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캐스팅 종말 고하는가
  • JES 제공 ()
  • 승인 2007.02.0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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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C 스타탄생 이어 UCC 캐스팅, 오디션 붐

 
최근까지도 가수 지망생을 모집하는 공개 오디션 장소에는 수천 명의 응시자가 몰려 장사진을 쳤다. 가요 기획사마다 하루 종일 길거리나 학교, ‘물 좋은’ 서울 강남 카페를 뒤지는 캐스팅 전문가가 있었다.
이런 ‘구식’ 오프라인 캐스팅이 이제는 종말을 고할지 모른다. UCC(User Created Contens:사용자 생산 콘텐츠)를 통한 스타 탄생이 각광받으며 UCC 캐스팅이 가요 기획사의 주요 캐스팅 방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UCC가 대중가요의 주요 콘텐츠 수혈 창구가 되고 있는 셈이다.
올 상반기 앨범 발매를 목표로 하는 JYP엔터테인먼트의 여성 5인조 그룹 ‘원더걸스’는 4명의 멤버만을 확정한 채 지난해 12월 팀을 공개했다. 나머지 한 명은 포털 사이트 다음과 손잡고 UCC 오디션을 통한 선발 과정을 거쳐 지난 1월11일에야 선발했다. UCC 모집에는 보름간 1천여 명의 지원자가 몰려들어 ‘UCC 광풍’을 실감케 했다.


‘노래방 가수’도 손쉽게 데뷔


UCC를 콘텐츠 창구로 이용하려는 기획사들의 움직임은 발 빠르다. SM엔터테인먼트는 UCC 커뮤니티 ‘다모임’을 인수해 오디션 창구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경과 시간에 구속되지 않는 UCC를 이용한 스타 발굴에 집중할 생각이다.
가수 이상우가 이사로 활동하는 시나비전은 UCC 오디션을 통해 연예인으로 데뷔하는 기회를 주는 ‘시나와닷컴’을 지난 1월11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노래방 가수’도 손쉽게 가수로 데뷔할 수 있다. TJ미디어는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을 UCC로 만들어 손님들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노래방에서 부른 노래를 녹음해 인터넷·휴대전화를 통해 내려받아 싸이월드 미니홈피 배경 음악이나 휴대전화 벨소리로 쓸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이다. TJ미디어에 따르면, 노래방에서 부른 노래를 녹음 전송하는 하루 이용자 수는 8천명 정도. TJ미디어측은 서비스가 인기를 얻자 사용자들이 녹음한 노래를 인터넷에 공개해 네티즌과 전문가의 평가를 통해 가수 데뷔 기회를 제공하는 UCC 인터넷 오디션까지 진행하고 있다.
UCC 캐스팅은 ‘얼짱 스타’가 진화한 버전. ‘서울대 얼짱’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김태희, 한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생 얼짱 남상미 등은 사진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연예 기획사에 캐스팅되어 단박에 스타가 된 경우. 얼짱 스타가 외모만을 보여주는 사진으로 떴다면 UCC 스타는 스스로 제작한 동영상 콘텐츠를 통해 노래·연주 등 스타성을 펼쳐 보인다는 점에서 더욱 발전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조PD·클래지콰이는 ‘UCC 1세대’


 
가요계에서는 UCC를 통해 이미 스타를 탄생시킨 경험이 있다. 조PD와 클래지콰이는 각각 미국·캐나다에서 유학 중이던 시절 인터넷 사이트에 MP3 파일로 자신이 작곡한 노래를 올려 반향을 얻으면서 실제 가수로 데뷔했다. 이들은 UCC의 1세대 격이다.
최근에도 UCC 스타들은 계속 탄생하고 있다. 2005년 말 키스피아노(26)는 가수 데뷔 전 얼굴을 가린 채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The Flight of Bumble Bee)>을 연주하는 동영상을 올려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또 무명 기타리스트 임정현(23)은 캐논 변주곡을 로큰롤 버전으로 연주한 동영상을 블로그에 올려 전세계 네티즌의 이목을 끌면서 뉴욕 타임스에 보도되기도 했다.
‘소속사가 망했어요’라는 UCC를 제작해 인터넷에서 뜨거운 지원을 받은 장성민 역시 UCC를 통해 발굴된 스타이다. 그룹 가수 활동 경력이 있는 그는 솔로 음반을 발매한 직후 소속사의 부도로 가수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는 굴하지 않고 숟가락을 마이크 삼아 노래 부르는 동영상을 제작해 포털 사이트에 올려서 자신을 홍보한 후, 인터넷 스타가 되었다.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한 이후에는 각종 연예인 매니지먼트사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쯤 되면 매니저들에게 UCC는 빼놓지 않고 챙겨 보아야 할 캐스팅 ‘장소’다. 민효린·고은아 등이 소속된 엑스타운의 이대희 대표는 “화제가 되는 동영상 콘텐츠를 꼭 챙겨 본다. 캐스팅을 하지 않더라도 요즘 젊은 세대의 취향을 읽을 수 있는 도구가 UCC이다. 장소·시간의 제약 없이 오디션과 캐스팅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라고 설명한다.
UCC는 기존 가요 제작자 중심의 일방적 콘텐츠 생산 구조를 역전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문화 평론가이자 다음기획 대표인 김영준씨는 “문화 소비자들이 창조자로 탈바꿈해 소비자가 이제는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기존의 산업구조에서 나오기 힘들었던 다양한 콘텐츠가 생산되는 장점이 있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수도 없이 쏟아지는 UCC를 통한 캐스팅과 스타 탄생은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키스피아노의 경우도 가수 지망생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후 ‘홍보를 위한 작전’이었다는 ‘악플’에 시달려야 했다. 
김영준씨는 “UCC가 화제가 되어야 한다는 특성 때문에 상당히 과장된 채 걸러지지 않고 유포되는 문제점이 있다. UCC를 통한 캐스팅 이후에는 기본기를 갖출 수 있도록 오랜 기간 전문적 트레이닝과 기획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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