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참 즐기면 밤새 고생한다
  • 이성희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 승인 2007.02.2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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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물 올라오고 가슴 쓰림·기침 동반하는 ‘위식도 역류질환’ 잘 걸려

 
ㅂ씨는 평소에 목이 답답하고 잔기침이 많이 나며, 특히 밤에 자리에 누우면 기침이 더욱 심해져서 진료를 받게 되었다. 목감기로 생각하고 감기약을 3주일 이상 복용했지만 기침은 줄어들지 않고 계속되었다. 최근 가슴 부위 통증까지 나타나자 폐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X레이도 찍었지만 이상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 ㅂ씨의 가슴 통증이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자세히 물어보았다. 식사 직후에 가슴이 쓰리고 아프며, 때로는 신물이 목 부위까지 넘어온다고 했다. 또 가슴 쓰림은 점차 심해져서 가슴 전체가 뻐근하게 아프다가 등까지 아프다고 했다. B씨의 경우처럼 기침과 가슴 쓰림 증상이 동시에 나타날 때 가장 의심해야 할 병이 바로 위식도 역류질환이다.
저녁 일찍 먹고 과식·기름진 음식 피해야
위식도 역류질환은 식도와 위의 연결 부위 근육이 적절히 작용하지 못해 위 속의 내용물 및 위산이 식도 쪽으로 역류할 때 발생한다. 대개 음식물이 산 또는 쓴맛과 함께 구강 쪽으로 올라오는 느낌이 강한데, 심한 경우 ‘가슴이 타는 것같이 아프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위산이 인후두 부위까지 역류할 경우, 목이 쉬거나 기도 흡인 증상으로 사레가 걸린다거나 천식환자처럼 숨 쉴 때 쌕쌕 소리가 나는 등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역류된 위산이 식도 하부에 있는 기침을 유발하는 수용체를 자극하면 잔기침이 계속 나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소화 불량·복부 팽만감·음식물 역류 증상이 동반되지만, 때로는 이런 위장관 증상이 전혀 없이 기침이나 목의 이물감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호흡기 질환으로 생각하기 쉽다. 
위식도 역류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보통 몇 가지 공통점을 갖는데, 그중 가장 흔히 보이는 공통점이 저녁 식사를 늦게 하거나 밤참을 즐긴다는 점이다. ㅂ씨의 경우 퇴근이 밤 9시 이후인데도 꼭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한다고 했다. 저녁 식사가 늦어지면 위장 내에 음식물이 들어 있는 상태에서 잠자리에 들게 되고, 음식물로 인해 분비된 위산이 식도 쪽으로 역류된다. 위산은 산도가 매우 높은 강산이므로 위장 내에는 위점막을 보호하기 위한 점액이 위벽을 코팅하고 있다. 그러나 식도 점막에는 이러한 보호 장치가 없으므로 위산에 노출되면 쉽게 상처가 나거나 염증이 생기게 된다. 음식물이 위장에서 소화되어 소장으로 내려가는 데 보통 2~3시간이 걸리므로 적어도 잠자리에 들기 2시간 전에는 음식물을 먹지 않아야 한다. 특히 과식을 하거나 기름진 음식을 먹게 되면 소화·흡수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므로 역류가 일어나기 쉽다. 허리띠를 꽉 졸라매거나 복부 비만이 심해서 복압이 올라가 있는 경우에도 역류가 쉽게 일어난다. 
음식 중에도 위산의 역류를 더 잘 일으키는 대표적인 것이 토마토·오렌지·귤 등 신 과일과 초콜릿·양파·박하·커피·술·탄산음료 등이다. 민감한 사람은 토마토 소스가 들어간 스파게티나 피자를 먹은 뒤에도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흡연에 의해서도 증상이 악화될 수 있는데, 니코틴이 하부식도 괄약근 압력을 떨어뜨리고 흡연 과정에서 공기를 섭취하기 때문에 식도 괄약근이 확장되어 역류가 쉽게 일어난다. 만성 기침의 원인을 호흡기 질환으로 생각해서 장기간 항생제를 복용하거나 진통소염제 등의 약물 치료를 할 경우 증상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 
ㅂ씨의 경우 2주일간 위산 분비 억제제와 위장관 운동 개선제를 복용한 뒤 가슴 쓰림은 물론 잔기침까지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나 약물 치료 후에도 원인이 되는 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는다면 계속 재발하는 것이 위식도 역류질환이다. ㅂ씨에게 저녁 식사를 8시 이전으로 앞당기고, 튀김·전·삼겹살 등 고지방 음식을 당분간 삼가도록 충고했다. 또 잠자리에 들기 3시간 전에는 물 외에 다른 군것질은 피하고, 잠잘 때 상체 부위를 15cm 정도 높일 수 있게 약간 높은 베개로 바꿀 것을 권했다. 원인이 되는 생활 습관을 고쳐서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치료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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