하다. 삼중수소는 1천5백만년이나 사용이 가능한, 노트북 전지에 사용되는 리륨이라는 물질을 활용해 핵융합로 내에서 만들어진다. 따라서 핵융합 발전의 원료는 거의 무한하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핵융합 발전을 하려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1억℃ 이상 초고온 플라스마를 만들어야 한다. 초고온 플라스마는 고주파를 쏘아 입자를 가열해 만든다. 초고온 플라스마가 용기에 닿게 되면 녹아내리기 때문에 플라스마를 도넛 형태의 진공 공간에 띄워 가두고, 주변에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켜 핵융합을 유도하는 토카막이라는 장치가 필요하다. 핵융합 발전에는 물리, 화학, 원자력, 소재 기술 등 수많은 첨단 과학 기술이 총동원된다.


세계의 태양 ITER 프로젝트 출범:

한국·미국·유럽연합(EU)·중국·일본·러시아·인도 등 7개국(ITER 기준)은 지난 2006년 11월21일 프랑스 파리에서 ITER 개념 설계 착수 18년 만에 본격적인 청정 핵융합 에너지 공동 연구에 돌입키로 의견을 모으고 서명식을 가진 바 있다. 참여국들은 빠르면 올해 실험로를 착공해 약 10년 뒤인 2016년에 완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ITER 사업은 지난 1985년 11월 제네바 국제회의에서 옛 소련의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과 EU, 일본이 평화적 목적의 핵융합 에너지 개발을 국제 공동 프로젝트로 추진할 것을 제안하면서 시작되었다. 미국이 이같은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1988년에는 ITER 이사회가 출범했다.
초기에는 미국·러시아·EU·일본만 참여했으나 이후 중국과 인도, 우리나라가 합류했다. ITER 건설 부지로는 프랑스 남동부의 카다라슈, 일본 로카쇼무라 지역이 경합을 벌이다 2005년 프랑스의 카다라슈로 선정되었다. 건설 부지로 최종 선정되면 전체 건설비의 절반가량을 부담해야 하지만 사업에 쓰이는 30여 종의 최첨단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이점과 60억 달러에 달하는 운영 비용이 투입되면서 10만명의 고용 효과를 누리는 장점이 있다.

 
ITER 총 건설비는 오는 2016년까지 총 50억8천만 유로(약 6조원). 이처럼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보니 참여국 중 시설 유치국인 EU가 45.46%를 부담하고, 54.45%를 나머지 6개국이 9.09%씩 분담하게 된다. 한국의 부담액은 8천3백80억원 정도. 이중 22%를 현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현물(실험로 장비 및 설비 납품, 전문가 파견)로 제공한다. 현물 제공이 가능한 것은 KSTAR의 설계와 적용 기술을 기반으로 ITER가 건설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KSTAR의 크기는 ITER의 25분의 1 정도다. 
우리나라는 ITER 참여에 따라 관련 기술의 무상 공유, ITER 건설 및 운영에 직접 참여, 관련 지적재산권 공유 등의 권리를 누릴 수 있다.
ITER는 2025~2026년께 기술 검증을 마치게 된다. 과학자들은 현재의 개발 추세 정도라면 2030년께 실제 핵융합 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의 태양 KSTAR:

우리나라는 ITER 협정에 이어 지난 1월11일 대덕연구단지 소재 한국기초과학연구원의 핵융합센터에 순수 우리 기술로 설계·제작한 KSTAR의 주요 부품의 설치를 완료하고 뚜껑을 덮는 상량식을 가졌다.
KSTAR의 뚜껑이라 불리는 극저온 용기는 지름 9m 높이 6m 무게 60t으로, 상량식에서 설치 완료까지 무려 4시간이 소요될 정도의 거대 장치다. 지난 1995년 건설을 시작해 진공 용기, 초전도 자석, 전류 인입 장치 등 주요 부품이 설치되었다. 최종 진공 누설 검사와 진공 배기 공정을 거친 다음 종합 시운전 단계를 지나 오는 8월 완공되어 2008년 6월부터 본격 가동해 2015년까지 ITER의 시험 장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는 또한 ITER 가동 이후 2025년까지 우리나라의 핵융합 상용로 개발의 원천이 된다.
KSTAR 설비와 기술은 ITER 건설에 그대로 적용될 예정이어서 우리나라 과학 기술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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