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산업, 활활 불붙었다
  • 왕성상 편집위원 ()
  • 승인 2007.02.2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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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간 50%씩 성장…금연 보조제·의약품 시장 이어 클리닉도 ‘호황’
 
해가 바뀌면 너 나 할 것 없이 새로운 결심들을 하게 된다. 하지만 자주 실패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담배 끊기다. ‘고래 힘줄만큼 끊기 힘든 것이 흡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의지력으로 담배를 끊지 못하는 흡연자들은 자연히 금연 제품·금연학교 등에 기대게 된다. 금연 산업이 번창하는 것도 그같은 이유에서다. 흡연에 의한 폐암 환자들이 계속 생겨나는 것도 금연을 재촉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금연 산업 규모는 약 2천5백억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2년 전보다 거의 2배, 지난해보다는 1.5배 불어난 액수다. 금연 산업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금연 보조제, 금연 의약품, 금연학교, 금연 클리닉 및 금연 침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분야는 금연 보조제. 1천5백억원대에 이르는 이 시장에는 담배모양의 금연초가 주종을 이룬다. 대표적 제품은 최근 선보인 (주)단황의 건향초. 중국 하남성 소림사에서 재배되는 쑥을 원료로 한 이 제품은 담배처럼 피우면서 효과를 보는 이색 건강·금연 보조제다. 중국에 두 개 공장을 두고 있으며,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에 국내 공장을 가동 중이다. 롯데홈쇼핑과 전국 대리점 등을 통해 팔리는 이 제품은 하반기부터 식당·술집·할인점에까지 공급해 ‘금연 손님’을 잡는다는 전략이다. 12개비짜리(3천원), 20개비짜리(5천원) 두 종류가 있다.
쑥 개발 연구가인 김희기 단황 사장(49·환민족지도자회의 최고위원)은 “부드러운 애엽(약쑥)을 찌고 말려 건향초를 만들고 있으며 필터와 겉 종이는 수입품을 쓴다. 하루 3만5천 갑을 만들고 있는데 금연 인구가 늘고 있어 공장을 풀 가동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금연초와 더불어 금연 관련 의약품도 금연 바람을 타고 매출을 늘리고 있다. 니코틴 대체 요법(NRT) 금연 보조제에 속하는 이들 의약품은 붙이는 패치·껌·캔디류로 담배를 끊을 때 생기는 금단 현상을 막아주면서 서서히 금연하도록 하는 효능을 갖고 있다. 니코틴이 없는 건향초 등과는 차별화된 것으로 국내 시장에는 여섯 개 업체가 2백억~3백억원대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제약회사에 제품을 공급 중인 삼양사. 이 회사는 니코스탑 브랜드의 패치·캔디를 만들어 대웅제약 등을 통해 팔고 있다. 1992년부터 금연 제품을 생산해오고 있는 삼양사는 금연 의약품 메이커로는 선두 주자이다. 박무현 삼양사 의약기획팀 부장은 “2003년 50억원대였던 금연 의약품 시장이 지난해 2백억원대로 커졌다. 금연 시장이 커지는 추세를 감안해 거래 회사를 다른 곳으로 바꿔 공급을 늘려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건강·의약품 종합 판매사인 웰빙팜코리아도 올해 니코스탑 판매를 지난해 4천5백 상자에서 6천 상자로 늘려 잡았다. 이 회사 황양수 회장은 “담배 소송 이후 담배를 끊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으면서 금연초, 금연 의약품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라며 이런 현상은 몇 년 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다국적 제약사인 존슨&존슨도 니코레트 상표로 패치와 껌을, 동화약품은 노바티스 브랜드 금연 제품들을 수입해 팔고 있다. 또 중외제약은 니코매직 껌, 트로키(사탕류)를, GSK는 의사 처방이 필요한 부프로피온(금연 알약)을 시판 중이다. 이 밖에 녹십자 등 다른 제약회사들도 금연 의약품을 팔고 있거나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제약 시장이 본격 개방되면 금연 시장 싸움이 뜨거워지고 경쟁에서 밀려 쓰러지는 곳도 생길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의약품과 함께 은단, 코담배, 담배 끝에 붙여서 쓰는 금연 필터 등도 매출이 느는 것은 마찬가지다. 경기도 분당에 있는 한 약국 주인은 “신정과 설날을 전후해서 이들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라고 말했다. 
