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은 그녀에게 반했다
  • 오윤환(자유기고가) ()
  • 승인 2007.02.2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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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무능과 386의 무책임 덮을 ‘대선 카드’로 한명숙 총리 택한 듯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4주년 개각은 중립 내각이어야 한다. 열린우리당 탈당과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각의 정치 색깔을 탈색해야 한다. 그러자면 한명숙 국무총리와 이재정 통일부장관,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이상수 노동부장관 등 열린우리당 출신들은 당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한총리를 제외한 열린우리당 소속 장관들은 내각 잔류를 희망했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해서라도 장관 자리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한총리만 열린우리당 복귀를 자원했다. 강한 의지가 실렸다는 것이 측근의 설명이다. 의외다. 총리에 취임한 지 1년이 채 안 되었고, 노대통령을 보좌해 국정을 무리 없이 이끌어왔으며, 참여정부 임기가 1년 남은 시점에서, 또한 청와대가 후임 총리 인선에 고심하는 상황에서 굳이 한총리만 당에 돌아가겠다고 했고, 노대통령은 왜 이를 수용했을까.
진보·보수 아우를 통합 이미지 부각해 승부
한총리의 동선은 정치적으로 많은 것을 암시한다. 형식은 한총리가 당 복귀를 원했다지만 노대통령이 원려를 담아, 당에 ‘직파’한 대선 예비 후보 냄새가 짙다. 노대통령으로서는 한총리 이상의 마땅한 후계자를 구하기 쉽지 않았을 듯하다. 이해찬 전 총리가 실무적으로 노대통령의 방탄벽 역할을 해왔다면, 한총리는 ‘연상’의 위치에서 노대통령의 아픈 곳, 가려운 곳을 두루 살펴온 스타일이다. 그래서 노대통령도 한총리가 “일을 겁내지 않는다”고 평했다 한다. 획기적인 병역 단축 계획도 한총리가 발표토록 했다.
노대통령에게 왜 한총리가 필요한가. 한총리는 진보의 ‘무능’과 386의 ‘무책임’을 덮을 유용한 카드가 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노대통령이 상징하는 진보는 재집권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위장이 필요하다. 속은 진성 ‘진보’이면서 겉은 진보 색깔이 옅은 인물, 바로 한총리가 될 수 있다. 여권 핵심 인사가 “한총리에게 통합 이미지가 있다”라고 말한 것은 의미 있다. 올 들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총리 이름이 오르내린다. 대선 후보 기근에 시달리는 여권으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대선 준비 팀을 꾸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총리가 누구인가. 민주화 운동으로 투옥된 남편을 13년간 옥바라지하고 자신도 같은 이유로 1년 반 투옥된 경력이 훈장처럼 달려 있다. 그러면서도 보살 같은 이미지가 있다. 진보·보수를 두루 아우를 만한 통합 이미지를 색칠하기 딱 좋다. 여성부장관·환경부장관·총리 등 경력 관리도 순조로웠다.
한총리는 얼마 전 총리 공관에서 의미 있는 모임을 가졌다. 법원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한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 유족들과 오찬을 함께한 것이다. 한총리는 이 자리에서 박정희 정권의 인권 탄압을 비난하면서도 “무리한 부탁이지만 화해와 통합, 생명, 그리고 인권의 나라로 갈 수 있도록 아픔을 승화시켜달라”고 눈물로 요청했다. 더 이상 무슨 포장이 필요하겠는가.
한총리가 여권 통합신당의 후보가 될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노대통령이 12월 대선에 강하게 집착하는 것으로 미루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다. 그  목표가 한총리의 후보 등극과 그를 통한 대선 승리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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