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은희씨
  • 홍선희 편집위원 ()
  • 승인 2007.02.2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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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옷 곱게 입고 뉴욕 무대 노린다
 
<꽃반지 끼고> <사랑해 당신을> 등을 부른 포크송 가수 은희씨가 최근 서울 인사동에 옷가게를 열었다.
은희씨는 1985년 고향인 제주도에 정착해 감나무에서 추출한 염료로 물들인 옷감으로 의복·가방·구두 등을 만들어 갈옷 분야를 산업으로 정착시킨 주인공이다. 봅데강(제주 방언으로 ‘보셨습니까?’)이라는 상표로 제작한 제품은 촉감이 부드럽고 착용감이 편해 중·상류층 멋쟁이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그녀는 10여 년간 압구정동과 인사동 등에서 매장을 운영하다 2003년 가게를 접고 전남 함평으로 이사했다. 폐교를 인수해 공장·쇼룸·무대·숙박 시설을 겸비한 현대적 건물로 개조한 후 인근 지역의 아주머니들에게 기술을 가르쳐 옷을 생산한다. 그녀는 매년 5월 함평나비축제에 초청되어 패션쇼를 하는데 전문 모델뿐 아니라 탤런트 고두심씨, 연극인 박정자씨와 판소리 명창 박윤초씨가 모델로 나선다. 고두심씨는 그녀와 중·고등학교 동창으로 은희씨가 디자인한 옷을 입고 <TV 역사스페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녀는 함평 운동장에 나비 모양의 잔디밭을 가꾸고 서민이 입어서 좋은 옷, 먹어서 좋은 음식, 살아서 좋은 집을 만들자는 뜻으로 건물을 지어 ‘민예(民藝)학당’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곳에서는 염색, 된장 담그기, 도자기 체험 코스를 운영해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관광 코스에 포함되었다. 올가을에는 유엔에서 패션쇼를 열 계획도 있다. 그녀는 1970년대 중반 가수 생활을 접고 뉴욕에서 패션과 메이크업을 공부한 바 있다. 유엔 행사에 앞서 인사동 가게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고 그 반응을 바탕으로 뉴욕에 가져갈 작품을 구상할 예정이다. 가게의 옷걸이며 가구들은 종이 조각에 솜씨가 뛰어난 남편 김화성씨의 작품이다.
그녀는 방송이나 무대에서 출연 요청이 들어오지만 여지껏 피하고 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베트남 연구에 푹 빠져 있다. 다시 태어나면 건축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 남제주 대정에 그녀가 세웠던 봅데강(현재 초콜릿박물관)과 함평 건물은 설계도 없이 그녀 머리로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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