금연 침·뜸 전문 한의원 잇달아 개원
한의원을 찾아 금연 침을 맞거나 금연 한방 약제를 조제받아가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 인사동, 경동시장 부근, 약령시가 열리는 대구 지역에는 금연자를 겨냥한 약을 개발하고, 뜸과 침을 전문적으로 놓아주는 한의원들이 문을 열고 있다.  
금연을 지도하는 금연학교와 의학적으로 접근하는 금연 클리닉 역시 최근 들어 부쩍 뜨고 있다. 일반인들에
 
게 잘 알려진 서울위생병원 부설 금연학교를 보면 흐름을 잘 알 수 있다. 금연 클리닉 프로그램의 하나로 운영되는 금연학교는 주 5일제로 2005년 1천33명, 지난해 1천2백95명이 거쳐갔으나 올해는 2천명대에 이를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금연 상담자도 2005년 2백35명, 2006년 3백2명으로 불어났다.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문을 여는 이 학교는 오후 7~9시에 운영되는 출퇴근자 과정과 4박5일 동안 먹고 자면서 하는 입원 과정이 있다. 대상은 성인과 학생을 포함한 청소년들이며 방학 및 휴가철에 운영하는 특별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2년간 평균 금연율은 67%에 이르는데, 성인(87%)이 청소년들(45%)보다 성공률이 높은 편이다.
금연학교 운영 책임자인 건강증진과 서대두 과장(44)은 “금연 물결을 타고 입교자가 늘고 있다. 3월부터 전담 조직 보강에 이어 5월부터는 매달 두 번씩 금연 클리닉을 운영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병원 클리닉도 금연 도전자들에게 인기다. 금연 클리닉이 세워진 곳은 서울 백병원·삼성병원·아산병원·국립암센터·대구 동산의료원·천안 단국대병원·부산 위생병원 등이다. 금연 클리닉에서는 전담자 배치는 물론 관련 검사를 통한 금연 처방과 의학적인 지도 교육도 겸하고 있다. 담배로 건강 상태가 심하게 나빠진 중증 환자들의 경우 호흡기 계통의 전문 의사와 간호사를 붙여 장기간 치료해주고 있다.
금연 클리닉이 활기를 띠면서 병원과 보건소를 상대로 한 금연 제품 공세가 치열해지고 있다. 병원의 공신력을 영업에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부 병원의 금연클리닉은 건향초를, 전국 보건소는 금연 패치와 껌을 쓴다. 금연 클리닉을 맡고 있는 계명대 의대 가정의학과 김대현 교수는 “<동의보감> 등에 따르면 쑥을 이용한 금연 보조제는 금단 현상에 도움이 되고 병원성 포도당구균·대장구균·녹농간균 등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라면서 토종·한방 관련 금연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점쳤다. 
중앙대 용산병원의 한 관계자는 “오랜 흡연으로 식도암·폐암·후두암·방광암·구강인후암 등의 환자가 늘고 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비흡연자보다 암 발생률이 1.5배 높아 금연 클리닉은 갈수록 성황이다”라고 말했다.  
금연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커지자 정부 차원의 클리닉도 개설되어 운영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경기도 일산 국립암센터에 금연콜센터(전화 1544-9030)를 가동하고 있고 전국 2백46개 보건소에서도 금연 클리닉을 운영 중이다. 금연 희망자가 콜센터에 등록하면 담배를 끊을 때까지 조처를 받는다. 보건소 클리닉은 전국 흡연자의 약 1%에 해당하는 한 해 10만여 명에게 6개월 동안 금연 상담과 함께 니코틴 패치·껌·캔디를 주면서 담배 끊기에 도움을 준다. 보건소 클리닉은 정부 예산으로 운영됨에 따라 전액 무료이며 약물 처방도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다.  
금연 물결이 드세지면서 사단법인 한국금연운동협의회·한국소비자연맹도 덩달아 바빠졌다. 의사협회·대한암협회·한국건강관리협회 등 25개 단체가 가입되어 있는 금연운동협의회는 금연 지도자 양성을 비롯한 각종 금연 사업을 펼치고 있다. 연간 예산 중 일부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아 운영되며 홍보 책자 발간, 강의, 캠페인 등을 통해 흡연의 폐해를 알리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영화 속에 나오는 흡연 장면을 모니터링해서 제작진들에게 담배 피우는 장면을 최대한 줄여주도록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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