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지고 돌아온 그들 '참회의 역전포' 쏠까
  • JES ()
  • 승인 2007.03.1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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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 비리' 후 그라운드 다시 서는 프로야구 기대주들
 
2004년 프로야구는 암흑의 시즌이었다. 그해 8월 선수 70여 명이 군 면제 비리에 연루되는, 이른바 ‘병풍 사건’이 발생해 야구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이전까지 돈을 주고 군 면제 판정을 받은 사례는 간혹 있었으나 병역 기피자가 무더기로 발각된 것은 처음이었다. 팬들은 스타들의 분별 없는 이기주의에 실망을 금치 못했고, 철퇴를 맞은 선수들은 뒤늦은 군 입대로 글러브와 방망이를 놓는 등 죗값을 톡톡히 치러야 했다. 몇몇 선수는 실형을 살기도 했다.
그로부터 3년이 흐른 2007 시즌, 이제 그들이 그라운드로 속속 돌아온다. 2년에서 3년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보낸 이들은 체력적으로는 물론 심적으로 한층 성숙해져 팬들과 다시 마주하게 된 것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순간적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들의 실수로 흥을 깬 이들에게는 야구판을 되살려내야 하는 짐이 지워졌다.
2007 한국 프로야구에 활력을 불어넣을 각 구단의 대표 얼굴을 살펴본다.
윤성환 (삼성):2004년 선동렬 삼성 감독이 수석 코치로 있을 당시 애제자. 팔꿈치 수술을 받은 에이스 배영수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묵직한 직구에 낙차 큰 커브가 주무기. 지난 1월 경산에서 그의 볼을 상대한 이승엽(요미우리)은 “알고도 못 치겠다”라며 고개를 흔들기도 했다.
이상열 (현대):유니콘스의 핵심 불펜으로 2003년 홀드왕 출신. 특히 왼손 원 포인트 릴리프는 프로야구 최고로 꼽힌다. 깡마른 몸매지만 불같은 강속구와 예리한 슬라이더는 타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다. 최근 코칭스태프의 변경과 구단 매각 사태로 침체된 현대 전력에 큰 힘을 실어줄 전망.
이영우 (한화):가장 억울한 경우이다.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나 그전에 병역 비리를 저질러 병역 면제 혜택은 날아가고 군대에 입대했다. 그것도 FA(프리 에이전트) 자격 획득을 1년 남겨놓은 시점이었으니 금액적 손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올해 나이 34세. 적지 않은 나이이지만 일본에 진출한 이병규(주니치), KIA 장성호와 함께 왼손 교타자를 대표했던 기량은 여전하다.
고우석 (KIA):사실 KIA는 2004년 병풍 사건에서 한 발짝 물러서 있었다. 때문에 정상적 군 복무를 한 고우석을 여기에 포함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2002년 초고교급 투수로 입단한 유망주로 변화구 제구력이 강점. 상무 소속으로 뛰던 지난해 5월8일 현대와의 2군 경기에서 노히트 노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KIA 투수진이 워낙 뛰어나 1군 합류가 늦춰질 수 있지만 ‘깜짝 피칭’을 선보일 자질은 충분하다.
유재웅 (두산):두산의 고질적 약점이었던 왼손 슬러거 부재를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홍성흔·김동주와 함께 클린업 트리오로 구상 중”이라고 밝힐 만큼 전폭적 신뢰를 아끼지 않는다. 지난해 상무에서 16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고, 지난 일본 스프링캠프에서도 만만치 않은 펀치력을 과시했다. 2003년 불의의 교통사고까지 당해 1년6개월을 쉬는 등 근 5년 만에 1군 무대를 밟는다는 점이 변수.
이호준 (SK):이승엽이 사라진 한국 야구에서 투수들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해결사 중 한 명이다. 2005 시즌을 마치고 공익요원으로 군에 입대했으나 의가사 제대를 하는 바람에 조기 복귀하게 되었다. SK로서는 용병 타자 1명을 더 얻은 것과 다름없다. 김재현·박재홍·박경완·이진영 등과 함께 핵심 타선을 구성할 전망. 30홈런과 100타점은 무난할 것이라는 평가다.
임경완 (롯데):지난해 뒷문 부실로 역전패를 수없이 당했던 롯데 불펜진에 힘을 실어줄 재목. 2004년 특급 셋업맨(홀드왕)의 위용을 떨쳤으며, 마무리 경력도 지니고 있다. 주전 마무리 호세 카브레라와 함께 ‘황금 불펜’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사이드암 투수로 공은 빠르지 않지만 타자가 치기 힘든 까다로운 구질을 갖고 있다.
이동현 (LG):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때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맹활약을 펼쳤다. 당시 고졸 2년차였지만 그가 던진 포크볼(스플리터)은 명품으로 평가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2004년과 2005년 두 차례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팔꿈치가 얼마나 버텨줄지가 미지수. 주전 마무리를 꿰찰 경우 경기고 동기인 삼성 오승환과의 세이브 경쟁이 흥행 요소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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