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잔치가 시작됐다
  • JES ()
  • 승인 2007.02.2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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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신혜·전인화·강수연·김희애 등 40대 여배우들 ‘제2 전성시대’
 
40대 여배우들이 도약하고 있다. 황신혜(44)·전인화(42)·강수연(41)·김희애(40)·심혜진(40). 한때 이름 석 자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던 그녀들에게 나이는 글자 그대로 그냥 숫자일 뿐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여배우에게 30대는 ‘마(魔)의 고지’였다. 30세를 넘어 유부녀가 되는 순간 여배우들이 드라마 여주인공 자리를 꿰차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소외되어왔던 중견 여배우들을 주인공으로 앞세운 드라마가 히트 드라마로 등록되면서 요즘 상황은 1백80° 달라졌다.
김희애와 배종옥(42)은 오는 4월 초 방송되는 SBS TV <내 남자의 여자>로 나란히 주연으로 나선다. 강수연은 MBC TV <문희>에서 타이틀 롤을 맡았다. 지난해 SBS TV <돌아와요 순애씨>로 한껏 주가를 높인 뒤 드라마와 스크린을 넘나들고 있는 심혜진, 또 오랜 공백기를 깨고 단편 영화 <애가>로 5년 만에 모습을 선보인 전인화도 연예계를 이끄는 40대 여배우의 선두 주자다. 연예계가 아닌 속옷 브랜드 대표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황신혜도 돋보이는 40대 여배우다.
트렌디 드라마 쪽박, 중년 드라마 대박
이들이 주목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시청자층의 변화다. 최근 들어 연이어 이어지고 있는 트렌디 드라마의 참패는 중견 여배우들의 활약을 도드라지게 했다. 젊은 세대들의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로 인기를 모았던 트렌디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면서 중장년 세대들을 겨냥한 작품들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외면되었던 4050세대들의 사랑과 일, 그리고 가족애 등 현실적 단면을 보여주는 드라마가 주를 이루면서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고스란히 겪어본 40대 여배우들에 대한 방송가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스타성만을 앞세운 젊은 연기자들이 무게감이나 드라마를 장악하는 힘에서 밀리다 보니 자연스러운 일상사를 녹여내는 40대 여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력은 그녀들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이다. 말하자면 비주얼만을 중시하던 시청자들의 인식 변화, 연기력이 드라마의 승패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는 현실이 40대 여배우들의 전성시대를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MBC TV <문희>의 연출자인 이재갑 PD는 “40대 여배우들의 전성시대는 드라마 제작의 다양화한 현실을 반영한다. 트렌디 드라마의 퇴조 이후 생활 드라마가 각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엄마나 가정주부가 주축이
 
되는 등 드라마 주인공의 연령층이 다양해졌다는 것이 주된 배경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다른 이유로 “물론 <문희>의 경우 20대 배우가 소화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강수연이 가지고 있는 연기력을 감안한 것이다. 예전에는 무조건 나이 많은 사람을 기피하는 현상이 있었지만 이제는 탁월한 연기력을 나이보다 우선하는 시대가 됐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시대적 상황이 40대 여배우들의 힘을 뒷받침하는 무대 배경이 되었다면 꾸준하고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형성된 그들 스스로의 경쟁력이 그들을 돋보이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또 이른바 ‘예쁘고 폼 나는’ 전형적 여주인공 역에 연연해하기보다는 넘어지고 망가지는 것도 불사하는, 캐릭터를 따지지 않는 그녀들의 연기 열정도 한 요인이 되었다.
SBS TV <여인천하> 이후 5년여 만에 드라마에 복귀하는 강수연은 실제 나이를 무색케 하는 미모로 현장을 놀라게 했다. 극중 교복을 입은 채 자신의 나이보다 무려 스물두 살이나 어린 여고생 연기를 펼쳐 좋은 반응을 얻었는가 하면, 이복 오빠로 등장하는 정웅인보다 다섯 살이나 많은 나이임에도 자연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20대 미모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40대 여배우로는 김희애도 빠지지 않는다. 지난해 종영한 SBS TV <눈꽃>에서 세월이 더해진, 완숙하면서도 고상한 아름다움을 선보였던 김희애는 SBS TV <내 남자의 여자>에서 다시 한 번 전성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때 대한민국 남성들의 이상형으로 꼽혔던 전인화도 5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단편 영화 <애가>에서 변함없는 미모와 성숙한 연기력으로 현장을 술렁이게 했다. 심지어 <애가>에서 전인화의 상대역으로 출연한 이
 
동건은 “이 작품을 하면서 유동근 선배를 가장 존경하게 됐다. 어쩌면 저렇게 아내의 젊음과 미모를 지켜줄 수 있었을까? 정말 대단한 분들이다”라고 감탄하기도 했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연기 열정이 ‘힘’
40대가 여배우로서 결코 뒤로 물러설 나이가 아니라는 것은 할리우드에서는 ‘이미 좀 된 얘기’다. 58년 개띠 동갑내기로 올해 49세가 된 샤론 스톤과 마돈나는 아직도 한창때다. 조디 포스터(45)·다이앤 레인(42)·소피 마르소(41) 등 1980년대 주역들 역시 식지 않은 인기와 미모를 자랑한다. 지난해 <마이애미 바이스>로 진정한 월드 스타임을 뽐낸 ‘중국의 꽃’ 궁리(42)를 비롯해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뜨거운 배우들인 할리 베리(41)·니콜 키드먼(40)·줄리아 로버츠(40)의 나이를 생각하면 오히려 30대와 20대들이 스타 파워에서 뒤진다고 보아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변함없는 40대 여배우들의 선전을 놓고 성형수술과 보톡스 시술 등 ‘현대 과학의 힘’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지만, 단순히 돈의 힘만으로 지켜낼 수 없는 것이 젊음이다. 특히 용모뿐만 아니라 건강미 넘치는 몸매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이들의 철저한 자기 관리를 엿보게 한다. 이미 40대에 접어든 여배우들 외에도 1968년생으로 39세 동갑인 최진실과 채시라, 38세의 유호정, 37세가 된 김혜수 등 ‘곧 40’인 세대 또한 뒤를 든든히 받치고 있어 40대 열풍은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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