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속병' 1차 진단서 나왔다
  • 조홍래(자유기고가) ()
  • 승인 2007.02.0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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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산하 IPCC, 온난화 기후변화 예측 보고서 공개

 
지구 온난화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국제회의가 프랑스 파리와 스위스 다보스에서 1월 말 거의 동시에 열렸다. 파리 회의는 유엔이 주관했고 다보스 회의는 세계경제포럼(WEF)의 일환으로 개최되었다. 하나의 주제를 놓고 100여 명의 과학자가 두 곳에서 회의를 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문제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지구 온도를 상승시키는 이산화탄소와 기타 유해가스의 배출을 방치하면 대기 온도와 해수면 상승으로 천지개벽이 일어날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예측한다.
유엔 산하 지구변화위원회(IPCC)가 마련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스 배출에 의해 지구가 뜨거워질 가능성은 약 90%에 달한다. 지구는 1950년 이후 계속 더워지고 있다. 온난화로 지구가 근본적으로 변형될 수 있다는 증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1990년 이후 네 번째로 작성되어 지난 1월2일 공개된 이 보고서는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
보고서에는 경악할 만한 내용이 담겨 있다. 북극에서는 금세기 안에 빙산이 사라지고 지중해 해변은 인간이 살 수 없는 불모지가 된다. 알프스는 눈 덮인 겨울 휴양지가 아니라 피서지로 변한다. 더운 계절이 점점 연장되고 아프리카와 남아시아에서는 가뭄이 극심해진다.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와 대중의 관심도 최고조에 달했다. IPCC 의장 파차우리는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지금처럼 높은 때는 없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순회 의장인 메르켈 독일 총리는 WEF 개막 연설에서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하면서 기후 체제(Climate Regime) 구축을 제의했다. 
세계는 2005년 허리케인 복구 비용으로 60억 달러를 지출했고 산업계는 6백억 달러의 피해를 입었다. 기아, 해수면 상승, 폭우, 기타 환경 변화로 다음 세기까지 인류가 감당할 비용은 전세계 GDP의 20%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자들은 해수면 상승의 규모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1천6백44쪽짜리 이 보고서는 미국 국립환경조사국의 제리 맬먼 연구원이 최종 감수했다. 그는 보고서의 일부 내용이 사전 유출되어 완전한 보고서 작성에 지장을 주었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그에 의하면 해수면 상승에 관한 정확한 수치는 지금으로서는 측정하기 어렵다. 온난화와 빙산 융해는 앞으로      1백년간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 변화는 겨우 시작 단계이며 앞으로 1천년 이상 지속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인간의 정상적인 삶에 재앙을 끼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산업화 이전 수준의 두 배로 증가하면 대기 온도는 6.3℃ 내지 최고 14.4℃ 올라간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산업화 이전 수준의 두 배로 늘어나는 사태를 예방하는 방안을 토의하기를 사실상 포기했다. 인구 증가, 화석 연료(특히 석탄) 사용, 열대지방의 삼림  파괴 등을 감안할 때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 보고서는 이처럼 불가피한 변화에 버틸 수 있는 농업과 용수를 개발하는 방법,    1세기 전부터 지속되는 열 발생 가스 배출을 줄이는 방안을 집중 조명했다. 이런 일들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경우 생태계와 인간 사회의 급격한 변화는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는 데 과학자들은 의견을 모았다.
회의에 참가하지 않은 외부 인사들은 보고서에 대해 대체로 공감했다. “기본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세 가지 있다. (재앙의) 경감·적응·감내가 그것이다. 우리는 이 중 한두 가지를 할 수 있다. 경감을 더 많이 하면 할수록 적응 필요성은 줄어들고 이로 인해 받는 고통도 줄어들게 된다.  문제는 세 가지 대안을 어떻게 조화하느냐이다.” 하버드 대학의 기후학자 존 홀드렌의 말이다.
이번 보고서에서 논란을 자아낸 쟁점 가운데 하나는 과거 예상한 것보다 해수면이 덜 상승하는 경우이다. 과학자들은 정확한 예측을 도출하기 위해 현지 관찰과 해양 및 빙산의 움직임에 관한 자료를 컴퓨터에 넣어 결론을 내렸다.


상황 심각한데도 선진국들은 “나 몰라라”


이번 보고서 작성에는 대체로 보수적 데이터들이 사용되었다. 남극과 그린란드의 빙산에 관한 자료가 취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빙산 손실은 일부 사례의 경우 너무 급격해서 컴퓨터 예측보다 더 높은 해수면 상승을 가져올 수 있음을 암시했다.
보고서의 다른 쟁점은 미립자 오염과 화산 분출에 의한 온난화 속도가 어느 정도이냐 하는 것이었다. 결국 최종 결론은 앞으로 수년 내에 진행될 온난화가 지난 수십 년간 예측했던 것보다 더 심해지리라는 데 맞추어졌다.
보고서는 온난화 대책은 언급하지 않고 대신 현재진행 중인 변화의 증거들에 주목했다. 그러나 유엔 환경프로그램(UNEP) 아킴 슈타이너 국장은 이번 보고서가 정책 결정자들로 하여금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취약 지역에서의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노력을 배가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은 이 보고서를 토대로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이고 위험한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장·단기 전략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UNEP가 공개한 다른 보고서는 산악 지대 빙산이 전보다 더 빨리 녹고 있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 속도는 1990년대의 1.6배, 1980년대의 3배였다. UNEP는 2006년이 세계 많은 지역에서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되었기 때문에  이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세계 저지대의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온난화 때문에 2030년까지 2천 개의 섬이 사라질 수 있다. 지난해 아프리카 국가들과 개발도상국에서 진행되는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고조되었다. 또한 알파인 스키장에서 1월 초에 눈이 사라지는 사태도 발생했다.
각국 정치인들이 이를 구경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35개국과 EU는 유엔의 교토 협약에 가입하고 1990년부터 2012년까지 온실 가스 배출을 5% 줄이기로 했다. 가스 배출 기업에 세금을 중과하는 대책도 제시되었다. 가스 배출을 방치하면 시장경제가 완전히 붕괴된다는 경고도 나온다. 영국 로이드 보험사는 기후변화를 보험업계의 최대 이슈로 보고 있다. 2012년 이후의 배출 기준은 마련되지 않았다. 그러나 세계 최대 가스 배출국인 미국은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 교토 협약 서명을 미루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올해 국정 연설에서 기후변화에 대해 “단지 심각한 도전”이라고만 언급했다. 중국도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온실 가스의 75%가 선진국에서 나오는 만큼 선진국들이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모든 국가가 가스 배출을 줄이고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각국의 이해가 얽혀 효과적 해결책 마련은 어렵다. 인류의 멸망을 가져올 수도 있는 가능성 앞에서도 목전의 득실을 따지는 인간의 무지와 오만이 판을 친다. 한편 기후변화의 파장에 관한 보고서는 4월에,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의 경감에 관한 보고서는 5월에 각각 발표되며 3개 부문의 보고서에 대한 종합적 분석은 11월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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