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거물들 "CEO 감은 나야 나"
  • 서종수(자유기고가) ()
  • 승인 2007.02.05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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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 등 대형 시중은행장, 금융기관장 자리 쟁탈전 '불꽃'

 
금융권에 초특급 ‘인사 태풍’이 불기 시작했다. 지난 1월24일 우리금융지주가 황영기 회장의 후임 인선을 위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함으로써 올해 금융 CEO(최고경영자) 인사의 막이 올랐다.
금융계에서는 올해 유례없이 큰 장이 설 것으로 보고 있다. 굵직굵직한 자리들이 잇따라 임기 만료되면서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내로라하는 거물급 인사들이 자천 타천으로 뛰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우리금융 외에 국민은행·중소기업은행 등 대형 시중 은행들의 행장 임기가 올해 끝난다. 증권가에서는 대우증권을 성공적으로 재기시킨 손복조 사장이 임기를 다 채우게 된다.  무엇보다  최고 ‘실세’로 평가받는 윤증현 금융감독원장 등 유관 기관장들의 거취가 관심사다. 윤원장은 오는 7월 임기가 만료되고 황건호 증권업협회장과 윤태순 자산운용협회장도 연임이냐 퇴임이냐의 갈림길에 놓일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정권 말기라는 점을 들어 “정부 입김이 작용하는 곳은 대부분 새로운 인사로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한다. 마지막 보은 인사가 기승을 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마’가 움직이면 작은 말들의 연쇄 이동도 불가피하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올해에 임기가 만료되는 금융기관의 수장이 줄잡아 25명에 달하고 감사 등 주요 포스트들을 합치면 1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야말로 물 좋은 장이 서는 셈이다.
은행권에서는 2월 말과 3월 초에 걸쳐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기업은행·주택금융공사 등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4개 금융기관장의 임기가 끝남에 따라 후임 자리를 놓고 물밑 움직임이 한창이다. 특히 대통령의 임기 말이라는 특수 요인까지 가세하면서 관료 출신·청와대 인맥·범금융권 인사들이 뒤섞여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은행장 인사와 관련해 첫 테이프를 끊은 곳은 우리금융지주다. 우리금융의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1월 말까지 신문과 인터넷을 통해 후보자를 공모한 뒤 한 달 동안 검증 작업을 거쳐 2월 말에 회장을 먼저 선임하고 행장은 3월께 뽑을 예정이다. 우리금융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회장과 행장의 분리를 결정한 바 있다.
금융계에서는 회장과 행장 분리 방침에 따라 회장은 우리금융 지분 매각을 총괄하게 된다는 점에서 정부와 관계가 좋은 인물이나 관료 출신 인사가 맡고 은행장은 실무형이 배치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경우 우리금융 회장으로 지난 3년간 회장과 행장을 겸직하며 경영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황영기 회장의 연임 여부가 주목된다. 얼마 전 비정규직을 처음으로 정규직화해 세간의 호평을 받은 점이 그의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지분이 78%에 달하는 만큼 정부의 의중이 어떻게 흐를지가 변수다.
황회장의 연임이 좌절될 경우 강권석 중소기업은행장과 이덕훈 금융통화위원이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강행장은 관료와 은행장을 모두 거쳤다는 점이, 이위원은 우리은행장을 역임해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는 점이 각각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퇴출 위기에 몰렸던 수협을 취임 1년 만에 회생시킨 장병구 수협신용 대표는 해양수산부장관을 지냈던 노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어 2004년에 이어 이번에도 후보로 거론 중이다.


기업은행장 자리는 관료 출신 몫?


 
이 밖에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대구상고 2년 후배이자 대통령 자문 동북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최명주 교보증권 사장, 부산상고 출신의 김지완 현대증권 사장, 김수룡 도이치은행 아시아 총괄 회장 등도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중 최사장은 임기를 1년 이상 남긴 채 지난 1월25일 돌연 사임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만4천명의 직원을 거느리는 우리은행장 자리를 둘러싼 경합도 치열하다. 이종휘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등의 내부 승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은행 부행장을 지낸 최병길 금호생명 대표 이름도 나오고 있다. 또 3월에 임기가 동시에 만료되는 우리금융의 자회사인 경남은행 정경득 행장과 광주은행 정태석 행장도 강력한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3월에 임기가 끝나는 기업은행장 자리도 인사 태풍의 가시권 안으로 들어왔다. 박병원 재경부 1차관·진동수 2차관·이우철 금융감독원 부원장 등이 거명되고 있는데, 민영화를 밟는 과정에서 정부와 원만한 교감을 형성해야 하는 특성상 당분간 관료 출신의 진출이 무난하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이미 시중은행화를 했기 때문에 고객 자산 관리와 보험 대출 등 종합 금융 서비스가 갈수록 요구되는 상황에서 시장을 잘 아는 민간 인사 기용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주택금융공사의 경우 정홍식 사장·최창호 부사장·김경덕 감사 등 경영진 3총사의 임기가 모두 만료된다. 공모를 통해 민간 출신 사장이 선임되고, 한국은행 출신이 부사장을 맡는 현재의 구도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장에는 재경부 국장 출신의 김동환 이사가 승진 기용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외부 인사 발탁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태다. 주택금융공사는 2월7일까지 사장 후보자 지원을 받아 서류 심사와 면접 등 전형을 실시할 계획이다.
민간 은행들에도 CEO 인사 바람이 거세게 불 조짐이다. 3월에 두 번째 임기를 마치는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다. 일단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LG카드 인수 등을 성공리에 이끈 데다 고령임에도 그의 카리스마를 대체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사내에 라회장의 3선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이인호 신한지주 사장도 3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2004년 11월에 취임한 강정원 국민은행장 역시 올 11월이면 임기를 다 채우게 된다. 그동안 국민은행을 무난하게 이끌어온 점을 감안하면 연임이 유력시된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전격 교체 같은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얼마 전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계약 파기는 강행장의 행보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영구 한국시티은행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 여부가 판가름난다. 시티은행을 이끄는 동안 큰 잘못이 없었다는 점에서 연임이 점쳐지지만 뚜껑을 열어보아야 알 것 같다.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의 거취는 안개 속이다. 올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웨커 행장은 론스타의 인수가 무산된 것이 유임 여부의 변수가 되고 있다. 4월 임기가 끝나는 존 필메리디스 SC제일은행장은 SC제일은행 초대 행장으로 조직을 원활히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윤증현 금감원장 임기 채울지 관심


