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대박 터뜨리다
  • 명재도 (자유기고가) ()
  • 승인 2007.02.0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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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학생, 주부의 '비범한 성공 스토리'

 
적수공권(赤手空拳). 맨손과 빈주먹이라는 뜻으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사업을 해서 돈을 벌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가장 먼저 사업 자금을 걱정한다. 그러나 돈이 전부는 아니다. 돈 한 푼 없이 아이디어만으로 성공한 사례들은 부지기수이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기업의 경영 전략 및 성공·실패 사례>라는 책자를 발간했다. 여기에는 NHN·다다실업 등 국내 기업 13개 사의 해외 시장 개척 성공 사례와 외국 기업 30개 사의 성공·실패 사례 등이 분석되어 있다. 이 가운데 아주 평범한 주부와 고등학생이 우연히 떠오른 일상생활의 발상을 바탕으로 세계적 기업을 일군 사례를 소개한다.
캐나다 밴쿠버에 사는 고등학교 3학년생 브라이언 스쿠다모어 군은 1989년 7백 달러(약 67만원)로 중고 트럭을 한 대 구입했다. 그리고 일반 가정을 대상으로 쓰레기 수거 사업을 시작했다. 17년이 흐른 2006년 현재 2백50개 가맹점에 연간 1억 달러(약 9백50억원) 매출을 올리는 대기업으로 키워놓았다. 스쿠다모어는 어느 날 햄버거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가 자전거·폐타이어 등을 어지럽게 실은 트럭을 보고 하나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캐나다에서는 텔레비전 수상기 등 생활 폐품들이 쓰레기통 규격에 맞지 않아 기존 쓰레기 수거 업체들이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한국에서도 이런 폐품들은 각 가정이 별도의 비용을 부담해야 처리할 수 있다.
스쿠다모어는 ‘여러분의 쓰레기를 (추가 비용 없이) 즉각 처리해드립니다’라는 문구를 내걸고 쓰레기를 모았다. 사람들의 눈길이 쏠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Rubbish Boys(쓰레기 소년들)’라는 상호를 걸고 1인 회사로 시작했다. 수업 시간에도 호출기가 울릴 정도로 손님들의 호출이 끊임없이 이어졌다고 한다.
스쿠다모어는 1993년 대학을 중퇴하고 본격적인 사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98년 회사 이름을 회사 전화번호를 집어넣은 ‘1-800-Got-Junk’로 바꾸고 2000년에는 미국에도 진출해 시카고 등에 지점을 개설했다. 이 회사는 캐나다 젊은이들 사이에 벤처 신화를 불러일으켜 2005년 어니스트 & 영 컨설팅 그룹 등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 및 ‘100대 성장 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이 회사의 성공 이유는 세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는 원 콜(One-call) 서비스이다. 예약 할인 혜택→고객 요구 사전 파악→처리 후 72시간 내 재확인 등 3단계 방식으로 고객 만족도를 극대화했다.


쓰레기 수거업 브랜드화 ‘대성공’


둘째는 역발상으로 쓰레기 수거업을 브랜드화했다는 점이다. 기존 업체들이 더럽고 폐품이 가득 찬 ‘쓰레기’ 트럭을 몰고 다니는 데 비해 이들은 최신 트럭에 로고를 부착하고 유니폼을 입게 하는 등 이미지 통합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본사 건물도 밴쿠버 산업단지 내 인텔리전트 사무실과 잔디밭을 갖춘 첨단 기업형으로 설립해 ‘깨끗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그리고 프랜차이즈 지점을 개설할 때 로열티(매출의 8%)를 합리적으로 책정하고 대출이 없는 대상자에게만 가맹 자격을 부여하는 등 확고한 원칙을 유지해 깨끗하고 투명한 이미지를 분명히 했다. 
셋째로 수익 모델을 끊임없이 창출했다. 기존 업체들이 재활용할 수 있는 폐품에 대해서도 처리 비용을 부과하는 것과 달리 이 회사는 무료로 처리해주고 재활용센터를 운영해 수거용품의 재활용도를 40%까지 높여 부가 수입을 확대했다. 지하철 주변 상가, 시내 식당가 등으로 사업망을 확장해 ‘박리다매형’ 체제를 유지했다. 특히 트럭당 수거비를 기존 업체들의 평균인 4백 달러에 비해 40%나 낮은 2백38달러로 낮춤으로써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미국의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사라 와이즈는 1991년 미네소타 주의 한 양초 공장에 들렀다가 먼 곳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을 보고 양초 전문점을 차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와이즈는 이듬해 1월 ‘CANDLEMAN’이라는 회사를 열면서 라이프스타일을 판다는 컨셉트를 바탕으로 삼았다. 양초와 함께 인테리어 액세서리를 함께 파는 전략으로 현재는 전세계에 1백70개 매장을 운영하는 세계적 회사로 키웠다.
양초는 북미 지역 가구의 70%가 사용하는 일용품인 동시에 인테리어 소품으로서의 기능이 크다는 점에 착안했다. 와이즈는 양초의 기본 기능에 충실하면서 장식적 기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다양한 인테리어에 맞추어 제작해 촛대 등 관련 소품과 함께 시리즈 상품으로 팔고 있다. 제품의 잠재력을 극대화한 것이다.
 가게 앞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들어가고 싶은 가게’라는 생각을 갖도록 하기 위해 미국 내 50여 개 점포의 외관과 상품 진열을 시즌별로 세심하게 디자인하고 점포별로 교육과 소품 지원을 통해 매장을 관리한다고 한다. 특히 점포를 백화점 1층 외벽이나 통행량이 많은 번화가에 설치해 사람들이 약속 장소로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살 의도가 없는 사람들까지도 충동 구매를 일으키도록 유인하고 있다.
매장 개설 기준을 평방마일당 인구밀도 2만5천명 이상으로 정하고 대형 쇼핑몰 입점을 적극 독려한다. 연간 양초 매출의 35%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나머지 65%가 어머니날·부활절 등에 몰려 있는 점에 착안해 캔들 캘린더를 제작해 고객들에게 나누어주며 단골을 확보했다. 캘린더에는 제품 출시 일정 및  판촉 행사 계획 등이 적혀 있다.
인터넷을 활용해 본사 웹 페이지와 별도로 점포별 웹 페이지를 만들게 했다. 양초의 역사에서부터 제품 스타일별 스토리, 활용 방법, 제품 정보 등 소비자의 감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내용들을 업데이트하고 세일 등 다양한 이벤트를 홍보해 소비자의 제품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일 년 내내 꾸준한 매출이 발생하도록 하고 있다. 창업 당시에는 기존 양초 공장 30여 곳에서 상품을 공급받았으나 지금은 자체 하청 공장 100여 곳에서 독점 납품받아 표준화된 제품을 확보하고 있다. 유사 경쟁 업체와의 차별화를 위해 ‘양초 장인’들을 꾸준히 발굴해 양초 문화가 발달한 유럽 등 10여 나라에 파견하는 등 인재를 양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양초라는 평범하고 전통적인 상품을 ‘아름답고 아늑한 분위기 연출을 위한 소품’으로 재탄생시켜 틈새 시장 창출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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