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인사란 사람들이 학원 민주화 해치다니"
  • 정락인 편집위원 ()
  • 승인 2007.02.05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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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학 파견 임시시아들, 전횡, 비리로 '원성'

 
새학기를 앞두고 전국의 많은 대학 캠퍼스가 몸살을 앓고 있다. 아니 울부짖고 있다.
사립학교 등록금 1천만원 시대. 학부모들은 등골이 휜다. 이렇게 비싼 수업료를 내놓고 학생들은 강의실에 없다. 책 대신 피켓을 들고 노트 필기 대신 대자보를 쓴다. ‘정치인은 정치판으로, 민주 인사들은 민주적으로, 학교는 학생들에게….’
현재 학내 문제 등으로 임시이사가 파견된 대학은 모두 20곳. 교육계는 임시이사 파견이 학원을 정상화하기보다는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학은 또 정치인들의 정치판이 되고 있다. 낙하산을 타고 온 인사들이 캠퍼스에 넘친다는 얘기다. 친정부 시민사회단체 출신도 상당수다.
교육부가 국회교육위원회 이주호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임시이사 선임 법인별 현황’에 따르면 임시이사가 파견된 15개 대학에 시민단체 18명, 청와대와 각종 위원회 출신이 18명이나 되었다.
대학이 분노하는 것은 이른바 민주 인사, 진보 인사로 불리는 사람들의 비민주적 행태다. 해결사로 내려온 이들이 오히려 학내 민주화를 가로막는 장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수들과 학생들은 분노한다. 임시 이사들의 비민주적 행태는 전횡과 파행 운영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지환 임시이사파견사학정상화대책위원장은 “참여정부 이전에는 교육부 출신 인사들이 임시이사로 대부분 파견됐지만, 참여정부 들어서는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또한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 관련 인사들이 대거 파견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1월18일. 경기대학교 동문회는 ‘경기대 사태’에 대해 한 장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경기대 동문회는 성명서에서 ‘임시이사가 파견된 지 2년이 되었지만 대학은 과거보다 더 심한 무감각과 몰상식이 판을 치고 있다’라고 개탄했다. 개혁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절망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대 총학생회도 임시이사회에 대한 규탄 성명서를 냈다. 동문회와 총학생회가 밝힌 임시 이사회의 문제는 학교의 정치판화다.
경기대에는 손종국 전 총장 시절에 재단 비리가 불거지자 임시 이사가 파견되었다. 첫 임시이사장에 내정된 인물이 바로 이창복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다. 이임시이사장이 강원도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사임하자, 후임 임시이사장 권한대행에 현 통일부장관인 이재정씨가 임명되었다. 그 뒤를 이은 임시이사장이 전 민주당 의원인 조순승씨다. 현 이태일 총장도 열린우리당 창당 때 공동의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경기대 임시 이사회에 정치인들의 낙하산 인사가 이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경기대 총학생회는 “캠퍼스가 정치인들의 생명 연장을 위한 통과 코스가 됐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정치적 입김으로 대학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자칭 민주 세력들로 말미암아 대학의 본질을 잃어가고 있다고 분개했다.
세종대학교는 1989년부터 15년이 넘게 학내 분규에 휩싸여 있다. 설립자인 최옥자 목사의 독단적인 재단 운영 방식이 도화선이 되었다. 이듬해인 1990년에는 재학생 전원 유급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1996년에는 이사장이 주명건씨로 바뀌면서 학내 분규는 멈추는 듯했다.
하지만 2003년 말부터 설립자의 아들끼리 재산 분배를 놓고 가족 분쟁을 벌이면서 이른바 ‘세종대 사태’를 맞았다. 
그러자 교육부가 나섰다. 2004년 10월에 학교법인 대양학원과 세종대에 대해 대대적인 감사를 벌였다. 교육부 감사 결과 비리나 횡령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으나 임시이사 파견을 결정한다.


세종대·대구대·고신대 등에서 ‘잡음’


 
이때 파견된 임시이사가 노동부장관을 지낸 김호진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장을 비롯해 민병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인권보장특별위원장, 손혁재 참여연대운영위원장, 함세웅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등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인물들이다. 이 가운데 함세웅 신부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을 결성하고, 1987년 고 박종철씨 고문 치사 사건의 은폐·조작 사실을 폭로한 대표적인 재야 인사다.
그러나 세종대는 이들 임시이사가 파견되면서 각종 잡음이 쏟아졌다. 독선과 독단으로 일관한다는 비판의 소리도 이어졌다. 김임시이사장이 학원 정상화보다는 재단 투자 기업의 경영권에 깊이 관여한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왔다. 대양학원 재단 소유의 투자 기업인 (주)세종투자개발, (주)한국관광용품센터에 친정 체제를 구축했다는 말이 돌았다. 
당시 인사에서 세종호텔 사장에 안기부 수사국장 출신인 최규희씨, 부사장에는 안중근 기념사업회 사무국장 출신인 윤원일씨를 앉혔다. 두 사람 모두 함세웅 임시이사가 천거했다는 말이 나돌았다. 한국관광용품센터에는 함세웅 임시이사와 함께 일했던 인물들이 많이 들어갔다. 백운학 이사(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무처장), 김성욱 대리(전 안중근 기념사업회 기획부장), 이중기 대리(전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 등이 그 예이다.
흑자 기업이던 세종호텔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수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윤원일 부사장은 법인 카드로 월 3천만원 이상을 지출하면서 회사 업무와 무관하게 개인 용도로 귀금속과 양복 등을 구입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세종대 관계자는 “현 임시이사회의 문제는 좀 과장된 면이 있다. 인사권은 재단 고유의 권한이므로 외부에서 가타부타 말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부 지방대학에서는 시민단체 인사들이 대거 임시이사로 들어갔다. 대구대학교와 고신대학교가 대표적이다. 대구대는 윤덕홍 전 교육 부총리를 비롯한 대구사회연구소 출신들이 장악했다. 총장에 윤덕홍 전 교육 부총리가, 임시이사장에 류창우 전 대구사회연구소 이사장이 임명되었다.
또 대구사회연구소 출신인 장주효·최달곤·서석구씨 등이 임시이사로 들어갔다. 박찬석 전 열린우리당 의원과, 주보돈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서영훈 전 민주당 대표 등 정치인들도 임시이사가 되었다. 대구대에서는 토지 문제가 불거졌다. 총장이 교육용 토지를 공시지가보다 43억원이나 비싸게 구입하면서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 또 토지를 고가로 매입하면서 매도자에게 2억원을 강제 기부토록 했다는 혐의도 불거졌다. 때문에 막대한 교비 손실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고신대는 임시이사장이 대학법인 소유의 ‘고신의료원’을 부도내고 이를 악용해 재단을 헐값에 제3자에게 팔아넘기려다 발각되어 사회 문제가 되었다. 임시이사장으로 파견된 인물은 부산참여자치연대 공동대표와 시민사회연구원 이사장을 지낸 김민남씨. 고신의료원 정상화 추진위원회는 김임시이사장이 병원 경영권의 지배 구조를 변경하기 위해 의대 교수협의회 등과 짜고 학교를 사유화하려는 음모를 꾸몄다고 지적했다.
임시이사들의 문제가 불거진 곳은 비단 이들 학교만이 아니다. 임시이사들 대부분이 학교 재단의 막대한 이권과 인사권을 좌지우지하며 사유화하는가 하면, 각종 부패·비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을 지켜보며 학생들은 이렇게 묻는다. “대학의 주인은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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