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너무 잘 나가도 탈
  • 조홍래(자유기고가) ()
  • 승인 2007.03.1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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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대, 경제 발전 따른 '성장통' 치유 방법 놓고 고민

 
중국 인민대표대회(全人代)가 3월5일 개막되었다. 전인대는 중국의 국회다. 그러나 서방 세계처럼 치열한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의원들로 구성된 의회가 아니다. 임명된 열성 당원들이 대의원으로 참석한다. 명칭만  ‘인민 대표’이지 인민의 의사와는 무관한 사람들의 모임이다. 주요 의제를 놓고 벌이는 토론은 형식일 뿐이고 공산당의 결정 사항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킨다.
중국 경제는 1990년대 초부터 눈부시게 발전했다. 두 자릿수 성장률을 15년간 지속해왔다. 현기증 나는 발전 속도는 어쩔 수 없이 값비싼 대가를 수반한다. 소득의 양극화, 환경 파괴, 도농 격차, 언론 탄압, 일당 독재에 대한 불만이 폭발 직전에 있다. 공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8%에 이른다. 인구의 10분의 1만 건강보험 혜택을 누리고 절반 이상은 병이 들어도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한다. 대략 4억명 내지 5억명의 농민들은 개발 바람에 밀려 농토를 잃었다.
불만 계층에 대한 욕구 해결은 전인대의 최대 이슈가 되었다. 일당 체제가 초래하는 획일주의와 경제 성장이 주는 다양성의 십자로에서 지도층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한다. 문제는 상충하는 두 흐름 중에서 어느 하나만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지난 2년간 ‘사회주의적 조화’를 호소했다. 경제적 혜택은 늘리고 정치적 통제는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조화될 수 없는 목표다. 인민은 민주 개혁을 바라고 지도층은 체제 안정을 우선한다. 불만의 진원지에 대한 시각도 다르다. 지도자들이 착시증에 걸려 있다. 인민의 불만이 주로 정치 개혁 부재에서 비롯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발전을 원인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경제 혜택 늘리는 대신 정치 통제 강화 꾀해


 
1989년 톈안먼 학살 이후 경제 규모는 4배 팽창했고 사회도 많이 다양화되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16세 이상 국민의 31.4%는 종교를 가지고 있다. 종교는 공산당의 무신론과 충돌한다. 지도자들은 종교 인구의 증가를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없다. 인터넷 보급 확산에 따라 섹스 물결도 함께 급속도로 침투한다. 신문 가판대에는 포르노 수준의 커버 걸 사진이 실린 서양 잡지들이 진열되어 있고, 대도시 거리에서는 콜걸이 등장했다.
사회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쌍두마차의 전도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관료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경제 발전을 계속하고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제10기 5차 전인대의 최대 관심사는 정치 개혁 혹은 민주화이다. 이제 돈이나 말로써 불만을 다스릴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 해답은 나와 있다. 개방을 확대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고양하면서 정치적 통제를 완화하면 된다. 전인대가 이런 궤도 수정을 할 수 있을까? 원자바오 총리는 전인대 개막 연설에서 사회적 평등 구현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14.4% 늘어난 2007년 예산 3천3백50억 달러 중 많은 부분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지출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는 며칠 전 1백년 후에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말도 했다.
중국의 진로는 과연 어떻게 될까. 추측만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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