우선 7월 말 임기가 끝나는 윤증현 금감위원장 겸 금감원장의 거취가 관심이다. 윤원장은 2~3월 부분 개각 때 입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윤원장이 임기 끝까지 자리를 지킬 경우 사상 처음으로 임기를 다 채운 금융 당국의 수장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
금감원장은 갖은 구설에 휘말려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친 예가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윤원장의 임기가 6개월 이상 남아 있어 차기 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은 아직 없으나 4월께에는 후보군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1월 초 수뢰 혐의로 구속된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의 후속 인사다. 형이 확정되기 전에 인사를 하자니 걸리고 안 하자니 장기간 업무 공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김부원장은 4월에 임기가 끝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김부원장 후임에 내부 인사가 기용될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이다.
2월 중 임기가 만료되는 황건호 증권업협회장의 뒤를 누가 잇는가도 관심거리다. 올해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증권업계에 변혁이 예상되는 만큼 증권업협회장 선거전이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협회장 선거는 2월8일 임시 주총에서 치러진다.
차기 회장 선거는 3파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황건호 현 회장과 김병균 대한투자증권 상임고문, 홍성일 한국투자증권 사장 등 세 명이 출마를 선언한 상태이다. 황회장은 “임기 중에 지원해온 자본시장통합법이 정부안대로 만들어지도록 입법을 적극 지원하고, 업계의 대형화와 전문화 추진에 대비해 회원사에 대한 능동적 지원 체계를 마련하겠다”라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강한 협회 구축’을 공약으로 내세운 김고문은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을 거친 전문 관료 출신으로 대한투자증권 사장도 역임해 관계 및 업계에 능통하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오는 5월 임기가 만료되는 홍사장은 증권사 경험을 두루 갖춘 ‘만능 해결사’라는 평을 듣고 있다.
오는 4월 정의동 사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증권예탁결제원도 무더기 인사가 예상되고 있다. 정사장에 앞서 5명의 상무급 본부장의 임기가 한꺼번에 끝나기 때문이다. 코스닥상장법인협의회도 박기석 회장의 임기가 2월에 끝남에 따라 후임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협의회측은 2월13일 이사회를 열고 부회장 여섯 명 가운데 한 명을 후임으로 뽑을 예정이다.
다른 유관 기관장 중에서는 안공혁 손해보험협회장이 8월, 김창수 보험개발원장이 7월, 백영수 여신금융협회 부회장이 4월에 각각 임기를 마친다. 관례에 비추어 재경부와 금감원 출신 인사의 기용이 예상된다. 4월에 임기 만료되는 이상헌 금융결제원장 후임으로는 한은의 박재환·김수명 부총재보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증권·보험 등 제2 금융권은 은행이나 유관 기관에 비해서 조용한 편이다. 최근 2년 동안 사장단 인사가 마무리된 증권업계에서는 CEO의 교체 폭이 크지 않을 것 같다. 굳이 꼽는다면 손복조 대우증권 사장 정도다. 손사장은 탁월한 경영 수완을 발휘해 위기에 몰렸던 대우증권을 명실상부한 1위로 끌어올렸다는 공로가 인정되고 있기는 하지만,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내부 인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연임 여부를 자신할 수 없다. 최근 최명주 사장이 전격적으로 사임한 교보증권은 후임 인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회사측은 아직 구체적 인선 일정을 밝히지 않고 있다. 보험업계의 경우 하종선 사장이 론스타 로비 혐의로 구속 수감된 현대해상보험이 최근 이사회를 열고 이철영·서태창 두 부사장을 공동대표로 내정했다. 현대해상은 2월16일 임시주총을 소집해 이들을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재경부 관료 출신인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은 3월 네 번째 연임에 도전한다. 박사장은 대주주로부터 신임이 두터운 데다 코리안리를 세계 15위의 재보험사로 성장시켜 연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제는 후진을 위해 물러나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정기홍 서울보증보험 사장도 4월까지가 임기다. 정사장은 외환위기 당시 10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 금융기관을 우량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연임 여부는 두고 보아야 알 것이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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