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출 '찬바람' 외국계는 '신바람'
  • 이재명 편집위원 ()
  • 승인 2007.03.1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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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린치 자회사 등 부동산 담보 대출 부문 강화

 
부동산 담보 대출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심해지자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본격적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금융 자유화 이후 외국의 금융회사들이 한국에 들어와 소액 대출에까지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대형 금융회사들이 소규모가 아닌 대규모로 회사를 차리고 공개적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 새로운 변화이다.
 부동산 담보 대출은 돈을 떼일 염려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외국 금융회사들이 선호하는 대출 상품이다. 특히 정부의 규제가 심해질수록 제1금융권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고객들이 이들 회사를 찾아 대출을 받으려 하기 때문에 부동산 대책 이후 ‘풍선 효과’로 인해 더욱 영업 환경이 좋아진 셈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주택 담보 대출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4백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 조처로 인해 시중은행들보다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덕을 보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페닌슐라, 반년 만에 대출잔고 5천억원 넘어


외국계 대출 전문 회사로는 지금까지 메릴린치가 ‘페닌슐라 캐피탈(PCC)’을 세운 데 이어 리먼브러더스가 ‘코리아 센트럴 모기지’, 씨티은행그룹이 ‘한국 씨티그룹 캐피탈’, 영국계 스탠더드 차타드가 ‘한국PF금융’ 등을 설립했다. 외국계 회사들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 80%까지 높여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대부업과 할부금융업으로 등록하고 영업 중인데 리스크가 적은 부동산 담보 대출에 주력하고 있다. 대출 이자율은 국내 은행·보험사보다는 높은 편이고, 상호저축은행이나 캐피털 업체 등 제2·제3 금융권보다는 낮다.
이런 가운데 메릴린치가 한국에 설립한 페닌슐라 캐피탈은 지난 3월7일 다국적 홍보대행회사인 액서스와 함께 서울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동안 기자들의 취재 요구에 응하지 않던 회사가 이제는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영업 활동을 긍정적으로 보도해달라고 언론에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페닌슐라 캐피탈의 최고경영자(CEO)인 키스 샤켓 사장과 최고운영책임자(COO)인 한국계 장찬 부사장 등 경영진이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응했다. 페닌슐라 캐피탈은 지난해 7월부터 영업을 개시해 2006년 12월 말 현재 2천여 명에게 5천억원을 빌려주었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 당국은 이들 외국계 회사가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기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는 대부업체라는 점에서 이들의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감독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업계에서는 금융 자유화 시대에 정부가 과도한 감독과 규제를 하게 되면 국내외 금융회사들 간에 불균형이 빚어질 수 있다며 자율적인 시장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또 금융 기법이 뛰어난 외국 회사들에 자극받아 국내 금융회사들의 영업 기법이나 수준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는 긍정론도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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